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 스틸컷
이하는 신소라 작가의 ‘꼰대인턴’ 일문일답 전문.
― ‘갑을 체인지’라는 소재와 꼰대, 비정규직, 직장 내 괴롭힘 등을 다채롭게 그려낸 스토리가 주목을 받았다. 어떤 부분에서 영감을 얻어 극본을 쓰게 되었는지.
“아버지의 한 마디로 시작됐다. 한번은 아버지와 서먹하게 대화를 나누던 중, 디스크 수술을 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일을 하느냐 나무랐다. 그러자 아버지는 ‘아빠는 다시 일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라고 답했고, 감정 없이 툭 내뱉은 그 한 마디가 울컥하고 제 가슴을 때렸다. 언젠가 이런 아버지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처음에는 가열찬(박해진 분)과 이만식(김응수 분)보다는 부녀의 화해를 담은 이만식과 이태리(한지은 분)의 이야기에서 시작했고, 그러다 ‘원수 같은 상사가 내 밑으로 온다면?’으로 발전했다. 비단 두 남자의 갈등과 화해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부모-자식 간의 화해, 나아가 세대 간의 화해를 담은 이야기를 하고팠다.”
― 원래 썼던 극본에서 드라마로 옮겨지면서 원작과 달라진 부분이 있는지.
“제가 현장 상황에 따른 대본 변경이나 애드리브에 대해 열어둔 편이다. 그 과정에서 캐릭터나 장면이 조금씩 바뀐 것들이 있긴 한데, 큰 줄기는 같다. 또 24회 분량에 모두 담을 수 없어, 인물들에게 준비해 둔 이야기를 다 못 푼 것도 있다. 예를 들면 유기견 ‘두부’를 키우게 된 주윤수(노종현 분)의 이야기라든가, 태리와 만세가 PC방에서 만났을 때 어떻게 누나를 아는 척하지 않았을까 등.”
사진=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 스틸컷
― ‘꼰대인턴’ 에피소드 중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 있다면.
“이물질(바퀴벌레) 클레임을 해결하는 에피소드가 아닐까 싶다. 작정하고 과장된 코미디를 할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그 설정이나 대사가 타당한지 확인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전화를 걸어 취재해 수차례 확인을 했다. 담당업체뿐만 아니라 국과수, 국내 곤충학계 교수님에게까지 전화하거나 직접 찾아가 집요하게 취재했고, 제가 원하는 그림과 팩트의 아귀를 맞춰가며 답을 찾아냈다.”
― 배우들의 연기는 어떻게 보았는지.
“가장 놀란 건 박해진 배우님이다. 가열찬은 점점 꼰대가 되어갈 인물이었다. 평소 제가 알던 반듯하고 멋진 이미지와 상반돼 배우님이 그릴 가열찬이 어떤 모습일지 잘 상상이 가지 않았지만 완벽한 기우였다. 박해진 배우님이어서 새로웠고 웃기되 우습지 않은 가열찬이 탄생했다. 찌질하지만 멋짐이 폭발하는 가열찬을 탄생시켜준 박해진 배우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만식 그 자체인 김응수 선생님의 연기는 실로 엄청나다. 초반 이만식이 보여준 직장 내 괴롭힘에 시청을 힘들어하셨던 분들도 어느새 이만식에게 빠져들게 했다. 그 힘은 오롯이 김응수 선생님의 연기 덕분이라 생각한다. 이 복합적인 캐릭터를 이렇게 완벽하게 소화하실 분이 또 있을까. 그 외 한 분 한 분 다 언급할 순 없지만, 오롯이 드라마 속 인물이 되어주신 연기자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사진=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 스틸컷
― 드라마 속 러브라인에 시청자들의 호불호도 약간은 갈리고 있다. 어떻게 봐주셨으면 좋겠는지.
“사실 러브라인을 통해 구상한 목적은 따로 있었다. 가열찬과 이태리의 러브라인은 가열찬-이만식의 갈등과 이만식-이태리 부녀 설정이 먼저 되어있었던 터라 후반부 다시 한번 가열찬-이만식의 관계 전복을 위한 세팅이었다. 남궁준수(박기웅 분)와 이태리의 러브라인은 세상 철없는 남궁준수에게 개념을 선물할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어서였다. 탁정은(박아인 분)과 주윤수의 러브라인은 연인끼리 자리 경쟁을 시키기 위한 세팅이자, 연애조차 함부로 할 수 없는 청춘들을 그리고자 담아낸 것이다. 다만 불호가 있었단 것은 더 매끄럽고 사랑스럽게 그려내지 못한 제 탓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우리 드라마의 핵심 러브라인은 누가 뭐라 해도 가열찬-이만식 커플이다.”
― 앞으로 종영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시청자들에게 관전 포인트를 꼽아준다면.
“이제껏 속내를 감추고 있던 구자숙 전무(김선영 분)가 드디어 이를 드러냈다. 그런 구전무로부터 서로를 지켜내기 위한, 시니어+주니어 세대 대통합 대작전이 펼쳐질 예정인 만큼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 끝으로 ‘꼰대인턴’이 시청자들에게 어떤 드라마로 기억되길 바라는지.
“그냥 조금 다른 시선의 오피스물이 있었다고 생각해 주시면 고마울 것 같다. ‘살짝 돈 드라마’로도 대만족한다.”
한편 ‘꼰대인턴’은 수·목 오후 8시55분 MBC와 웨이브에서 동시 방송된다. 또 드라마 방영 동안 주말을 제외한 매일 밤 10시 10분에는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 박해진과 김응수가 함께 진행하는 ‘꼰대인턴 상담소’도 청취할 수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