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지은은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으로 첫 지상파 주연을 맡아 시청률과 대중 인기를 한꺼번에 쥐었다.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실감이 아직 안 나요. 다들 재미있게 봐 주시고, 제가 연기한 태리라는 친구도 많이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어요. 엊그제 막방 촬영을 마쳤는데 정말 다들 정이 많이 들어서 슬퍼하시더라고요. 그래도 다른 분들은 잘 참으셨어요. 저는 결국 못 참고 눈물을 터뜨렸습니다만(웃음). 서로 쳐다보면 눈물 날까봐 다들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훔치고 있었는데, 응수 선배님도 해진 오빠도 눈시울이 빨개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아, 쳐다보면 안 되겠다. 우리 아직 방송 남았어!’ 하면서 마인드 컨트롤 했어요(웃음).”
극중 한지은은 독특한 매력으로 ‘준수식품’ 사원들은 물론, 시청자들의 눈길까지 사로잡은 인턴사원 ‘이태리’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금수저’ 회장 아들 남궁준수(박기웅 분)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워너비 상사’ 가열찬 사이에서 삼각관계를 형성한 그의 로맨스 향방도 시청자들의 주요 관심거리이기도 했다. 이처럼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받은 캐릭터의 ‘출생의 비밀’ 반전이 드러나는 순간, 실시간으로 방송 댓글을 달리던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사실 저는 처음부터 태리가 만식의 딸인 걸 알고 있었거든요(웃음). 알아야만 했다고도 생각했는데, 대신 어느 정도까지 티를 내야 하나 그런 게 고민이었죠. 초반에 태리는 태리만의 서사가 많이 드러나지 않고 딱 그 캐릭터적인 면모만 비치기 때문에 나중에 부녀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시청자들이 얼마만큼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게 저희에겐 숙제였어요. 그래서 태리가 초반에 나올 때 (부녀라는) 포인트를 알게 모르게 적절한 선에서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표현을 안 하다가 갑자기 부녀다 그러면 말이 안 되니까(웃음). 아, 태리랑 만식이 부녀인데 너무 안 닮았다고요? 저 그런 댓글 본 거 같아요. ‘태리 엄마 닮았구나’ 하는 거(웃음). 그런데 태리도 코드가 되게 독특하고 만식도 그렇잖아요? 나중에 둘이 부녀인 거 알고 보시면 ‘만식이 딸 맞네’ 하실 거예요.”
‘꼰대인턴’ 최고의 반전은 태리가 만식(김응수 분)의 딸이라는 것. 한지은은 이미 초반부터 이 사실을 알고 연기해 왔다고 밝혔다.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어제 선배님이 인터뷰하시다가 저한테 전화를 걸고 ‘지은아, 내가 꼰대야?’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런 질문이 들어왔는데 저한테 해명을 해 달라고 하시는 거예요. 꼰대 기가 정말 ‘1’도 없으신 분이에요! 제 생각에 꼰대라는 건 나이가 아니라 사람의 성향을 타는 문제고, 그런 꼰대성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응수 선배님도 워낙 연배가 있으시고 쌓아온 내공, 경험이 많으시니 선배님 기준이 확실한 부분이 있겠지만 그걸 강요하지 않으세요. 그러니 꼰대가 아니신 거죠. 만일 선배님이 꼰대였다면 제가 선배님한테 촬영장 밖에서도 감히 ‘만찡(만식의 애칭)’이라고 못 불렀을 거예요. 어제 전화 받을 때도 ‘만찡!’ 하고 받았어요, 인터뷰인 줄 몰랐거든요(웃음).”
부녀관계 ‘커밍아웃’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러브라인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열찬태리냐, 준수태리냐’며 열띤 토론을 벌였던 시청자들도 그렇겠지만, 배우 본인에게도 아쉽거나 섭섭한 마음이 없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한지은은 “현실적으로 본다면 이게 맞을 수도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꼰대인턴’으로 연말 시상식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에 한지은은 “베스트 커플상은 열찬만식에게 양보하고 싶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꼰대인턴’은 상반기 수목드라마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성적으로 마무리됐다. 영화를 기준으로 한다면 2006년, 드라마를 기준으로 한다면 2011년부터 연기자 생활을 시작한 한지은의 첫 지상파 주연작이라는 것은 물론이고 높은 시청률 성적까지 거머쥐면서 만족할 만한 필모그래피를 채운 셈이다. 아직 이르긴 하지만 연말 시상식도 기대해볼 법하다. 러브라인이 파투났으니 베스트 커플상은 ‘열찬만식’에게 간다고 하더라도, 신인상은 조금 욕심을 내도 좋지 않을까.
“연말 시상식 한 번도 가본 적 없는데 진짜 너무 가보고 싶어요(웃음). 수상이 아니어도 그냥 초대만 받아서 가도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베스트 커플상은 당연히 ‘열찬만식’에게 드려야 하죠(웃음). 제가 봐도 둘이 너무 잘 어울리거든요. 보고만 있어도 너무 재밌고 잘 어울리는, 남녀 커플 부럽지 않은 두 분이 베스트 커플상을 가져가시고…. 신인상은 일생에 단 한 번밖에 없다고 하잖아요. 그렇게 된다면 너무너무 영광이겠지만, 저는 그냥 일단 한 번 초대해 주시면 가는 걸로(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