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은 당초 7월에 차기 대구은행장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차기 DGB대구은행장 최종 후보군을 대상으로 하는 CEO 육성 프로그램이 코로나19로 차질을 빚으면서 9월로 두 달 미뤄졌다고 발표했다. DGB금융 측은 일정이 늦어진 주요계열사 업무 교육, 분야별 전문가 멘토링, 어학능력 개발 등 관련 프로그램을 9월 말에는 끝낼 수 있어 12월 말로 예정된 차기 은행장 선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DGB대구은행 본점. 사진=일요신문DB
DGB금융은 지난해부터 CEO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 초 다수의 후보군을 뽑아 일대일 코칭 연수, DGB 포텐셜 아카데미, 다면평가 및 심층 인성검사 등을 통해 지난해 말 황병욱 부행장보, 김윤국 부행장보, 임성훈 부행장보 등 3명을 최종 후보로 확정했다. 최종 후보군을 대상으로 현재는 2단계 심화 교육 및 평가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2단계 일정은 지난 3월부터 시작됐어야 했다. DGB금융 내 증권사, 생명보험사, 금융리스 조직의 업무를 배우는 OJT(직무수행 교육훈련)와 분야별 전문가 교육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외부강사 초청이 어려워지면서 6월 27일로 미뤄졌다는 것이 그룹 측의 설명이다.
다소 늦어지긴 했지만 큰 문제 없이 절차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DGB금융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소통 부족’을 지적 받은 가운데 이번 후보자 선정 연기 역시 직원들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특히 이번 후보자 선정 연기가 일종의 ‘약속 불이행’에 해당하는 만큼 DGB금융의 신뢰성에 금이 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DGB금융은 채용 비리와 비자금 조성 혐의로 전임 은행장이 구속되고 다수의 임원이 사법 처리되는 등 은행 이미지가 크게 추락한 상태다. 실적도 물론 급감했다.
이 때문에 지역 금융그룹 중 전통의 라이벌인 BNK금융에 비해 시가총액이 크게 뒤떨어진 상황이며, 절대 우위에 있었던 JB금융에도 추월당하는 등 추락이 계속되고 있다. 영업실적 등에서도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 경제계조차도 DGB금융 실적 부진의 원인을 ‘CEO 리스크’로 해석할 정도다.
하지만 DGB금융은 전임 경영진들이 물러나고 새 경영진이 꾸려지는 과정에서 현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대구은행장을 겸직하면서 또 다른 논란을 불렀다. 그러자 올해 안에 대구은행장을 새로 뽑아 회장과 행장을 분리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특히 차기 은행장은 대구은행 내부 출신 가운데 한 명으로 선임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하지만 일정이 일방적으로 연기되면서 ‘다른 생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주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하는 체제를 연장하거나 기존 후보군이 아닌 제3의 인물을 은행장으로 앉히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구지역이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각한 곳인 만큼 김태오 회장이 지역경제 위기 등을 이유로 당분간 은행장 겸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떠돌고 있다.
이런 의심들은 김태오 회장의 임기와 연관돼 있다. 현재 한시적으로 은행장을 겸임하고 있는 김태오 회장의 은행장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반면 DGB금융지주 회장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은행장 선임이 조금 더 늦춰져 12월을 넘기면 자연스럽게 회장 임기와 맞물리게 된다. 이 경우 김 회장은 은행장 자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회장직 연임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또 임원인사가 통상 연말에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임기 만료 직전에 경영진 인사권을 행사하게 되는 셈이다.
한편에서는 올해 3월 새로운 사외이사로 선임된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의 ‘역할’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권혁세 이사는 경북고 출신으로, 김태오 회장의 2년 후배다. 권 이사는 지주 이사회 의장과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은행장 선임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다. 게다가 임기도 오는 2022년 3월로 김 회장의 임기보다 1년 늦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실제로 코로나19로 많은 금융사의 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는 만큼 DGB금융 측의 설명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일정 연기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소통이 부족했던 만큼, 그동안 DGB금융에서 있었던 일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뭔가 투명하지 않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