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부동산 예능 ‘구해줘! 홈즈’는 부동산 중개 과정을 예능으로 만든 방송이다. 출연진이 의뢰인을 대신해 생활패턴, 선호 지역, 자금 등의 조건을 고려해 집을 구하고 이 과정을 카메라에 담는다. 시청자들은 앉은 자리에서 남의 집을 구경하고 여러 지역의 시세 정보까지 얻을 수 있으니 매 화가 인기다.
높아지는 인기와 동시에 문제점도 발생했다. ‘방송 이후 집값이 상승했다’ ‘한 집주인은 실제 계약은 하지 않고 홍보 효과만 누렸다’ 등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부동산 예능이 집값 상승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방송이 실제 부동산 시장에 미친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해당 지역 부동산을 통해 알아봤다.
#지방‧전원주택 편견 없앤 부동산 중개 예능
‘구해줘! 홈즈’ 공식 포스터. 사진=MBC 홈페이지
일요신문 취재 결과, 부동산 중개 예능이 지방 부동산 거래량 증가에는 일부 영향을 미쳤을 수는 있으나 특정 지역 집값 상승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방송에 나온 지역의 부동산 실거래가를 비교해 보니 방송 이후 집값이 폭발적으로 상승한 지역은 거의 없었다.
경기도 광주시의 공인중개사 A 씨는 “3개월 전 방송에 나온 주택의 경우 3억 5000만 원으로 소개됐는데 이와 비슷한 조건의 집들이 현재도 3억 원대 중반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이번 달 초에는 방송에 나온 것과 비슷한 구조의 집이 급매로 3억 4000만 원에 나왔다. 한 신혼부부가 살던 집인데 아이 문제로 서울로 가게 됐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송 지역인 춘천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B 씨 역시 “방송 자체가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줬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지방의 전원주택에 관심을 갖게 된 분들이 많아진 것은 맞지만 막상 계약할 때는 교통이나 주변 시설 등 복합적인 조건까지 모두 따져보기 때문에 주변 시세가 눈에 띄게 오르지는 않았다. 방송 전후 집값은 거의 동일하다”고 말했다.
다만 거래량은 과거 대비 소폭 늘었다. 경기도에서 건설업을 하는 C 씨는 “‘직접 방문해서 집을 보고 싶다’는 문의 전화는 확실히 늘었다. 4~5월 거래량만 보면 전년보다 늘었다. 방송에 나온 집도 이미 팔렸기 때문에 현재는 동일한 집을 새로운 필지에 지어드리고 있다. 필지에 따라 방송 당시보다 가격이 저렴해지기도 비싸지기도 하는데 집값이 오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업자들은 ‘구해줘! 홈즈’ 등의 부동산 중개 예능이 집을 선택하는 관점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일조했다고 평가했다. C 씨는 “과거에는 역세권이나 학군이 좋은 수도권 관점에서 집의 가치를 평가했다면 최근에는 인테리어, 크기, 경관 면에서 ‘지방의 주택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늘어난 것 같다. 최근 지방에 위치한 고급 빌라가 방송에 자주 등장하면서 ‘시골 이미지’가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신을 송파구 주민이라고 소개한 누리꾼은 5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원래 수도권 아파트가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넓은 거실, 큼직한 방이 있는 주택에서 아이들과 함께 텃밭도 꾸미고 여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처분하고 지방으로 내려갈까 하는 고민을 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평내‧호평 등 갭투자 지역에 홍보 효과 주기도
다만 ‘구해줘! 홈즈’가 의도치 않게 일부 지역에 홍보 효과를 준 점도 있었다. 최근 갭투자 열풍이 불고 있는 경기도 남양주시 평내동과 호평동 아파트의 경우 5월 방송을 탄 이후 집값 상승폭이 더욱 가팔라졌다. 인근 지역 공인중개업자들은 “제작진의 의도와는 무관하겠으나 안 그래도 오르고 있던 집값이 방송 이후 화룡점정을 했다”고 말했다.
호평동의 공인중개사 D 씨는 18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지역 집값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2억~3억 원대였는데 최근 몇 달 사이에 시세가 많이 올랐다. 방송에 나온 집은 당시에 4억 3000만 원이었는데 지금은 그 가격에 못 구한다. 같은 조건의 매물이 없다. 18일 기준 호가가 5억 5000만 원까지 오른 집도 있다. 가격이 계속 오르니 내놓았던 물건도 다시 회수해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호평동 소재 한 아파트 매매가는 2020년 4월 2억 8000만 원에서 6월 3억 7000만 원으로 껑충 올랐다. 모두 20평대 중형 아파트다.
D 씨는 방송의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남양주는 지역 주민들의 개발 기대심리와 부동산 규제대책으로 인한 풍선효과 예상 지역으로 지목되던 곳이었다. 방송 때문에 집값이 올랐다고는 볼 수 없겠지만, 망설이던 투자자들이 방송을 보고 마음을 굳혀 한꺼번에 몰린 탓에 가격이 훅 오른 것도 사실이다. 현재는 매물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평내동 주민 김 아무개 씨(44)는 “최근 지인 여러 명으로부터 ‘구해줘! 홈즈’를 봤다며 부동산 매물을 알아봐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방송의 영향력이 대단하다’도 느꼈다. 동네 집값이 오르는 것은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묻지마 투자자’들만 모이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