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은 늘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선후보로 거론된 이번에도 백종원은 “지금 하는 일이 좋다”며 정치권에 전혀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사진=일요신문DB
백종원이 방송을 통해 본격적인 스타덤에 오른 계기는 2015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tvN ‘집밥 김선생’이다. 이미 성공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로 어느 정도 유명세를 갖고 있던 그는 2013년 배우 소유진과 결혼하며 확고한 셀러브리티가 됐다. 이후 SBS ‘힐링캠프’, MBC ‘베란다쇼’ ‘무한도전’ 등에 스페셜 게스트로 출연해 화제가 되곤 했던 그가 2015년부터는 방송인으로서 고정 출연을 시작한다. 특히 ‘설탕’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화제를 양산한 그는 황교익 맛칼럼니스트에게 저격을 받으며 논란을 빚었지만 이를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오히려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켰다.
방송을 통해 백종원이 대중의 지지를 받은 까닭은 특출난 요리 비법이나 레시피를 알려줘서가 아니다. 값비싼 재료가 아니더라도 서민들이 보다 더 맛있게 음식을 접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대중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런 분위기는 SBS ‘골목식당’을 통해 더욱 굳어졌다. 대표적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인 그가 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선 모습에 또 한 번 서민들이 열광했다. 최근에는 SBS ‘맛남의 광장’을 통해 전국 각지의 지역 특산 농수산물 살리기에 나섰다. 이런 친 서민 이미지가 그를 대선후보로 거론되게 만든 셈이다.
사실 연예계에선 우스갯소리지만 백종원이 정말 대선 출마를 결심한다면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나오곤 했다. 우선 ‘골목식당’을 통해 전국 각지의 골목과 전통시장에 확고한 지지기반을 만들었다. 선거철마다 정치인들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는데 백종원은 이런 부분을 미리 끝내 놨다. ‘골목식당’ 방송을 통해 인연을 맺은 자영업자들이 백종원 선거 유세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맛남의 광장’을 통해서는 전국 각지의 농어민의 마음을 확실하게 잡았다. 정치인들이 자연재해로 힘겨워하는 농어민들을 찾아 피해구제를 약속하며 함께 재해 복구 작업을 하는 일종의 이벤트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농어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런 백종원의 지지기반은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춘 거대 정당에 밀리지 않을 만큼 탄탄하다.
백종원 영입설이 거듭 흘러나오는 곳은 미래통합당이다. 그만큼 보수 쪽이 백종원에게 더 어울리는 정당일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백종원은 사학재단 집안 출신으로 현재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게다가 성공한 사업가다. 문재인 대통령을 공개지지했던 황교익 칼럼니스트와의 논쟁을 통해 더욱 보수의 색깔이 입혀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금껏 백종원은 방송 활동이나 SNS 활동 등에서 본인의 정치색을 드러낸 경우가 거의 없다. 이런 터라 총선 때마다 미래통합당은 물론이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백종원을 영입 리스트에 올리고 있다. 그렇지만 백종원은 늘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선후보로 거론된 이번에도 백종원은 “지금 하는 일이 좋다”며 정치권에 전혀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대선 후보로는 누구를 눈여겨보고 있느냐”는 질문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백종원 씨 같은 분은 어떠냐. 이렇게 모두가 좋아하는 대중 친화적인 사람이 나와야 한다”라고 답해 화제가 됐다. 사진=박은숙 기자
기본적으로 김종인 비대위원장 발언의 진위는 ‘대선주자로 백종원을 영입하자’가 아니라 ‘대선주자로 백종원 씨 같은 분이 좋다’는 방향이었다. 이날 김 위원장은 ‘백종원 씨는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분인 것 같더라. 싫어하는 사람이 없던데요?’라고도 말했다. 결국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 사람이 미래통합당의 차기 대선주자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미래통합당의 대선주자 가운데 한 명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액면 그대로 볼 건 아니다. 좋은 비유, 좋은 생각”이라며 “그 정도로 국민적 거부감이 없고, 많은 분과 스스럼없이 소통이 잘 되는 인물을 찾아야 한다. 혹은 그런 인물이 되라는 취지의 주문으로 더 분발하라, 더 노력하라는 메시지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선주자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대권 주자로서 뜻이 있는 사람들은 백종원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며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들, 그리고 젊은 창업자들에 대해서 정말 국민 멘토이자 엄격한 트레이너로서 백종원 씨가 가지고 있는 국민의 기대감, 대중 친화적인 것을 목표로 하라는 것”이라고 김 위원장의 발언을 해석했다.
결국 요즘 미래통합당의 분위기는 대선후보로 백종원을 영입하자가 아니라 백종원 같은 대선후보를 찾거나 지금 대선주자들이 백종원을 롤 모델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백종원이 지난 수년 동안 쌓아온 이미지나 방송 커리어가 아닌 진심이라는 게 방송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 공중파 예능 PD는 “방송, 특히 예능은 다 쇼이기 때문에 방송을 통해 보이는 모습이 모두 사실은 아니다. 오히려 방송만큼 연출되고 편집된 모습만 보여주는 곳도 많지 않다. 그럼에도 요즘 시청자들은 연출과 편집 너머의 진실을 볼 줄 안다”며 “시청자들은 백종원 대표가 방송을 통해 형성한 이미지가 아닌 그 너머의 진심을 봤기 때문에 좋아하고 신뢰하는 것이다. 정치인들 역시 진심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면 되는데 그 부분에서 늘 아쉬움이 크기 때문에 국민들의 불신이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분석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