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룹 아이콘의 전 리더 비아이의 마약 사건 공익제보자를 협박한 혐의를 받는 양현석 전 YG 대표프로듀서. 사진=최준필 기자
이 사건의 공익제보자이기도 한 한 씨는 사건 발생 당시 경찰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YG엔터테인먼트 사옥으로 불려가 양 전 대표를 만났고, “비아이에게 마약을 건넸다”는 진술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협박성 발언을 들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실제로 한 씨는 양 전 대표를 만난 시기를 기점으로 이 직후 이뤄진 3차 피의자 신문에서 앞선 진술을 모두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현석 전 대표는 한 씨의 주장을 두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반박해 왔다. 그를 만난 적은 있지만 협박이나 회유는 없었다는 게 양 전 대표의 주장이다. 당시 한 씨를 YG 사옥으로 불러온 사람은 YG엔터테인먼트의 직원 김 아무개 씨였는데, 그가 알아서 한 씨를 불러왔을 뿐이지 자신의 지시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후 진행된 김 씨의 경찰 조사에서 반전이 이뤄졌다. 김 씨가 직접 “양 전 대표의 지시로 한 씨를 사옥으로 불렀다”고 진술한 것. 양 전 대표와 김 씨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양 전 대표의 완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 사건은 지난 4월 수원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으나 5월 11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사건을 넘겨받았다. 사건 관계자들의 주거지를 고려해 관할 지역인 서울중앙지검이 맡도록 한 것이라고 알려졌지만, 내부적으로는 한 씨의 사건 수사를 담당한 용인동부경찰서와 수사를 지휘한 수원지검의 부실수사 의혹 때문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공익제보자 한 씨를 YG 사옥으로 불러온 YG 소속 직원은 “양 전 대표의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최준필 기자
YG의 요청에 따라 한 씨를 외국으로 도피시키려 한 한 씨의 전 소속사 대표도 수사 대상이다. 앞서 지난 6월 4일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소속사 대표는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이 아무개 회장(53‧수배중)으로 드러났다.
이 회장은 YG 측 요청을 받고 한 씨에게 “미국에 나가 있는 게 좋겠다”며 도피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 회장에게 이 같은 요청을 한 YG 측 일본 활동 담당 관계자 강 아무개 씨도 양 전 대표와 함께 현재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기소 의견 송치됐다. 검찰은 양현석 전 대표가 이 사건과 관련해서도 직간접적인 지시를 내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아이 마약 투약·구매 의혹에서 시작된 이 사건에서 현재까지 양 전 대표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범인도피 교사 △업무상 배임 등이다. 이 중 업무상 배임은 한 씨를 협박·회유하는 과정에서 변호사 비용을 YG 회사 돈으로 처리한 혐의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이미 경찰 조사 단계에서 사건 관계자의 진술과 직간접 증거자료 등이 모두 확보된 것으로 안다”며 혐의 입증에 자신을 보였다. 두 혐의 모두 관계자들이 양현석 전 대표 또는 YG의 교사를 진술하고 있는 만큼 이를 뒤집을 만한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양 전 대표의 기소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