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가 6월 19부터 고객을 입장시키지 않은 가운데 경마를 재개했다. 휴장 기간 경주마 훈련을 하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청담위키드(한국산·암·삼정·강환민 부:메니피 모:위키드우노)
청담위키드는 지난해 10월 한국 경주마 생산자협회 경매에서 1억 1000만 원의 고가에 낙찰된 두 살짜리 암말이다. 6월 19일 4경주로 펼쳐진 주행 심사에서 상당한 가능성을 보였고, 혈통적 기대치도 높아 강환민 마방의 유망주로 기대를 모은다.
1번 게이트에서 빠른 출발을 하며 선행으로 레이스를 시작했다. 직선주로에 들어설 때까지 제어하며 여유 있는 걸음으로 선두를 유지했고, 결승선에서도 강한 추진 없이 가볍게 독려하며 여유 있게 2위로 골인했다. 기록이 1분 02초 8, LF가 13초 2가 나왔다. 개인적으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훈련만 해오던 망아지가 처음 뛰어본 거리였고 전반적으로 제어하며 여유를 보인 결과였기 때문이다. 또한 경주마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능력인 스타트와 근성이 좋고, 악벽 없이 기승자의 유도에 순응한 점도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아직 힘이 덜 차 주행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긴 하나, 부드러운 목쓰임과 큰 주폭도 합격점을 받을 만했다.
혈통적으로도 충분한 가능성이 지녔다. 부마 메니피는 지난번에 소개한 대로 한 시대를 풍미한 대한민국 최고의 씨수말이었다. 지난해 6월 세상을 떠났음에도 6월 23일 현재 씨수말 순위에서 3위에 랭크될 정도로 대단한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모마 위키드우노는 현역 시절 모래주로에서 3승을 올렸고, 씨암말로 전향해서는 첫 번째 자마인 무적영웅(1군)을 배출하며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청담위키드가 1세마 경매에서 1억 1000만 원의 고가에 낙찰될 수 있었던 것도 모마 위키드우노가 결정적인 이유였다. 그만큼 모마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조교사가 ‘강환민’이라는 점이다. 강환민 조교사는 2019년 최우수 국산 2세마 ‘롤러블레이드’를 만들어낸 신인 명조련사다. 뛰어난 관리능력과 성실성, 열정은 당해낼 자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혈통적 기대치, 주행 심사에서 보여준 가능성에 ‘강환민’이라는 플러스알파까지 더한다면 청담위키드의 미래는 매우 밝다. 부디 질병 없이 잘 성장해 주길 바랄 뿐이다.
#마이티칩(미국산·수·조병태·서홍수 부:언캡처드 모:바가나라)
마이티칩은 6월 19일 1경주로 펼쳐진 주행 심사에서 넓은 주폭과 뛰어난 추입력을 과시하며 1위로 통과한 미국산 2세 수말이다. 500kg이 넘는 육중한 체구에 근성과 파워를 겸비해 서홍수 마방의 새로운 기대주로 평가된다.
출발은 빠르지 않았지만, 강하게 추진하자 즉각 반응하며 2위권에 가세했다. 4코너 부근부터 채찍을 꺼내 들자, 역시 곧바로 반응하며 상당한 탄력을 발휘했다. 결승선에서도 탄력을 유지하며 가볍게 독려했는데, 10마신 정도 앞서가던 ‘금빛여전사’를 막판에 제치고 1위로 통과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비록 주행 심사였지만 짜릿함을 느낄 정도로 강렬한 추입력이었다.
언뜻 보면 채찍을 많이 사용했고, 강하게 추진하는 동작도 있었기에 부정적으로 보는 팬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노하우로 접근해볼 때 ‘채찍을 가한 자체’보다 ‘채찍 이후 어떤 반응’을 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지난번에 밝힌 대로 능력이 떨어지는 마필들은 채찍을 아무리 가해도 걸음에 변화가 없다. 반대로 능력이 좋은 마필들은 채찍을 신호로 받아들여 곧바로 걸음에 변화를 보인다. 좋은 능력을 지닌 만큼 좋은 탄력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혈통은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기본 수준은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부마 언캡처드는 2012년 캐나다 연도 대표마와 챔피언 2세 수말에 선정될 정도로 현역 시절 뛰어난 능력을 과시했던 경주마였다. 씨수말로 전향해서는 2018년 첫해에 2세마 부문 79위를 기록했고, 2019년에는 50위로 순위를 끌어올리며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다. 국내에는 더스파이커(3군), 빅투더빅(4군), 옥룡(4군) 등 3두가 도입되었는데, 씨수말로 전향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표본이 적기 때문에 평가하기는 어렵다.
앞서 소개한 대로 좋은 체격을 타고났고, 기본적인 스피드와 우수한 추입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돼 앞으로 관리 여부에 따라 크게 성장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발베니(미국산·수·강무웅·최용구 부:윌테이크차지 모:퍼니서니)
발베니는 두 번의 주행 심사를 모두 1위로 통과한 미국산 2세 수말이다. 좋은 체격을 지녔고, 혈통적 기대치도 높아 최용구 마방에서는 잔뜩 기대하는 눈치다. 첫 번째 심사에서는 1분 04초 7로 기록도 별로였고, 경주력도 뛰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두 달 후 펼쳐진 두 번째 심사에서는 상당한 탄력과 안정된 주행 자세로 1분 01초 2의 빠른 기록을 작성, 기대치를 한껏 높였다.
12번(끝번) 게이트였는데, 출발은 상대적으로 늦었다. 약간 둔하게 출발하며 하위권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는데, 약 100m 부근부터 엄청난 스피드를 발휘하며 곧바로 선두권에 합류했다. 이후 선두권 외곽에서 가장 앞서 달리며 4코너를 돌아 직선주로에 들어섰다. 결승선에서 가볍게 추진하자, 탄력 넘치는 걸음과 낮게 깔리는 안정된 자세로 여유 있게 1위를 했다. 막판 150m부터는 제어하며 잡고만 왔음에도 LF가 12초 3이 나올 정도로 끝걸음이 매우 좋았다.
혈통적으로도 기대치가 높다. 부마 윌테이크차지(Will Take Charge)는 현역 시절 블랙타입에서만 6승과 2위 6회를 기록하며 392만 달러의 엄청난 상금을 벌어들였다. 특히 2013년에는 미국 챔피언 3세 수말에 선정될 정도로 최고의 경주마로 꼽혔다. 씨수말로 전향한 첫해 2018년 2세마 부문에서 29위에 오를 정도로 씨수말로서도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다. 모마 퍼니(Funny Sunny)도 현역 시절 블랙 타입에서 2위 2회를 거둘 정도로 좋은 능력을 지닌 경주마였다. 부마와 모마 모두 배출한 자마가 없어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현역 시절의 성적만 놓고 볼 때는 기대치가 높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앞서 소개한 ‘마이티칩’과 마찬가지로 발전 가능성만큼은 무한대로 열려 있기에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려있다고 본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