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는 여름 극장가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영화계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받는 작품이다. 2016년 1156만 관객을 동원한 ‘부산행’을 잇는 후속작의 후광효과가 뜨겁다. 사진=NEW
#한국영화 3파전…“관객 동원 전망 어려워”
걱정과 우려, 부담이 교차한 격론 끝에 여름 극장에 출격하는 한국영화는 3파전으로 정리됐다. 연상호 감독의 좀비 블록버스터 ‘반도’와 정우성이 주연하고 양우석 감독이 연출한 ‘강철비2:정상회담’, 그리고 황정민과 이정재가 재회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까지 세 편이다. 당초 여름 개봉을 공표했던 송중기·김태리 주연의 SF 블록버스터 ‘승리호’와 윤제균 감독이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다룬 뮤지컬 영화 ‘영웅’은 가을 추석이나 겨울 시장으로 작품 공개 시점을 옮겼다.
여름 한국영화 개봉작들이 막판까지 공개시기를 저울질할 수밖에 없던 까닭은 코로나19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감염병 확산이 급속히 이뤄진 2월부터 5월 중순까지 사실상 상업영화들이 개봉하지 못한 ‘극장 혹한기’가 이어졌고,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여름까지 그 여파가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여름 개봉작들은 보통 그해 최대 규모의 제작비를 투입하고 스타 배우들이 주연한 대작들로 꾸려진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반도’ ‘승리호’ 등은 200억 원대 제작비가 투입됐고, 그만큼 손익분기점도 높게 책정돼 있다. 제작비 회수가 관건인 대작 영화들로서는 관객이 극장으로 대거 몰리는 안정된 시기를 노려왔지만 올해는 어떤 것도 낙관할 수 없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여전히 극장에서 좌석 띄어 앉기가 시행되고 있고, 확진자 추세가 감소할지 더 늘어날지 예측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규모가 큰 대작을 내놓기에 부담이 크다”며 “여름 개봉하는 영화들이 얼마만큼의 관객을 모으느냐에 따라 추석이나 겨울 시즌 라인업을 구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매년 여름마다 배출됐던 1000만 영화가 올해 과연 탄생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감염 확산 예방을 위해 극장 좌석을 띄어 앉고 있는 만큼 예년처럼 단기간에 관객을 빠르게 모으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더욱이 가족단위 관객이 극장으로 몰릴지도 예측할 수 없다.
2013년 영화 ‘신세계’에서 진한 우정을 나누는 관계로 등장했던 황정민과 이정재는 재회 작품으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선택했다. 태국과 일본을 배경으로 암살자와 추격자의 무자비한 추격전을 그린 범죄액션 영화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강동원 vs 정우성 vs 황정민…여름 누가 웃을 것인가
난관 속에서도 어쨌든 진용은 갖춰졌다. 피할 수 없는 3파전이다. 아직 3편의 개봉일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영화계에 따르면 7월 중순 ‘반도’를 시작으로 7월 말 ‘강철비2:정상회담’에 이어 8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순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출격하는 영화마다 어깨가 무겁지만 서로 다른 장르와 이야기로 승부를 걸겠다는 각오다.
‘반도’는 여름 극장가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영화계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받는 작품이다. 2016년 1156만 관객을 동원한 ‘부산행’을 잇는 후속작의 후광효과가 뜨겁다. 올해 물리적인 영화제 개최를 포기했지만 칸 국제영화제로부터 2020년 진출작에 선정돼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좀비가 창궐하고 4년 뒤, 폐허가 된 땅으로 향하는 주인공은 강동원이다. 그를 중심으로 이정현, 권해효, 구교환, 김민재 등 개성 강한 배우들이 합류해 좀비가 집어삼킨 암흑의 세상을 그린다. 스케일도 커졌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의 컴퓨터그래픽이 600여 컷이었다면 ‘반도’는 그 2배인 1300여 컷을 쏟아 부었다”고 강조했다. 강동원은 “평소 심령을 다룬 오컬트영화를 좋아했고 언젠가 한번쯤 ‘포스트 아포칼립스’(대재앙 이후) 장르 영화에 참여하고 싶었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정우성의 ‘강철비2:정상회담’과 황정민·이정재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도 여름 대전에서 저마다 경쟁력을 발휘한다. 일단 ‘강철비2:정상회담’은 2017년 12월 개봉해 445만 관객을 동원한 ‘강철비’의 배우들과 감독, 제작진이 다시 뭉친 영화다. 남북한과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이 패권 다툼을 다룬 1편의 주제를 이어가지만 인물 설정과 이야기는 새롭게 구축했다. 남·북·미 정상이 회담 도중 북한의 쿠데타로 인해 북한 핵잠수함에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강철비2:정상회담’은 2017년 12월 개봉해 445만 관객을 동원한 ‘강철비’의 배우들과 감독, 제작진이 다시 뭉친 영화다. 남북한과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이 패권 다툼을 다룬 1편의 주제를 이어가지만 인물 설정과 이야기는 새롭게 구축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강철비2:정상회담’ 관계자는 “70년에 이르는 전쟁 상태를 종식시킬 평화협정이라는 목적은 같지만 서로 원하는 바가 다른 남·북·미 정상과 평화협정에 반대해 쿠데타를 일으킨 북한 세력의 대치는 정상회담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 임박한 전쟁 위기 속 운명을 드라마틱하게 그린다”고 밝혔다.
황정민과 이정재는 영화 팬들이 ‘재회’하길 손꼽아 기다린 배우다. 2013년 영화 ‘신세계’에서 진한 우정을 나누는 관계로 등장해 관객을 사로잡은 이들은 ‘신세계2’ 제작이 기약 없이 연기되면서 재회 작품으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선택했다. 태국과 일본을 배경으로 암살자와 추격자의 무자비한 추격전을 그린 범죄액션 영화다.
황정민은 “이 영화를 택한 가장 큰 이유는 이정재와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라며 “또 한 번 한다면 예전보다 더 좋아질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이정재 역시 “당연히 황정민 형이 출연한다기에 궁금증을 갖고 시나리오를 한 번에 후루룩 읽었다”며 “‘신세계’ 때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 다시 만나도 식상하지 않을 거라 판단했다”고 기대를 걸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