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이 크게 늘긴 했지만 삼양식품의 오너리스크는 깔끔하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김정수 전 삼양식품 사장이 2019년 1심 선고 공판 후 법정을 나서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삼양식품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564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2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67억 원으로 같은 기간 73% 늘어났다. 코로나19 사태로 라면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게 실적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라면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며 수출이 증가했다. 특히 유튜브를 통해 매운 라면을 먹는 먹방 영상(Fire Noodle Challenge)이 유행하면서 불닭볶음면의 해외 수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매출과 이익은 크게 늘었지만 삼양식품의 오너리스크는 오히려 더 커졌다. 전인장 전 회장과 아내 김정수 전 삼양식품 사장 부부는 지난 1월 대법원에서 횡령죄 유죄를 확정 받았다. 전 전 회장은 라면 스프, 포장 박스 등을 납품하는 과정에 페이퍼컴퍼니를 끼워넣고 50억여 원을 횡령해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거기다 옥중에서 탈세 혐의로 추가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전 사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전인장 전 회장 부부의 경영활동이 불가하자 삼양식품은 빠르게 오너 3세 체제로 돌입했다. 전 전 회장의 장남 전병우 경영관리담당 이사는 지난해 삼양식품에 부장으로 입사했다. 전 이사는 지난 3월 삼양식품의 최대주주인 삼양내츄럴스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면서 오너 3세 체제의 포석을 다졌으며 삼양식품 지분 매집도 이어갔다. 전 이사는 3월 이틀에 걸쳐 삼양식품 2350주를 매수했고, 딸 하영 씨도 4000주를 사들였다. 하영 씨의 삼양식품 지분 매입은 처음이라 전 전 회장의 자녀 모두 경영 일선에 참여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삼양식품이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사진=일요신문DB
#에스와이캠퍼스 실체는?
삼양식품은 오너 일가의 장악력이 높아 사실상 경영 견제가 불가능한 회사로 알려져 있다. 특히 삼양식품은 오너 일가가 지배력을 키우고 3세 승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체가 모호한 서류상 회사들을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삼양식품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는 전인장 전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에스와이캠퍼스가 있다. 삼양식품 지분 33.26%를 보유한 최대주주 삼양내츄럴스 지분은 전 전 회장 부부가 63.3%, 에스와이캠퍼스가 26.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에스와이캠퍼스는 전병우 이사가 13세이던 2007년 설립한 회사로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음에도 그 실체가 모호하다. 전 전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에스와이캠퍼스의 심의전 대표는 전인장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심의전 대표는 2010~2018년 삼양식품이 운영하는 삼양이건장학재단 이사를 맡았고, 한때 삼양농수산 대표직도 맡았다. 또 삼양식품에서 포장부문이 분사한 라면 포장지 업체 테라윈프린팅 대표도 맡고 있다. 비록 외부 인물이지만 심 대표는 그룹 경영 곳곳에 깊숙이 개입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테라윈프린팅은 삼양식품에서 안정적으로 일감을 받을 수 있어 오너 일가의 자금 마련 창구라는 의혹을 받아온 회사다. 설립 초기 테라윈프린팅은 에스와이캠퍼스와 심 대표가 지분을 반씩 보유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그룹 일감을 몰아 받을 수 있는 테라윈프린팅을 세워 오너 3세의 승계자금을 마련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삼양식품이 알짜 사업 부문을 굳이 분사한 배경에도 의문이 증폭됐다.
논란이 커지자 에스와이캠퍼스는 2012년 테라윈프린팅 지분을 정리했다. 삼양식품 측은 “사업부문 분사가 너무 오래 전 일이라 당시의 정확한 이유는 알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경영 투명성에 빨간불?
그룹 안팎의 지적에도 삼양식품의 오너 일가와 측근들의 협력관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최근에는 경영진을 견제해야 할 삼양식품 사외이사가 심 대표와 함께 대부업체를 설립하고 나선 점이 포착됐다. 지난해 삼양식품 사외이사로 선임된 A 씨는 ‘테라윈자산대부’에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심 대표가 4월 설립한 테라윈자산대부는 자산관리, 대부업 등을 사업 목적으로 한다. 공교롭게도 테라윈자산대부, 에스와이캠퍼스는 모두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을 사무실로 두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양식품의 이러한 모양새가 경영 투명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사외이사가 오너 측근 회사의 사내이사를 맡는 것이 이례적이고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이 날로 강조되고 있는데 하물며 상장사인 삼양식품은 시대에 역행하는 경영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며 “사외이사가 오너 측근 회사에서 등기임원을 맡는다면 주주들이 사외이사가 오너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한다고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A 씨는 “사외이사의 독립성이라는 부분이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우며 현재 오너 일가가 모두 경영에서 퇴진해 그 어느 때보다 오너 일가의 경영 간섭을 받지 않는다”며 “사외이사로서 어떤 상황에서도 독립성에 반하는 의결을 하지 않았다고 자신한다. 독립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운운하는 건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과거 문제가 됐던 오너 일가의 회사들은 대부분 청산 절차를 밟았다”며 “사외이사가 전 회장 측근과 별도의 회사를 차린 것은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다. 다만 개인들 간의 일이니만큼 회사가 별도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