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범 변호사는 2012년 ‘이명박 정부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 사건’ 특별검사를 맡아 수사 능력을 보여준 바 있어 “능력은 충분하다”는 평이다. 사진은 특별검사 시절 수사 결과 발표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
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현 정권과 가까운데다 친형인 이상훈 전 대법관의 존재 등을 토대로 문재인 정부 들어 굵직한 사건을 거의 ‘싹쓸이’하다시피 했다는 게 법조계 평이다. 이광범 변호사를 선임하는 기업인들도 많았다. 그만큼 최근 3~4년 동안 수익이 엄청날 것이라는 후문이다. 최소 수십억 원으로 예상되는 수입이 공개되면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이광범 변호사도 이를 의식, LKB파트너스에서 아예 이름을 뺐다. 이 변호사는 3월 LKB파트너스에서 대표 직함을 내려놓았는데, 비슷한 시기에 지분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 공수처장행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력 갖춘데다 정권 가깝다는 평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거쳐 사법연수원 13기로 법관이 된 이광범 변호사. 그는 현재 서초동의 대표적인 전관이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인 그는 노무현 정부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 비서실장, 대법원 사법정책실장, 법원행정처 인사실장 등 법원 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상훈 전 대법관이 친형인데, 법원 내에서는 “둘이 형제가 아니었다면 이광범 변호사도 대법관이 됐을 것”이라는 평이 나왔을 정도였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속한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이광범 변호사는 2012년 법원을 떠난 직후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사건의 특별검사를 맡으며 수사 실력도 입증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정권과 가깝다’는 평과 함께 법원 출신 대표 전관 변호사로 떠오른 것이 되레 약점으로 작용한다. 자녀 입시 비리 및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 중인 조국 전 장관과 정경심 교수를 변호하고 있고,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지사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이재명 경기지사 형사 사건도 이광범 변호사가 맡고 있다.
최근에는 ‘조국수호’ 촛불집회를 개최한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개국본) 이종원 대표의 변호도 맡았다. 후원금 관련 의혹으로 고발돼 이뤄지고 있는 경찰 수사 대응을 이광범 변호사가 수임한 것이다. 진보 진영 인사들의 형사 사건을 도맡고 있는 만큼, 야당의 견제가 심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그 사이 벌어들인 엄청난 수익이 공개될 경우 논란이 될 수 있다. LKB파트너스는 이광범 변호사와 정권이 가깝다는 풍문을 활용해, 사건 선임을 적극적으로 했다는 후문이다. 한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최근 2~3년 사이, 공격적 영업 과정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엄청나다고 들었다”며 “아마 과거 홍만표 변호사 때처럼 일반 변호사들은 상상할 수 없는 수익을 벌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이름만 올리고 사건을 구체적으로 변호를 하지는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전관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공수처 7월 출범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시간이 빠듯한 상황인데, 심지어 국회 원 구성 문제로 여야 대립이 심화하면서 가장 중요한 공수처장 임명도 차일피일 일정이 밀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발의한 공수처 설치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될 당시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늦어지는 공수처 출범
그 외에는 검찰 출신 신현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사법연수원 16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부회장을 지낸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19기) 등이 거론되지만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한때 여성 법조인이 초대 공수처장을 하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평과 함께 김영란 전 대법관, 이정미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 등도 거론됐지만, 둘 다 언론 등을 통해 고사의 뜻을 내비쳤다.
한편, 공수처 7월 출범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시간이 빠듯한 상황인데, 국회 원 구성 문제로 여야 대립이 심화되면서 공수처장 임명도 차일피일 일정이 밀리고 있다.
지난 1월 공포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후보추천위원회가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가운데 1명을 지명한 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법만 제정됐을 뿐 후속 조치를 위한 절차와 규정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공수처장 임명에 있어 후보추천위원회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공수처법상 국회규칙으로 둬야 하는데, 전혀 정하지 않았다. 당연직 위원 외에 여야가 각각 2인씩 추천하는 후보추천위원도 미정이다. 공수처장 추천 이후 인사청문회 절차 관련 규정도 갖춰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논의해야 할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 여부를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야당의 협조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야당 측 후보추천위원 2명이 동의하지 않고 버티면 아무리 거대 의석을 가진 여당이라 해도 단독으로 밀어붙일 수 없는 구조다. 7명의 추천위원 가운데 6명 이상이 찬성해야 의결이 가능하다.
7명 중 당연직 위원이 되는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3명과 여당 측 위원 2명이 모두 한목소리를 낸다고 해도 야당 측 위원 2명이 반대하면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검찰 출신의 변호사는 “현재 여야 갈등이 심한 상황에서 공수처장 후보자 공모부터 추천위원회 의견 수렴, 차장검사와 일반검사, 수사관 지원 및 임명 일정까지 고려하면 공수처의 7월 출범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