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증권거래세법 개편에 나설 예정이다. 증권거래세 폐지와 주식양도소득세 확대로 윤곽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은 여의도 KB증권 딜링룸 전광판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박은숙 기자
우선, 투자자들이 주식 거래를 할 때 내는 세금으로 가장 큰 논란이 됐던 것은 증권거래세다. 주식을 매도할 때 부과되는 증권거래세는 그동안 조세 원칙에 반하고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개인투자자들의 지탄을 받아왔다. 가장 큰 이유는 증권거래세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조세 기본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세의 과세 대상은 ‘소득’이 아닌 ‘거래’다. 증권거래 시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것이 아니라 주식을 매도할 때 세금을 부과한다. 매매 횟수가 많으면 그만큼 내야 할 세금이 늘어나고, 거래 과정에서 손해를 봐도 과세가 된다는 허점을 안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 추세와 어긋난다는 비판도 받아 왔다.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은 과거 투기수요 감소의 목적으로 증권거래세를 부과한 바 있으나 실효성이 적어 폐지했다. 이 국가들은 현재 주식양도소득세만 부과하고 있다. ‘신흥국’으로 불리는 중국, 대만, 홍콩은 0.1%의 증권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증권거래세율은 높은 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국내 투자 자본이 증권거래세가 낮거나 없는 해외로 이탈하는 등 금융시장 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결국 증권거래세율을 점진적으로 인하하고 궁극적으로는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탓에 금융당국은 오랜 시간 논의를 이어왔으며 마침내 기획재정부가 6월 중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을 발표해 증권거래세법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거래세율을 점차 줄여나가는 동시에 주식양도소득세를 확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주식시장에서는 증권거래세와 주식양도소득세를 모두 부과되고 있다. 다만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거래하는 모든 주주에게, 주식양도소득세는 종목당 보유액이 시가총액 10억 원 이상인 대주주를 대상으로만 과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금융세제 개편을 통해 증권거래세를 낮추고 주식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코스피‧코스닥 주식을 양도‧환매할 때 부과되는 증권거래세율은 현행 0.25%다. 이번 개편에는 증권거래세율을 매년 0.05%포인트(p)씩 내리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거래세는 당초 ‘투기 방지’ 목적으로 도입했지만, 세수입 확보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연간 6조 원에 달하는 탓에 그동안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정부에서 쉽게 포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면 다른 방법으로 재정 수입 공백을 메워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주식양도소득세가 그 역할을 대신 할 것으로 보인다.
주식양도소득세는 주식을 양도해 소득이 발생했으니 이에 대한 세금을 내라는 것이다. 따라서 거래 과정에서 차익이 발생해야만 부과된다. 가령 한 주식 투자자가 특정 주식에 100만 원을 투자했는데, 향후 주가가 상승해 가치가 150만 원이 됐다고 하자. 이 투자자가 주식을 매도하면 50만 원의 차익이 생기고 이에 대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현행 주식 양도소득세는 주식 양도 차익의 20~30%에 달한다. 앞의 경우 주식양도소득세는 10만~15만 원이다.
주식양도소득세는 이번 개편에서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더욱이 정부는 부과 범위도 넓힐 계획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주식양도소득세는 주식 거래에서 종목당 보유액이 시가총액 10억 원 이상인 주주를 대상으로만 부과됐지만 앞으로는 ‘3억 원 이상 주주’로 부과 대상 기준이 하향될 전망이다.
주식 보유액이 시가총액 3억 원 이하인 개인 투자자는 이번 개편으로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 증권거래세율은 인하될 가능성이 크고 주식양도소득세는 부과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자금 회전율과 매수 횟수가 높다는 특징을 갖고 있기에 증권거래세율이 낮아지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3억 원어치 이상 주식 투자를 하는 투자자들의 유불리는 아직까지 정확히 따지기 힘들다. 증권거래세율은 낮아져 유리하지만 반대로 세율이 높은 주식양도소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세 폐지 논의와 함께 국내 주식시장 거래 위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의 저녁 풍경. 사진=박은숙 기자
정부가 2021년부터 증권거래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하고 2023년부터 모든 주식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얘기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사실과 다르며 증권거래세율 인하 계획 등 구체적인 사항조차 결정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023년부터 (주식양도소득세를) 모든 주식에 적용하기는 무리일 것”이라면서 “단기간에 급격하게 변화를 주면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면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