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마을 관광트램 예상도
김남규 정책위원장
전주시가 한옥마을을 한옥마을 지속 가능한 관광지로서 동력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옥마을 관광트램’ 도입이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까지 마쳤으나 용역결과는 물론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제기되면서 사업추진에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전주시 한옥마을 관광트램 도입 추진
전주시가 한옥마을 관광트램 도입을 추진한 배경은 1,000만 관광객 시대를 연 현재 한옥마을 2.0 버전이 필요한 시점으로 한옥을 확대하는 등 외형적인 확장보다는 트램과 같은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한옥마을 일부만 맴도는 관광이 아닌 전체를 둘러볼 수 있고 주변 한옥과 조화를 이루는 관광트램을 도입하겠다는 것이 전주시의 구상. 여기에 한옥마을 트램의 긍정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구도심까지 트램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전주시의 한옥마을 트램 도입 의사가 처음 확인된 것은 2018년 12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공모한 무가선 저상트램 실증노선 사업에 제안서를 제출하면서다. 전주시는 제안서를 통해 한옥마을에 트램을 복선 1㎞ 이상으로 개설해 관광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당시에 전주시는 400억원 가량의 지방비와 노선 유지·관리비 등에 소요되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등 배점방식이 전주시에 크게 불리했지만 트램 도입에 대한 진정성과 의지를 대내외에 표명하려 한다며 공모를 강행했다.
공모에서 타당성 결여로 탈락했지만 전주시의 한옥마을 관광트램 도입 의지는 이후에도 변함없이 추진됐다. 2019년 2월 전주시가 시의원들을 동반하고 오송차량기지 무가선 저상트램 견학한 후 같은 해 4월 구체적인 추진방안 검토한데 이어 7월 김승수 시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트램 도입을 공식 선언했다. 그리고 바로 사전 타당서 용역을 발주했다.
전주시가 구상하는 한목마을 관광트램 사업은 2023년까지 사업비 300억원을 들여 차량 7대를 편성하고 한옥마을 공영주차장-어진박물관-전동성당-경기전-청연루-전주향교-오목대-공영주차장 등을 순환하는 3.3㎞ 단선 순환선과 정거장 7개소, 차량기지 등을 건설하는 것이다.
지난 2월 완료된 용역 결과 관련법령에서 도시철도법에 의한 철도교통시설이나 대중교통시설로 추진하는 것은 절차가 복잡하고 요금제한에 다른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타당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궤도운송법을 적용한 한옥마을 내 관광트램 추진방안이 제시됐다. 그렇지만 법을 개정하지 않고는 도로를 트램과 혼용이 불가능해 트램 노선 상의 도로를 폐지하고 독립적인 노선을 운영해야 돼 법령개정이 선결돼야 한다.
타당성 조사결과 트램차량은 길이 9m에 폭 2.5m 크기의 소형 국내제작 배터리 탑재형 무가선 트램이 제시됐다. 운행은 정원 25명의 차량 1량으로 편성되며 최고 속도 40㎞/h로 운행간격은 성수기 7~9분, 비수기 10~15분이다. 노선에 대한 기술적인 검토에서도 주행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개략적인 사업비는 공사비 170억원과 부대비 38억원, 예비비 21억원, 차량구입비 105억원 등 334억원 규모였으며 연간운영비가 인건비 16억 7,000만원과 동력비 2억 1,000만원, 유지관리비 8억 7,000만원, 관리비 2억 5,000만 원 등 30억원 가량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전주시는 이 같은 사업 타당성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소형 무가선 트램 설계와 노선대안 성정, 사업비산출, 확대 노선 구상 등을 담은 ‘한옥 관광트램 도입 기본구상용역’을 실시하고 내년 상반기 사업방식을 결정하고 안전검토 승인을 받는 일련의 준비 과정을 밝는다.
기본구상용역이 마무리되면 용역결과를 토대로 2021년 상반기 관광트램 공사를 시작하고 차량제작에 들어가 2023년 하반기 공사를 완료해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전주시는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를 토대로 수익성을 검토한 결과 한옥마을 트램에 궤도운송법을 적용하면 요금 자율조정이 가능해 수익성이 충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연간 100만명 탐승시 일일권 5,000원을 기준으로 연간 50억원의 수입이 예상돼 운영비 30억원을 충당하고도 20억원이 남아 수익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 5월 18일을 전후해 전북지역은 물론 국내 주요 언론들은 전주시의 검토결과를 토대로 일제히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사전 타당성 용역 결과 경제성이 있어 트램 도입이 가능한 것으로 보도, 한옥마을 관광트램 도입에 대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한옥마을 2.0버전 ‘관광트램’이 해답 아니다”
이 같은 전주시의 한옥마을 트램 도입계획과 사전 타당성용역 결과에 대해 참여지차전북시민연대 김남규 정책위원장이 근본적인 사업의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앞으로 사업 추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먼저 사전 타당성 용역결과 경제성에 대한 의문이다. 언론에 마치 경제성이 충분한 것처럼 보도했으나 용역보고서에 없는 내용으로 전주시의 성급한 결론짓기라는 지적. 김 위원은 “해당 용역이 한옥마을 관광트램이 ‘무가선 궤도 노면전철’이라는 형태로 제작 운영이 가능한 지와 운행구간의 회전 반경 등을 검토한 기술 타당성 조사였다”며 경제성 검토와 무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용역의 핵심이 ‘한옥마을 도로여건에 맞는 무가선 궤도 노면 전철이 기술적으로 가능한가’인데 전주시가 기술적 타당성 용역을 놓고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것처럼 섣부른 판단을 내려 오해를 불러일켰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주시가 이번 용역 결과를 공개하고 시민들에게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전국 지자체들이 경전철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 타당성 검토 과정에서 투자비와 운영비 등 사업비는 줄이고 수입은 늘려 잡아 타당성을 과장, 결국 적자 운영을 면치 못하고 있어 정확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용역보고서는 세부 산출내역을 볼 수 없어 객관적인 판단이 불가능하고 건설비용도 전문가들이 아니면 평가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용역 결과를 공개하고 세부 내역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해 시민들에게 신뢰감을 안겨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업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주시가 선택한 궤도운송법을 적용한 관광 트램 구상도 적잖은 문제점들이 노출됐다.
궤도운송법을 적용하는 운송체제는 관광지 케이블카, 노면전차, 모노레일 등으로 트램도 같은 개념이다. 이 경우 인·허가 절차가 단순하고 무엇보다 요금을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도로교통법을 적용할 수 없어 안전과 보험문제 등을 해결해야 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전주시는 “트램 구간을 궤도용지로 변경해 도로용지 등과 중목 지정하면 궤도차량의 운행이 기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이 경우 도로교통법과 일반 자동차 보험 등을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지가 불분명하다.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주말이면 도로를 꽉 채우는 관광 인파 사이를 트램이 운행할 경우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이다. 전주시청 담당자는 “외국 의 경우처럼 트램이 경종을 울리면 사람들이 비켜설 것”으로 전망했으나 경종으로 완전하게 안전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도로교통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트램의 경우 사고 발생시 법적 책임이 모호하고 보험 적용이 난감한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종횡무진하는 전통스쿠터나 전동킥보드의 사고 위험도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게 돼 대책이 필요한 부분이다.
김 위원장은 “한옥마을 같이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관광단지에 트램을 도입하는 것이 전국 최초여서 안전문제에 대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며 “안전 확보없이 트램 운행은 절대 안된다”고 못박았다.
트램 차고지로 한옥마을 주차장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어 이로 인한 주차장 감소도 풀어야 할 숙제로 제시됐다. 또 주차장 감소로 인해 한옥마을 주민들의 통행권이 제한되고 결국 비싼 요금을 주고 트램을 이용해야하는 한옥마을 주민들의 부담도 해결해야할 부분이다.
재정이 열악한 전주시가 민간 투자방식을 도입할 경우 적자보전을 위한 수익보장으로 인해 전주시 재정부담 가능성도 심도있게 검토돼야 할 사안으로 꼽혔다. 민간투자자가 전주시가 제시한 운영수익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최소수익 보장’과 같은 조건을 내세울 수밖에 없으며 그 부담은 당연히 전주시민의 몫으로 돌아오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전주시가 어정쩡한 수요예측으로 트램을 도입한다면 혜택은 관광객이 보고 적자는 전주시민이 감당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전주시가 민간투자방식을 채택할 경우 초기투자비 334억원에 대한 부담뿐만 아니라 운영·관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옥마을 관광 활성화를 위해 추진되는 트램 도입의 정책적인 배경도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한옥마을 내부를 운행하는 트램을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만들겠다는 구상이지만 관광객이 포화 상태인 한옥마을에서 더 이상의 관광객 유인이 필요한가에 대한 논란이다. 머무는 관광과 한옥마을 넘어 전주지역 관광의 영역을 확장하는데 관광트램이 과연 적절한 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전주시가 한옥 관광트램을 도입한 후 결과를 바탕으로 대중교통 수단으로 확대하려는 구상도 합리성에 물음표가 찍혔다. 관광트램과 대중교통 체계인 도시철도 트램은 법적인 운영체계가 달라 열차의 크기와 요금이 큰 차이가 있어 트램을 확장, 연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남규 위원장은 “국내 대부분 경전철이 투자비는 낮추고 운영수익은 높여서 마치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것처럼 사업을 추진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만큼 경제적 타당성을 어떻게 검증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 “한옥마을 문제는 부동산 폭등과 높은 임대료, 한옥과 다양한 컨텐츠의 연계, 대중교통과의 연계 등 매우 다양하고 많은데도 불구하고 전주시가 관광트램에 목을 메는 지 이해할 수 없다”며 “사업 자체의 타당성은 물론 지역경제에 미칠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사업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성용 호남본부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