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한 쿠팡이츠를 필두로 여러 기업이 배달 앱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사진=일요신문DB
#후발 배달 앱의 속도전
지난 6월 15일 쿠팡이츠는 서울 전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기존 강남 3구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던 것을 확대한 것이다. 6월 1일 동대문구·종로구, 6월 8일 강북구·성북구·중랑구, 6월 15일 노원구·도봉구까지 서비스 지역을 빠르게 넓혀가며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한소희 씨를 모델로 5년여 만에 광고도 시작했다.
쿠팡이츠는 서비스 확대를 위해 지난해부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엔지니어, 마케팅, 디자인 등 각 분야 전문가 영입 등을 시작으로 올해 2월엔 배달원 기본수수료를 1건당 1만 8000원까지 지급했다. 업계 배달 수수료 평균 단가가 3000원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6배에 달하는 액수다. 이는 1만 5000원 상당의 할인 쿠폰을 회원들에게 배포하면서 주문이 몰릴 것을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즉 주문 1건 당 3만 원 이상의 마케팅 비용을 집행해 배달원과 이용자 두 마리 토끼를 노린 것이다.
5월에 선보인 ‘띵동’은 업계 최저인 2% 수수료를 들고 나왔다. 현재 서울 관악과 송파, 성동, 동작구와 부산 진구 등 5곳을 전략 지역으로 삼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 온·오프라인 업체들의 도전도 뜨겁다. 배달 서비스 성장성을 보고 여러 기업에서 배달 앱을 출시하고 있다. 지난 2월 10일 롯데GRS는 ‘롯데잇츠’ 앱을 출시해 기존에 롯데리아만 가능했던 배달서비스를 엔제리너스, 크리스피크림도넛, TGI프라이데이스, 빌라드샬롯 등 5개 브랜드로 확대했다.
SPC그룹은 통합 멤버십 해피앱을 통해 던킨 도너츠를 배달하고 있다. 올 2월 배달 가능 품목을 80개로 확대했다. 지난해 12월 위메프오는 이용자와 입점업체를 사로잡기 위해 최소 2년 동안 중개수수료를 인상하지 않는 ‘착한 배달’을 도입했다. 위메프오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입점업체는 2만 5000개까지 늘었으며 거래액도 오픈 첫 달 대비 25배까지 증가했다.
던킨의 한 관계자는 “모바일 배달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 안전한 먹거리 문화를 추구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던킨만의 배달 제품 및 판매 채널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춤한 1위가 흔들리는 사이…
후발주자들이 공격적인 베팅에 나선 배경으로 국내 시장을 장악한 배달 앱 3사(배달의민족·요기요·배달통)가 외풍에 시달리며 주춤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결합을 심사 중인 배달 앱 3사의 ‘갑질’을 연이어 적발하며 압박하고 있다. 지난 6월 2일에는 음식점에 최저가보장제를 일방 적용해 음식점의 가격결정권을 침해한 요기요에 과징금 4억 6800만 원을 부과했다. 6월 9일에는 ‘배달의민족 서비스 이용약관’을 심사해 4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조항을 시정토록 했다.
배달 서비스 시장의 성장성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에 따르면 배달 앱 이용자는 2013년 87만 명에서 지난해 2500만 명으로 늘었다. 배달음식 시장의 규모는 2018년 약 20조 원으로 성장했다. 국내 배달 앱 결제 규모만 2013년 3676억 원에서 2018년 3조 원으로 5년 만에 8배 이상 커졌지만, 여전히 전체 배달 시장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5%대로 성장성이 충분하다. 특히 올해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배달 서비스 규모가 더 확대됐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후발주자들이 공격적인 베팅에 나선 배경으로 국내 시장을 장악한 배달 앱 3사(배달의민족·요기요·배달통)가 외풍에 시달리며 주춤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사진=이종현 기자
#공공 배달 앱의 활약도 변수
이런 가운데 공공 배달 앱의 확산 여부가 시장 경쟁 구도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배달 앱의 급격한 성장의 이면에는 수수료 논란을 비롯한 불공정에 대한 문제가 늘 따라 붙었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배달 앱에 입점한 사업자의 39.6%가 불공정거래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공공 배달 앱이 꼽힌다.
공공 배달 앱에 대한 기대는 소비자 인식도 우호적이다. 지난 4월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배달서비스 트렌드 리포트 2020’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67%가 공공 배달 앱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고 66%가 향후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지방자치단체는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 낮은 수수료와 광고비 0원 등을 내걸고 공공배달 앱 사업에 나서고 있다. 전북 군산시는 ‘배달의 명수’라는 공공 배달 앱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인천시 서구도 올해 1월 ‘배달서구’를 선보이고 운영업체와 시스템 개선 등을 거쳐 5월부터 운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경기도, 강원 춘천시, 경남 양산시, 서울 광진구, 울산 울주군, 전북 익산시 등도 앱 개발을 검토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한 관계자는 “배달 앱이 단순히 배달주문을 중개하는 ‘오픈마켓’ 형태로 사업 체질을 변경하면서 사업 운영상 각종 위험부담과 책임을 배달앱 가맹점에 일방적으로 전가하고 있다”며 “배달 앱 플랫폼 사업자와 가맹점인 소상공인 간 책임분담 기준 마련 등 공정한 거래 관계 구축을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