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작가에게 그림의 제작을 맡긴 뒤 자신의 이름으로 판매해 사기혐의로 기소된 가수 조영남(75)이 상고심에서 최종 무죄를 선고 받았다. 사진=일요신문DB
그러나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당시 재판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이수영)는 “화투를 소재로 해 표현한 문제의 미술작품은 조영남의 고유한 아이디어”라며 “대작 화가인 송 아무개 씨 등은 보수를 받고 조 씨의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구현하기 위한 기술 보조일 뿐 고유한 예술관념과 화풍, 기법을 그림에 부여한 작가라 평가할 수 없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특히 ‘직접 그린 그림이 아니’라고 구매자들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작품의 구매 동기는 다양하고, 조 씨가 직접 그 그림을 그렸는지 여부는 구매에 반드시 필요하거나 중요한 정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당시 그림 구매자 가운데 일부가 “조 씨가 직접 그린 그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대작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영남의 그림이 위작 저작권 등의 문제와도 연관이 없다는 점도 강조됐다. 재판부는 “자신의 작품인 것처럼 속이고 판매했다거나 위작 저작권에 휘말리지 않는 이상 막연히 조 씨가 직접 그렸을 것이라는 주관적 기대와 다르다고 해서 기망을 당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이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조영남의 작품을 구매한 이들이 조영남이 직접 작품을 제작한 것으로 믿고 구매한 것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사진=일요신문DB
작품의 친작과 대작 여부에 대해서는 “문제가 된 작품을 친작했는지 혹은 보조자를 사용해 제작됐는지의 여부는 구매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하거나 중요한 정보라고 말할 수 없다”며 “미술작품을 조영남의 친작으로 착오한 상태에서 구매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항소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한편 조영남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무명 화가 송 아무개 씨 등이 대신 그린 그림에 덧칠만 하고 서명을 넣는 등의 작품을 자신의 이름으로 고가에 판매해 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총 21점의 그림을 21명에게 판매해 1억 5000여 만 원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미술계에서는 “업계의 관행”이라는 조영남의 발언을 두고 공분이 일기도 했다. 당시 미술단체협회 연합에서는 허위사실을 적시해 미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조영남을 고소했다. 그러나 이 고소는 검찰단계에서 각하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