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첫 전체회의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오른쪽부터 백혜련 간사, 김남국 김용민 박주민 소병철 의원. 사진=연합뉴스
가장 관심이 집중된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에는 윤호중 의원이 선출됐다. 윤호중 의원은 17·19·20대 국회를 거치는 동안 법사위에서 활동한 적이 없다. 지난 20대 국회 후반기에도 환경노동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를 맡았다.
법사위 위원에는 백혜련 김종민 박주민 송기헌 의원 등이 20대 국회에 이어 다시 배정됐다. 법조인 출신 김남국 김용민 소병철 등 초선들도 법사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희망 상임위 신청 때부터 법사위 배정이 예상됐다.
법사위를 우선순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이수진 황운하 의원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은 법사위가 아닌 다른 상임위로 배치됐다. 이수진 황운하 의원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로, 최강욱 대표는 국토위에 배정됐다. 두 상임위는 지역구 민원 및 예산 챙기기 유리해 가장 많은 의원들이 선호하는 ‘알짜’ 상임위로 분류된다.
이들은 법사위에 배정되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황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산자위 활동은 꿈에도 생각해본 적 없다”면서도 “코로나19 상황에 산자위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검찰개혁은 다른 방법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전했다.
최강욱 대표 역시 상임위 배정 전인 6월 9일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해 “일을 하려면 일을 잘할 수 있는 분야에 가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며 “전문성을 헤아려 달라”고 법사위에 보내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이 법사위 배정에 배제된 것은 현재 진행 중인 재판으로 인해 ‘이해충돌’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황 의원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으로 기소됐다. 최 의원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 허위 인턴활동증명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열린민주당에선 최강욱 대표 대신 김진애 원내대표가 법사위에 배정됐다. 당초 김진애 원내대표는 국토위를 선호한 것으로 알려져, 최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엇갈려 배치된 것이다. 열린민주당 일각에선 사보임 형식을 통해 두 의원이 상임위를 맞교환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이탄희 의원의 경우 개인적 사정으로 법사위에 배정되지 않았다. 이탄희 의원은 판사 시절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을 폭로하며 민주당 영입인재로 정치계에 입문했다. 이에 사법개혁에 앞장서기 위해 법사위 배정이 예정돼있었다.
하지만 이탄희 의원은 6월 6일 자신의 SNS를 통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얻었던 공황장애 증상이 지난 3월 다시 시작됐다”며 “잠시 국회를 떠나 치료에 전념하겠다”고 고백했다. 이 의원은 앞서 5월말 이러한 건강문제를 원내대표단에 밝히며, 상임위 배정 문제도 일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법사위는 21대 국회 시작부터 치열하게 싸워야 할 사안이 많았다. 특히 7월 출범하는 공수처장(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선임 등 시급한 과제가 있어, 원내대표단도 위원자리를 비워둘 수 없다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탄희 의원은 처음에는 환경노동위원회에 배정됐다. 하지만 최근 윤미향 의원과 상임위를 맞바꾸며 교육위원회로 이동했다.
앞서 김태년 원내대표는 ‘초선의원 상임위 우선 분배’를 원내대표 경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초선 의원들이 희망 상임위에 배정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일부 중진 의원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비인기 상임위에 배치되기도 했다.
21대 국회 ‘최고령’이자 5선인 김진표 의원은 국방위원회에 배치됐다. 김진표 의원은 ‘경제전문가’로 국토위와 기재위를 희망 상임위로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5월 19일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가 밝힌 민주당 의원 상임위 신청 현황 보고에 따르면 국방부는 단 1명의 의원만 지원해 가장 지원자가 없는 상임위였다. 김진표 의원 외에도 설훈 홍영표 황희 등 중진급 의원들이 국방위에 새로 배치됐다.
원내지도부도 비인기 상임위로 갔다.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국방위 1순위 신청률이 저조하자 국방위에 자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원내대변인 홍정민 의원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배치됐다. 금융경제학을 전공하고 민간기업 경제연구소에서 근무한 바 있는 홍 의원은 후보 시절 전공을 살리기 위해 희망 상임위로 정무위원회를 꼽았다. 하지만 과방위 희망 신청률이 저조하자 자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원내수석부대표 김영진 의원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배정 받았다. 농림위는 지역주민 지원사업을 펼치기 수월해 농어촌 출신 의원들이 선호하는 곳 중 하나다. 하지만 김영진 의원 지역구는 수원병으로, 논밭은 찾아보기 힘든 도심지다. 그럼에도 원내 수석으로서 지원자가 부족한 빈 상임위에 배치된 것으로 전해진다.
6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연석회의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상임위원장 및 간사단. 사진=박은숙 기자
안민석 의원은 20대 국회 후반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는 외교통일위원회를 신청하며 상임위를 옮겼다. 안민석 의원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남북공동올림픽 유치 문제를 풀기 위해 외통위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외통위에는 송영길 위원장을 포함해 김태년 원내대표, 이낙연 이상민 김영주 이인영 전해철 등 중진들이 대거 포진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 윤건영 의원과 김대중 전 대통령 3남 김홍걸 의원 등 초선의원들도 외통위에 배정됐다.
민주당의 상임위 단독 선출해 반발, 보이콧을 하고 있는 미래통합당은 아직 상임위 배정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하지만 통합당 일부 의원들은 상임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6월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통합당 의원 45명을 상임위에 강제 배정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음날 박 의장의 상임위원 강제 배정을 거부하고 국회 본청 의사과에 일괄적으로 사임계를 제출했다.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박 의장의 일방적 상임위원 강제 임의배정은 당 차원에서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법적 근거 없이 진행된 개별 의원 상임위원 보임을 일괄 사임코자 한다”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