나사렛대학교 도서관. 사진=나사렛대학교
나사렛대학교 지난해 12월 브리지학부(전 재활자립학부) 교수 두 명이 장애학생 비하 발언을 하고 성희롱을 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당시 고발장 내용에 따르면 가해자로 지목된 한 교수는 강의 중 학생들을 지칭해 ‘걸어 다니는 복지카드’라고 하는가 하면 또 다른 교수는 ‘ADHD’나 ‘자폐증’ 등의 병명으로 학생 개개인을 호명하기도 했다. 여기에 성희롱 정황도 있었다. 브리지학부는 전원 발달장애학생으로 구성된 학부다(관련기사 “걸어 다니는 복지카드” 나사렛대학교 교수 장애학생 비하 논란). 학교는 지난 3월 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조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학교가 벌써 90일 넘게 별다른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사건을 쥐고만 있다. 학교 관계자는 당초 예상 조사 기간을 60일 예상하고 이에 대한 발표를 5월로 예고한 바 있었다. 조사기간이 예상보다 한 달 이상 지났지만 이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는 것이 학교 구성원들의 증언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가 왜 아무런 말도 없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취재 결과, 학교는 6월 3일 별다른 발표 없이 해당 사안을 교원인사위원회에 상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인사위원회는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아 징계 여부를 결정하기까지는 또 얼마만큼의 시간이 소요될지 모르는 상태다. 인사위원회에서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가능성도 있다. 나사렛대학교 학내 규정에 따르면 성희롱 사건은 신고가 접수된 지 30일 이내 조사를 완료해야 한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30일 범위 안에서 조사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학교가 이번 사건에 대해 ‘폭탄 돌리기’ 식 대책을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조사 과정에서도 잡음이 많았다. 성희롱 사건에 대한 대응이 매우 부적절했던 까닭이다. 교육부와 인권위 등 정부 기관에서 마련한 성희롱 및 성폭력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교내에서 성희롱 및 성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조사과정에서부터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조치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나사렛대학교는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가 이번 학기 강의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2학기 시간표 구성회의에도 참석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다음 학기에도 강의를 할 예정이다.
반면 사건 신고자인 A 교수는 5월 학부장에서 면직됐다. A 교수가 동료 교수들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언론 기사를 공유하는 등의 행위로 공정한 조사를 방해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현재 학부장은 진상조사 책임자인 B 교무처장이 맡고 있다. A 교수는 11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사권자인 총장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진상조사위원회는 사건 조사과정에서 신고자인 본인을 단 한 차례도 공식적으로 소환하지 않았다. 학교가 사건 해결의지를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 가운데 한 명이 학교 재단 전 이사장의 사위인 까닭이다. 나사렛대학교는 2014년 전임 신민규 총장 재직 당시 교육부의 종합감사에서 전공심사, 교원심의위원회 심의, 공개 강의 등 일련의 임용과정을 거치지 않고 교원 10명을 특별채용한 사실이 적발돼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채용된 교수 명단에는 이번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재단 이사장의 사위와 교단 원로목사의 아들 등이 포함됐다.
장애인인권단체도 학교가 사건을 축소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의 목소리를 냈다.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인권 감수성이 부족한 교수들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신고 내용을 인지하고도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 학교다. 학교가 수수방관하며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조사위원회가 진위를 밝힌다는 명목으로 졸업생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했다는데 이는 월권이자 피해자 색출이다. 또 학교의 잘못을 외부로 돌리겠다는 의지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학생들을 ‘복지카드’로 지칭했다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휠체어’라고 대상화 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나사렛대학교 B 교무처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학교에서 알아서 할 문제이니 앞으로는 절대 전화하지 말아라. 이후엔 책임을 묻겠다”고 취재를 거부한 바 있다. 일요신문 11일 나사렛대학교 측에 진상조사위원회 결과와 이후 진행 사항 등을 묻기 위해 문의했으나 관련 답변을 듣지 못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 가운데 한 명은 신고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이번 사건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인권위는 6월 해당 사건에 대한 진정을 접수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