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의 조사 결과가 나오며 미래에셋그룹은 오너리스크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그러나 일요신문 취재결과 박 회장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미래에셋펀드서비스 관련 일감 몰아주기 제보가 여전히 공정위 시스템에 등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금융정의연대, 민주노총 등 관계자들이 지난 6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앞에서 공정거래법 위반을 주장하며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요청권 행사 촉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일요신문 취재결과 박현주 회장이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미래에셋펀드서비스 관련 일감 몰아주기 제보가 여전히 공정위 시스템에 등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시스템에 제보가 등재돼 있다는 것은 공정위가 관련 내용을 인지하고, 추후 모니터링할 계획이 있다는 의미다. 법 위반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추가 제보 및 증거가 확보되면 조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결국 미래에셋그룹은 오너 사익편취 리스크를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셈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 하나의 제보에 관해 언급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공정위는 앞서 미래에셋그룹 일감 몰아주기 조사 당시 미래에셋펀드서비스도 함께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제재는 미래에셋컨설팅이 운영한 블루마운틴CC와 포시즌스호텔에 대한 계열사들의 지원 및 거래에 국한됐다.
공정위 시스템에 등재된 제보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계열회사인 미래에셋펀드서비스에게 일반사무수탁보수를 과다하게 지급하는 방법으로 부당 지원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공정위는 2019년 12월 한 제보자로부터 관련 내용을 접수 받고 지난 1월 추가로 증거자료를 받았다. 공정위는 추가 자료를 제출받고 제보자에게 “동 자료를 토대로 추가 모니터링 및 면밀한 검토 후 사건등록 및 조사 착수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래에셋펀드서비스는 미래에셋컨설팅이 지분 100%를 보유한 사무수탁회사다. 특수관계인이 미래에셋컨설팅을 보유(지분 91.86%)하고 있는 만큼 ‘오너일가→미래에셋컨설팅→미래에셋펀드서비스’로 지배구조가 이어진다. 또 미래에셋펀드서비스는 미래에셋캐피탈 지분 9.49%, 미래에셋생명 지분 0.39%를 보유해 오너일가의 지배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미래에셋펀드서비스는 미래에셋그룹의 자산운용 계열사들이 운용하는 펀드 관련 사무처리, 기준가 산정 등의 업무를 맡아 사무수탁보수를 받는다. 지난해 기준 계열사 간 용역거래현황을 살펴보면 미래에셋펀드서비스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의 거래에서 32억 3200만 원, 미래에셋대우 5500만 원, 멀티에셋자산운용 46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총 국내 매출액 158억 원 6200만 원 가운데 21%가량의 매출(33억 3300만 원)이 내부거래에서 발생했다. 해외 매출액 1억 4200만 원의 경우 전액을 해외계열사 ‘Mirae Asset Global Investments(미래에셋 글로벌 인베스트먼츠)’에서 올렸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자산 5조 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에서 총수 일가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사(비상장사 20%)의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 원을 넘거나 연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공정위의 규제 대상이 된다. 미래에셋펀드서비스의 경우 연 매출 가운데 21%를 내부거래를 통해 올리고 있으나 총수 일가가 아닌 총수 일가 소유의 미래에셋컨설팅이 지배하고 있어 공정거래법상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만 공정위가 현재 추진 중인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앞서 미래에셋펀드서비스는 계열사로부터 동종업계 타사보다 2배가량 높은 보수를 받아 영업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았다. 2018년 5월 국내에서 관리되는 펀드 6207개를 기준으로 미래에셋펀드서비스가 관리하는 펀드의 경우 보수율 3.0bp(1bp=0.01%포인트) 이상을 받는 펀드 비율은 58.12%였다. 반면 타사의 경우 3.0bp 이상 받는 펀드 비율은 5.13%에 불과하다.
이에 당시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보수는 투자대상에 따라 다르고, 대체투자나 해외펀드 투자보수가 복잡하고 어려워 보수가 더 높다”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펀드 비중이 업계보다 높아 사무수탁 보수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투자대상이 비슷한 펀드에서도 운용사에 따라 미래에셋펀드서비스의 보수율이 달랐다. 미래에셋펀드서비스가 비슷한 상품을 관리하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할 경우 더 높은 보수율을, 타 회사가 운용할 경우 더 낮은 보수율을 보였다.
미래에셋펀드서비스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미래에셋TIGER200금융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에서 0.03% 일반사무수탁보수를 받았다. 그러나 케이비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비슷한 상품 ‘KBKBSTAR200금융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에서는 0.02%의 일반사무수탁보수를 받았다. ‘미래에셋TIGER200에너지화학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과 ‘KBKBSTAR200에너지화학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에서도 미래에셋펀드서비스는 각각 0.03%, 0.02%의 일반수탁보수를 받았다. ‘미래에셋TIGER200중공업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과 ‘KBKBSTAR200중공업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을 비교했을 때에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
미래에셋펀드서비스 외에도 국내에서 펀드 사무관리 사업을 하는 회사는 신한아이타스, 하나펀드서비스, 우리펀드서비스, 예탁결제원, 한국펀드서비스 등 11곳이 있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6월 10일 기준 미래에셋펀드서비스가 관리하는 펀드의 수는 1362개, 펀드의 순자산총액은 65조 3879억 원이다. 관리하는 펀드의 수로 따질때 동종업계 1위 신한아이타스(6611개)와 하나펀드서비스(2767개), 우리펀드서비스(1463개)를 이어 네 번째로 많다.
펀드 수로 비교해보면 미래에셋펀드서비스와 규모가 비슷한 곳은 우리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한 우리펀드서비스다. 미래에셋펀드서비스의 지난해 영업수익은 160억 449만원, 우리펀드서비스는 108억 1590만원이다. 그러나 두 회사의 영업이익은 큰 차이를 보인다. 미래에셋펀드서비스의 영업이익은 81억 8148만 원, 우리펀드서비스의 영업이익은 21억 5651만 원이다.
이와 관련,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자산운용사들이 각자 계열사에 사무수탁을 맡기고 있다”면서도 “미래에셋펀드서비스의 경우 특별한 차이점이 없음에도 불구,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에서는 더 많은 보수를 챙긴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보수율을 다르게 측정한 이유는 미래에셋펀드서비스가 알 것”이라며 “미래에셋펀드서비스가 특별한 이유 없이 더 많은 보수를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시정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