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 여성이 집에서 음식이나 빨래를 하거나 운동을 하는 등 날것 그대로의 일상을 보여주는 일명 ‘아줌마 브이로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음란성을 이유로 ‘노란딱지’가 붙은 영상을 유료 회원에게 공개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기도 한다. 아줌마 브이로그 한 장면과 유튜브 ‘노란딱지’ 합성. 사진=김형미 디자이너
영상 배경은 주로 집안이다. 거실 소파엔 옷가지가 널려 있고, 식탁엔 반찬이 반쯤 남은 그릇이 놓여있다. 반바지에 큰 티셔츠를 입은 편안한 모습의 중년 여성이 등장한다. 일명 ‘아줌마 유튜버’다. 아줌마 유튜버들은 자신을 기혼 여성, 유부녀 등으로 소개한다. 이들은 삶의 연륜이 묻어나는 조언을 해주는 영상이나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브이로그 영상을 채널에 올린다.
이들은 특정 신체 부위만 노출하면서 이불 빨래, 장난감으로 초토화된 거실 청소, 욕실 청소, 홈트레이닝 등 일상을 보여준다. 딱딱한 말투와 엉성한 표정 등으로 얼핏 어설퍼 보이기도 하지만 이 유튜브 채널은 조회 수 10만 회가 넘는 영상이 부지기수이며 150만 회가 넘는 영상도 있다.
일상을 보여주는 영상만 있는 건 아니다. 일부 아줌마 유튜버는 슬쩍슬쩍 노출 수위를 높이거나 ‘욕실에 윗집 신혼부부의 신음 소리가 들린다’는 등의 성적인 부분을 자극하는 노골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 신체 특정 부위가 부각되게 운동을 하거나 욕실에서 샤워하는 영상을 찍는 식이다. 이를 본 구독자들은 댓글에서 “OO 유튜버님이 본때를 보여주면 되겠다” “내가 도와주겠다” “다리가 예쁘다”는 등의 희롱 섞인 말을 쏟아내기도 한다.
노출 수위가 강해서 ‘노란딱지’ 제재를 받은 영상을 따로 모아 유료 회원제를 도입해 수익을 얻는 아줌마 유튜버까지 등장했다. 돈을 낸 구독자에게 유튜브에서 일부 편집된 영상을 ‘무삭제 버전’으로 제공한다. 무삭제 버전의 노출 및 음담패설의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 알려지진 않았다.
일부 아줌마 유튜버는 애초에 유튜브 자체 유료 구독자 시스템인 ‘채널 멤버십’을 활용하다가 유튜브가 이를 제약하자 아예 다른 플랫폼을 통해서 유료 구독자를 모집하고 있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특정 기부 채널을 통해 돈을 넣은 뒤 메신저 아이디를 남기라는 등의 방법을 공지해둔다.
‘노딱 영상’ 유료 회원제 운영은 흡사 성 착취 영상을 공유했던 ‘N번방’이나 아동 청소년들의 자위 영상 판매와 비교된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피해자의 성 착취 영상을 공유하는 N번방보다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자위 영상을 돈을 주고 파는 형태와 비슷하다고 보인다”며 “법적 문제가 될 소지도 분명 있어 보이지만 그에 앞서 성적 이미지나 동영상을 당연하게 소비하고 판매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문화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의 변호사는 “성기가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신체를 촬영해 원하는 사람에게 판매했기 때문에 당장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면서도 “현재의 성매매 관련법으로 디지털 상에서 발생하는 성 관련 문제를 판단하기에 부족하다. 법 개정과 사회적 논의를 통해 불법과 합법의 기준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튜브코리아는 유튜버의 불법 혹은 가이드라인 위반을 강력하게 제재하겠다는 입장이다. 유튜브코리아 관계자는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에는 유튜브 사이트 내 허용되는 콘텐츠들에 대한 내용을 명확히 표시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신고한 콘텐츠를 담당 팀이 리뷰하며,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고 판단된 콘텐츠는 삭제된다. 반복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사용자의 계정은 해지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현광 기자 mu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