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면서 암울한 그림자는 더욱 커져가고 있다. 특히 음지에서의 스폰서 제안이 급증하고 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여성 실루엣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하다. 사진=일요신문DB
몇 년 전 데뷔했지만 별다른 주목은 받지 못했던 걸그룹 멤버가 들려준 충격적인 얘기다. 데뷔 당시 만났을 때 이들은 당찬 각오를 보이며 자신들의 꿈을 얘기했었다. 그렇지만 짧은 방송 활동 후 행사 무대를 전전하며 몇 달 정도 더 활약을 이어가다 휴식기에 들어갔다. 사실 지난 몇 년 새 가요계에 걸그룹 열풍이 이어지며 크게 성공한 걸그룹도 몇 있지만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걸그룹이 훨씬 많다. 잠깐이라도 주목을 받아 이름을 알리는 것 자체가 힘들 정도다. 새 음원으로 다시 한 번 가요계에 도전장을 내려 했던 이들은 코로나19로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스폰을 제안하는 브로커의 연락이 온 것이다.
이들처럼 신인 걸그룹이나 가수들을 연습시켜 데뷔시키는 소형 연예기획사들도 요즘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 소형 연예기획사 대표의 말이다.
“아이돌이 가요계의 대세가 된 지 10년이 훌쩍 지난 것 같다. 그 사이 수많은 걸그룹과 보이그룹이 생겼다 사라졌고 데뷔조차 못하고 오랜 기간 연습생 생활만 하다 떠난 이들도 많다. 데뷔를 포기하고 업계를 떠나는 연습생 가운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친구들 가운데에는 유흥업소로 간 경우도 있다. 데뷔는 했지만 뜨지 못한 걸그룹 출신은 그나마 연예인 스폰서 브로커에게 연락이 오기도 한다. 스폰서라기보다는 사실 일회성 성매매 제안이 대부분이다. 브로커들이 포주가 돼 그런 만남을 주선하고 또 할 의향을 보이면 또 다른 성매수자를 찾아주는 형태라고 들었다. 안 그래도 요즘 그런 제안이 급증하고 있다는 얘길 자주 듣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제적인 어려움에 봉착하면서 과거 같으면 꿈을 위해 거절했을 스폰서 제안에 흔들리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게 연예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여전히 텐프로나 룸살롱 등 유흥업소를 찾기가 꺼려지는 상황이라 유흥업소 접대를 대신할 연예인 스폰서 시장의 수요도 많아졌다. 그렇다고 이들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이나 신인 연예인에게만 이런 제안이 급증한 것은 아니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이사의 설명이다.
한 여배우의 죽음을 통해 스폰서 등 연예계의 암울한 현실을 다룬 영화 ‘노리개: 그녀의 눈물’의 한 장면.
“요즘 연예인 성매매 브로커라는 사람들이 연예계를 잘 아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예전처럼 이쪽에 발이 넓어 알음알음 연예인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아니라 여기저기 다 찔러보는 이들이 많아진 것 같다. 수요가 존재하는 이상 그런 브로커는 당연히 존재한다. 여기저기 찔러보다 한두 명만 응해도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의 SNS로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보내는 방식부터 어떻게 연락처를 수소문해 직접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는 등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는 것 같다. 유명세는 어느 정도 있지만 인기까지 얻지는 못한, 그래서 이름이나 얼굴은 알지만 요즘 근황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여자 연예인들에게 브로커들의 접근이 잦다.”
마구잡이로 스폰서 제안을 해 반대로 연예인들이 이를 폭로하는 사례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만 해도 벌써 두 번이나 연예인들이 스폰서 제안을 폭로하며 불쾌감을 표시한 사건이 있었다. 배우 장미인애와 쥬얼리 출신 조민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연예계에선 이런 제안에 응하는 연예인이 많아질 경우 결국 수사기관에 적발돼 또 다시 스폰서나 성매매 논란이 불거질 위험성이 커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