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여권이라고 할 수 있는 정당들을 포함한 다수당이 단독으로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것은 7대 국회 시절이던 지난 1967년 이후 53년 만의 일이다. 1967년이면 현 여당이 독재 시대였다고 비난하는 박정희 정권 시절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가치를 그토록 주장하는 측에서 이런 일을 벌였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많은 이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신율 명지대 교수
민주주의의 수단은 다수결이다. 하지만 이는 분명 민주주의의 가치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소수의 의견을 배제하지 않고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것이다. 지난번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주장할 때도 바로 이 논리를 들고 나왔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수단을 내세워 가치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더구나 미래통합당을 배제한 국회 원구성은, 소수라고 부를 수 없을 만큼의 다수의 유권자를 배제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역구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들에게 투표한 1185만 명 정도의 유권자 의사를 원 구성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한 것이라는 말이다. 지역구에서 얻은 민주당과 통합당의 득표율 격차는 전체 유권자 대비 6% 미만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6% 미만의 격차가 두 배가량의 의석 수 차이로 나타났는데, 이렇듯 ‘과대 표현’된 의석수를 무기로 독주를 하는 것은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행위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법은 지켰지만, 그 상위에 있는 헌법 정신, 즉 민주주의,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대의민주주의 기본 가치를 훼손한 셈이다. 여기서 민주당은, 지금의 상황이 위기라는 점을 들며 자신들의 독주를 합리화시킬 수 있다.
지금이 위기 상황이라는 것은 맞다. 그것도 그냥 위기가 아니라 3중 위기다. 코로나19에서 파생된 먹고사는 위기와 생존의 위기, 그리고 북한으로부터의 한반도 위기가 그것이다. 그런데 이런 엄청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위기 극복 노력도 필요하지만, 국민들의 단결된 힘을 바탕으로 한 범국민적 위기 극복 노력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처럼 1100만이 넘는 유권자들의 의사를 무시하면서 국회를 ‘정상화’시킨다면, 범국민의 단결된 힘을 바탕으로 한 위기 극복 방안은 물 건너가기 십상이다.
한마디로 이런 식의 국회 운영은 위기 극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국회는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워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위기 극복과 준법을 주장하지만,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지켜지기 힘든 상황을 스스로 초래했다. 여권이 만든 이런 상황에서는, 야당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위기 상황을 명분으로 국회에 들어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 등원을 거부하며 장외 투쟁에 몰두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위기상황을 명분으로 등원하면, 앞으로 여당은 더욱 거센 기세로 야당을 끌고 다니려고 할 것이고 만일 야당이 장외투쟁에 나서면 거대 여당은 야당 의원들이 세비를 받을 자격이 없다며 경제 위기를 들먹일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야당에게 필요한 것은 결단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결단을 할지는 야당의 선택에 달렸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단호한 결심이 필요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정치는 사라졌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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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