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6일 양대 경제부처 차관급 인사가 자산 가격에 대해 같은 맥락의 발언을 했다. 각각 증시와 부동산을 겨냥하고 있다. 바로 전날 기재부에서는 2023년부터는 모든 상장 주식과 펀드의 양도차익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다음 날인 17일에는 문재인 정부의 21번째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공교롭게도 두 제도 변화 모두 정부의 세수 확대로 이어진다. 의도했는지를 단언할 수 없지만 코로나19 등으로 막대한 재정지출 부담을 지게 된 정부가, 자산가격 상승을 활용해 증세 방안을 마련한 모양새가 됐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6월 17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갭투자 규제를 핵심 내용으로 한 문재인 정부 21번째 부동산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부동산 대책 때마다 증세, 이번에도
문재인 정부 들어 단행된 20번의 부동산 대책의 공통점이 세 부담 강화다. 올해 주택분 재산세 수입은 지난해보다 6% 늘어난 5조 1600억 원, 종부세는 48.6% 증가한 1조 43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친 주택 보유세는 지난해 5조 8300억 원(추정치)에서 올해 6조 5900억 원으로 7600억 원 늘어날 전망이다. 전국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고, 과표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의 시가 반영율도 높아지는 만큼 보유세수는 계속 늘어나게 된다. 이번 21번째 대책에서는 10조 원 시대를 예고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한남연립(17억 원), 두산연립(4억 원)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재건축 부담금 징수에 나선다. 6월까지 전국 37개 지자체에 있는 62개 재건축 조합에 총 2533억 원 규모의 부담금 예정액을 통지한 상태다. 이미 통보가 된 곳들은 그나마 규모가 작은 곳이다.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단지 재건축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예정액은 조 단위로 높아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의 시뮬레이션 결과 강남 평균은 4억 4000만~5억 2000만 원, 강북 1개 단지는 1000만~1300만 원, 경기도 2개 단지 평균은 60만~4400만 원 수준이다. 강남 1000가구 단지 기준 5000억 원이란 뜻이다.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한 과세 강화도 세수에 플러스 요인이다. 우선 최고세율을 개인에 대한 세율과 같은 수준으로 높였다. 종부세 공제도 없앴다. 그동안엔 3주택을 단독 보유할 경우 6억 원까지만 공제받지만, 법인 2개를 설립해 나누면 21억 원(개인 9억 원, 법인별 6억 원)까지 공제 받을 수 있었다. 또 현재 법인의 주택양도차익에 대해서는 기본법인세율(10~25%)에 10%를 추가 적용했지만, 이를 20%로 높이기로 했다. 8년 이상 장기 임대등록 주택에 대한 종부세와 양도세 혜택도 없앴다.
#주식양도세, 제2의 담배세 되나
지금까지 이뤄진 적이 없는 주식 양도차익 과세가 얼마만큼의 세수를 늘릴지는 추정이 쉽지 않다. 그동안 증권 관련 세수는 2018년 8조 4450억 원으로 거래세가 가장 컸다. 거래가 크게 늘어난 올해는 5월까지만 이미 4조 3195억 원에 달한다. 박근혜 정부 때 담배세 인상을 뛰어넘는 효과를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2016년 처음으로 부과되기 시작한 파생상품 양도세의 세율은 처음에는 5%였다가 현재는 10%가 적용되고 있으며 향후 기본세율인 20%까지 점진적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주식양도세도 초기에 4~5%선으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오르는 탄력세율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거래세를 대폭 낮출 방침이다. 달리 보면 양도차익 과세가 이뤄지면 거래세 이상의 세수가 걷힐 것으로 예상한다는 뜻이다. 양도세 기본공제 액수와 이월공제 기간 등이 관건이다. 해외의 과세 체계와 규제 격차가 발생할 경우 국내 자금의 해외 유출 가능성이 대두될 수 있다.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을 촉발할 수도 있다. 우리 증시는 세계에서 외국인 비중이 가장 높은 곳 가운데 하나다.
코로나19 장기화가 지속되고, 보편적 복지를 위한 정부의 재정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추세다. 조세저항을 우려해 2000년 이후 공식적인 증세는 없었지만, 전반적인 세부담이 늘어온 것도 사실이다. 다양한 방법을 통한 정부의 세수확대 노력이 이뤄질 전망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