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최근 냉동·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를 이용해 800만 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취한 고객 A 씨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고소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익명을 요구한 쿠팡 내부 관계자는 “최근 신선식품을 회수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신선식품을 주문한 뒤 환불하는 방식으로 800만 원 이상을 착복한 고객을 고소했다”며 “신선식품은 회수하면 다시 팔 수 없기 때문에 무조건 폐기처분해야 한다. 처분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회수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산 지 한 달이 지난 제품을 환불해달라거나 고가의 제품을 주문했는데 빈 박스가 왔다는 등의 ‘블랙컨슈머’가 늘고 있다. 해당 고객의 소비 기록을 살펴보고 블랙컨슈머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TF(태스크포스)를 내부적으로 꾸렸다”고 덧붙였다.
쿠팡은 마켓컬리에 이어 로켓프레시라는 이름으로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었다. 유료 멤버십인 ‘로켓와우’에 가입한 고객이 밤 12시 이전에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쿠팡은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상품을 배달해준다.
쿠팡은 신선식품에 ‘무조건 환불과 무회수’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신선식품을 환불하려면 특정 사유를 선택해야 하지만 어떤 사유를 선택하든 10분 내로 환불을 해주고 있어 사실상 무조건 환불 정책이다.
문제는 쿠팡이 환불된 신선식품을 회수하지 않으면서 발생하고 있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쿠팡은 신선식품을 회수하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신선식품은 재판매가 어렵고, 별도의 폐기처분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사실상 고객에게 폐기처분 비용을 전가하는 셈이다.
쿠팡이 회수하지 않아 고객 집 앞에서 부패한 고기. B 씨는 고객센터에 회수를 요청했지만 3일째 회수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쿠팡이 물건을 회수하지 않는 경우 신선식품은 고객 집 앞에서 부패한다. 고객은 임의로 신선식품을 먹거나 폐기처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환불한 물건을 고객이 임의로 처분했을 경우 법적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법무법인 현재 김가람 변호사는 “일단 환불한 물건의 소유권은 판매자에게 넘어간다. 판매자가 소유권을 포기한 것이 명백하거나 고객이 물건을 보관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고객이 임의로 처분해선 안 된다”며 “쿠팡이 공식적으로 공지를 하면 명백히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을 텐데, 신선식품을 회수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할까 봐 쿠팡이 따로 공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반품한 신선식품을 고객이 임의로 처리하라’는 공지를 하고 있지 않다. 다만 신선식품을 반품한 뒤 취소목록에 ‘회수 불필요’라는 알림을 기재해둔다. 신선식품을 폐기처분하기 곤란한 경우 고객센터에 따로 연락을 해서 수거를 재차 요청해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평소 로켓프레시로 신선식품을 주문하던 B 씨는 “고기 등의 신선식품을 주문한 뒤 필요 없어져서 당일 환불했다. 돈을 돌려받았지만 동시에 식품이 그대로 배달됐다”며 “찝찝한 마음에 손을 대지 않았고, 며칠이 지나도 수거해 가지 않았다. 고객센터에 수거 요청을 했지만 3일째 깜깜무소식이다. 내용물이 부패했는데 왜 내가 처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쿠팡 관계자는 횟수, 금액 등 블랙컨슈머 판단 기준을 묻는 질문에 “쿠팡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객 경험을 저해하는 불법 혹은 부적절한 제품의 판매, 반품제도를 악용한 어뷰징 등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조치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현광 기자 mu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