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를 이끄는 양 축, 허문회 감독(오른쪽)과 성민규 단장이 불화설에 휩싸였다. 사진=연합뉴스
야구계에서 소문처럼 나돌던 성민규 단장과의 불화설은 이석환 롯데 자이언츠 대표이사가 ‘스포티비뉴스’ 인터뷰를 통해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사실로 굳어지는 듯했다. 이석환 대표는 인터뷰에서 “(현장과 프런트 사이에) 어느 정도 불협화음은 당연하다고 본다. 오랜 기간 서로 신뢰가 쌓이면 이 정도 불협화음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문제가 외부로 흘러나가며 단장과 감독 사이의 힘겨루기로 부풀려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인터뷰가 알려진 그날(24일) 허문회 감독이 기자들 앞에서 보인 행동이다. 허 감독은 경기 전 기자들과 인터뷰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모든 질문에 단답형 답변으로 일관했다. 경기 라인업을 묻는 내용에선 “홍보팀에서 알려줄 것이다”라고 말한 게 전부였다. 누가 봐도 무성의한, 불만이 가득한 인터뷰였다.
이후 미디어를 통해 허 감독과 성 단장의 불화설이 재점화됐다. 롯데 팬들도 양쪽으로 나뉘어 설전을 벌였지만 대부분 내부에서 충분히 정리될 수 있는 문제가 외부에 노출된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물론 다음날 허 감독은 기자들 앞에서 전날 보인 행동에 대해 “내가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했다”며 사과의 말을 전하는 걸로 일단락됐지만 그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허 감독과 성 단장의 불화설 배경에는 선수 기용 문제가 존재한다. 개막 직후 “반쪽짜리 선수를 만들면 안 된다”는 지론을 밝히며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지성준을 2군으로 내려 보냈고, 1루 수비 자원으로 예상된 전준우를 내내 외야수로 출전시켰다. 성 단장이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최고 성과물이라고 꼽는 두 가지 카드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야구계에서는 허 감독과 성 단장의 야구를 보는 시각과 팀 운영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소문이 확산됐다. 데이터 야구에 익숙한 성 단장과 자신의 ‘감’을 믿고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허 감독의 팀 운영은 평행선을 그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 허 감독은 마무리 투수 김원중을 관리 차원에서 6월 25일 현재 10일째 마운드에 올리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시즌 7세이브(2승)째를 올린 뒤 불펜에서 몸만 풀다 그냥 경기를 마치는 상황이 반복됐다. 허 감독은 마무리 투수로 첫 해를 보내고 있는 김원중이 건강한 몸으로 풀타임 시즌을 마치려면 관리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지난 키움전처럼 승부처에서 김원중을 아끼다 연패를 거듭한 허 감독의 고집에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불펜 투수가 10일이나 마운드에 오르지 않는 게 흔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마무리 투수의 등판 간격을 조절하고 투구수를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등판 간격이 길어지면 투구 감각 저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성민규 단장은 허 감독과 불화설에 일체 대응하지 않고 있다. 현장을 컨트롤하는 이는 감독이고, 선수단을 이끄는 이도 감독이기 때문에 자신은 현장을 돕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성적이 좋을 때는 구단 내부의 잡음까지 덮인다. 그러나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감춰둔 갈등이 여기저기서 모습을 드러낸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한테 돌아가기 마련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