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지역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실적 부진 속 한남3구역의 주인공은?
6월 21일 강북 최대 재개발 사업인 서울 용산 한남3구역 재개발 시공사가 결정된다. 한남3구역 재개발은 한남동 일대 38만여㎡에 총 5816가구를 짓는 대규모 정비사업으로 공사비만 약 2조 원에 달한다. 올해 정비사업 ‘수주킹’은 한남3구역을 차지한 건설사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이 한남3구역을 수주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정비사업 실적이 예년보다 떨어진 GS건설과 대림산업은 한남3구역이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GS건설은 지난 1월 공사비 3287억 원 한남하이츠 재건축을 따내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지만, 그 이후 수주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5곳의 시공권을 따내 1조 6890억 원의 수주고를 올려 3위를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대림산업은 올해 3곳의 시공권을 따내며 총 누적 수주액이 5387억 원이다. 2018년 10곳의 시공권을 따내 2조 2061억 원의 수주고를 올리며 1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9299억 원으로 줄어든 이후 올해 역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
도시정비사업 경험이 풍부한 GS건설과 대림산업은 경험이 비교적 짧은 포스코건설과 5년 만에 돌아온 삼성물산과의 대결에서도 패배했다. 지난 5월 28일 GS건설 텃밭이라 불리는 반포 지역의 신반포21차 재건축 시공사 선정 투표에서 포스코건설에 패배했다. 신반포15차 재건축을 수주해 신반포 지역에 ‘아크로 타운’을 건설하려는 대림산업의 계획은 지난 4월 23일 삼성물산에게 패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삼성물산은 신반포15차를 시작으로 8087억 원의 사업비로 강남 재건축 대어로 꼽힌 반포3주구까지 수주했다.
특히 주택사업은 GS건설과 대림산업 매출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공시에 따르면 전체 사업 중 주택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림산업 55.4%, GS건설 54%다. 도시정비사업은 주택사업 실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번 한남3구역 수주가 중요한 이유다.
#물량 감소로 인한 수주 전략 다각화
GS건설과 대림산업은 손을 잡고 수주에 나서기도 했다. 인천 십정5구역 재개발사업 입찰에 대림산업을 주관사로 GS건설, 두산건설 등 3곳이 컨소시엄(퍼스트 사업단)을 구성했다. 당초 롯데건설,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16곳이 입찰설명회에 참여해 대형 건설사 간 경쟁이 예상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퍼스트 사업단과 한화건설만 참여해 양자 대결이 형성됐다.
인천 십정5구역 한 조합원은 “대형 건설사들이 단독으로 참여해 3~4개 건설사가 경쟁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컨소시엄이 구성돼 두 곳으로 압축돼 경쟁하게 됐다”며 “특히 두산건설이 오래전부터 입찰을 위해서 고생을 많이 했지만, 단독으로는 힘들었을 텐데 두 건설사와 함께한다니 다행이다”고 말했다.
GS건설과 대림산업은 여타 대형 건설사처럼 수주 전략을 다각화하고 있다. 인천 십정5구역처럼 중견·중소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으로 수주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규모도 중요하지 않다. 대림산업은 제주 탐라빌라 소규모 재건축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서울 종로구 대림산업 본사. 사진=일요신문DB
특히 수도권이 아닌 지방의 도시정비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수주 1~2위를 다투는 롯데건설과 현대건설은 지방 사업 덕을 톡톡히 봤다. 롯데건설은 약 5000억 원 규모의 대형 사업인 부산 범일2구역 재개발사업을 단독으로 따냈다. 현대건설은 부산, 강원도 원주, 대전 등 3곳에서 총 8249억 원 규모의 정비사업을 수주했다. 이런 가운데 대림산업도 현대엔지니어링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1680억 규모의 청주사직1구역을 수주했다. GS건설은 하반기 부산에서만 문현1구역과 대연8구역, 수안1구역, 우동1구역 등의 입찰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정비사업 물량이 줄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실제 도시정비사업 규모는 2017년 28조 5000억 원에서 2018년 23조 3000억 원, 2019년 17조 3000억 원으로 줄었다. 올해 규모는 지난해 수준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 매출에서 정비사업 역할이 큰데 남은 사업장이 얼마 없다 보니까 수주를 따내기 위한 경쟁이 과열되면서 과거와 달리 수주 전략이 바뀌고 있다”며 “이것저것 따지기보다는 수익이 된다면 어제의 적이 동지가 되기도 하고 작은 사업장에도 대형 건설사가 참여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코로나19에 정부 규제까지 첩첩산중
올해는 국내 정비사업 수주가 더 중요한 시기다. 먼저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실적을 하반기에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코로나19가 유럽과 미국 등에 이어 중동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어 발주 환경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8월에는 서울에서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는 재개발 예정 구역에서 임대주택 의무공급 비율이 기존 최대 20%에서 최대 30%로 높아진다. 일반주택 분양이 줄고 임대주택 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수익이 줄어든다는 걸 의미한다. 이 밖에도 △7월 28일 분양가상한제 △8월 전매제한 등의 규제가 강화될 예정이다.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임대주택 의무공급 비율이 증가하면 조합에서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이익이 별로 나지 않는다고 판단하게 된다”며 “결국 도시정비사업 규모는 지금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시장에서 수요는 증가하는데 정부 규제 강화로 공급량을 늘릴 수 없게 되니까 집값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해외수주 실적을 기대할 수 없어서 국내 정비사업 매출이 중요하게 됐다”며 “특히 하반기 정부 규제 예정되어 있다 보니까 상반기 정비사업을 수주하기 위해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정비사업 규모가 점차 줄어드니 대형 건설사들이 소규모 사업장부터 지방 물량까지 수주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