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연합뉴스
6월 16일 개성공단 내에 위치한 남북 연락사무소가 폭파됐다. 6월 13일 김여정이 “머지않아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지 사흘 만이다. 김여정 경고 이후 초고속으로 이뤄진 북한의 대남 강경 도발 행보에 복수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좋지 않은 내부 사정을 타개하려 외부에 적을 만들어 시선을 돌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분석들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외교 파트너 급 맞추기’가 대표적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대남 압박을 주도하는 2인자 김여정은 문재인 대통령 외교 파트너로서 입지를 다지고, 최고 권력 김정은은 패권 국가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급으로 설정하려 한다”고 전했다.
김여정이 강경책으로 전면에 나선 뒤 김정은이 유화책으로 등장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른바 ‘나쁜 경찰-착한 경찰’ 작전이다. 한 탈북민은 “김여정이 한국 정부를 강력하게 압박하는 도중 김정은이 유화책을 제시하며 중재자 역할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한국 정부 입장에선 ‘김정은은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있는 사람’ 혹은 ‘김정은은 고마운 사람’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이 탈북민은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남북 교류 관련 협상이 재개될 때 김정은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크게 부각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의 노림수를 알 수 있을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북한 전문가는 “‘외교 파트너 급 맞추기 설’과 ‘착한 경찰-나쁜 경찰 작전’은 그럴듯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그렇지만 여러 각도에서 면밀히 북한의 행동을 관찰해 봤을 때 이런 주장들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이 전문가는 “한 가지 사실은 북한이 남북 연락사무소를 폭파할 정도로 강경하게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앞서 제기된 여러 추측은 그나마도 북한이 정치·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나 취할 수 있는 스탠스”라고 했다. 그는 “현재 북한의 행보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생각 즉시 행동’”이라면서 “대남 관련 정치행동을 상당히 신속하게 옮기고 있는데, 뭔가 내부적으로 급박한 상황이 존재하지 않겠느냐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