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현대건설은 한남3구역을 포함해 총 9곳에서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해 총 3조 2764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로써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주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임준선 기자
#막 오른 용산구 재개발
지난 6월 21일 현대건설은 강북 최대 재개발 사업인 서울 용산 한남3구역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한남3구역 재개발은 한남동 일대 38만여㎡에 총 5816가구를 짓는 대규모 정비사업이다. 총 사업비 약 7조 원에 예정 공사비만 약 1조 8880억 원에 달한다. 상반기 현대건설은 한남3구역을 포함해 총 9곳에서 시공권을 따내 3조 2764억 원의 수주실적을 올렸다. 올해 3곳의 시공권을 따내 총 1조 5887억 원의 실적을 올린 2위 롯데건설보다 두 배 이상을 수주한 셈이다. 사실상 현대건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비사업 ‘수주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남3구역을 시작으로 한남동 일대 재개발·재건축 속도가 붙을 예정이다. 2018년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한남1구역을 제외한 한남2·4·5구역이 주요 사업장이다. 이 중 진행 상황이 가장 빠른 한남2구역은 올해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조합원 총회가 미뤄져 내년 3월 사업시행인가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까지 시공사 선정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재정비 촉진계획 변경안을 제출해 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한남4구역은 최근 논란이 됐던 신동아아파트의 철거를 결정하면서 탄력이 붙었다. 한남5구역은 재정비 촉진계획 변경을 앞두고 있는데, 최근 한국전력이 한남5구역 재개발 조합에 변전소 이전과 관련한 조건부 합의 의사를 전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밖에 6월 기준 용산구 내 주택 재건축 사업장은 총 18곳이다. 이 중 조합구성을 마친 곳은 한강맨션아파트, 산호아파트, 왕궁아파트 등 7곳이다.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곳은 신동아아파트, 청화아파트 등 5곳이다. 추진위원회 미구성은 한남시범아파트 등 5곳이다. 신탁방식은 한성아파트 1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중 한강삼익아파트는 조합 설립 이후 17년 만인 지난 5월 29일 재건축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이촌동 재건축 후발주자인 한강맨션도 건축심의를 통과하고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앞두고 있다. 왕궁아파트는 최근 기부채납 등을 통해 공공임대 물량 50가구를 공급하는 쪽으로 재건축 정비계획 변경안을 확정했다.
#용산벌 수주경쟁은 이제부터
한남3구역 수주에 실패한 대림산업, GS건설뿐만 아니라 주요 대형 건설사는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라도 남은 용산구 내 재개발·재건축 수주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와 관련,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일단 서울에 재개발·재건축 공급량이 없다 보니 모두 달려드는 형국”이라며 “특히 용산구는 대형 사업들이 즐비하고 작더라도 다 알짜 사업이다 보니까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본사. 사진=최준필 기자
한강삼익아파트는 대림산업이 시공하게 되면서 동부이촌동의 남은 사업장 대결이 주목된다. 첫번째 격전지로는 한강맨션이 꼽힌다. 일단 5년 만에 주택정비사업 시장에 돌아온 삼성물산이 한강맨션 재건축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강맨션은 총 660가구, 23개 동의 5층 아파트로 지어진 지 50년이 지났다. 재건축을 통해 최고 35층, 1457가구 규모 대단지로 거듭날 예정이다. 사업비는 약 7000억 원 규모로 예상된다.
대형 건설사 다른 관계자는 “동부이촌동 재건축은 저층 건물을 허물고 고층 건물을 세우다 보니까 일반분양을 많이 할 수 있어 사업성이 좋다”며 “또 한강 조망권에 교통 중심지이다 보니까 주요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남3구역을 발판으로 현대건설이 어느 정도 수주에 성공할지도 관전포인트로 꼽힌다. 현대건설은 한남3구역을 차지하면서 강북권 한강변 정비사업의 선점 효과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건설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경쟁의 구도도 달라질 전망이다.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 역시 “한남3구역이 경쟁이 치열했던 이유도 한강 랜드마크 중심에서 대규모 주택사업을 단독으로 진행한 시공을 성공적으로 끝낸다면 향후 용산뿐만 아니라 압구정, 여의도 등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수주전에서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라며 “한남동은 전통적인 부촌으로 꼽히고 한강 조망권이기 때문에 브랜드 홍보 효과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의 한남3구역 수주가 오히려 단점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건설이 한남3구역을 수주하기 위해 상당한 출혈을 감수하면서 여력이 떨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현대건설은 공사비를 낮췄다. 한남3구역 조합은 원안설계 공사비 1조 8800억 원을 책정했다. 현대건설은 공사비 부담이 늘어나는 대안설계를 내놓으면서도 원안설계보다 저렴한 1조 7377억 원을 제시했다. 한남3구역 공사비가 추가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대건설은 한남3구역 수주를 위해 조합에서 제시한 도급계약서를 수정사항 없이 100% 수용했고 공사비가 추가되더라도 현대건설에서 부담하겠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금융 부담도 적지 않다. 사업촉진비 5000억 원을 포함한 사업비 대여자금이 2조 원에 달한다. 현대건설은 또 아파트뿐만 아니라 12만 5400㎡에 달하는 상업시설 미분양에 대한 리스크까지 짊어졌다. 문제는 현대건설의 부담에 비해 분양 수익이 크진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한남3구역 일반분양 물량은 1100여 가구밖에 안 된다. 이 때문에 일반분양가를 높여야 수익을 끌어올릴 수 있는데,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관련기사 랜드마크 ‘한남3구역’ 따낸 승자, 현대건설 앞의 장애물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