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수비수’ 김민재와 연결되고 있는 유럽 구단들이다. 유럽에서도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명성을 가진 팀들이다. 유럽 현지와 국내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그의 이적 관련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괴물’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듯 해외 보도에선 그에게 ‘몬스터(Monster)’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축구팬들의 마음은 ‘빅리그’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할 김민재의 모습을 상상하며 벌써 설레고 있다.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가 유럽 유력 구단들과 연결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적료는 200억 원, 어디든 간다
2019시즌부터 베이징 궈안 유니폼을 입은 김민재는 오는 2021년 말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다. 베이징 입장에서도 적절한 이적료 수익을 얻기 위해선 최소 1년 전에는 ‘판매’를 해야 한다. 베이징으로서도 큰돈을 만질 수 있다면 김민재 판매에 나설 수 있다. 이들은 김민재의 몸값으로 1500만 유로(약 202억 원)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김민재에 관심을 가진 팀으로 포르투, 왓포드, 에인트호번 등이 거론될 당시만 하더라도 ‘200억 원이 많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았다. 베이징의 요구 사항이 너무 높아 유럽 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그런데 이적설을 뿌리고 있는 팀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200억 원은 ‘충분히 지출 가능한 금액’이 됐다. 특히 에버튼, 사우스햄튼, 울버햄튼, 아스널, 토트넘 등 프리미어리그 팀들은 2000만 유로 이상의 금액도 어렵지 않게 지출할 수 있는 재정을 자랑한다. 인터밀란, 라이프치히 등도 남부러울 것 없는 ‘부자구단’이다.
현지 언론 보도가 단순 ‘찌라시’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스포츠 관련 콘텐츠 생산과 소비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는 해외 시장의 경우 단순한 관심이나 접촉만으로도 뉴스가 부풀려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영국 내에서도 유력지로 분류되는 일간 ‘가디언’이 김민재의 소식을 다룬 것은 차원이 다르다. 축구전문 소속 기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김민재의 이름을 기억하라”며 해시태그 “몬스터”와 함께 특별히 언급하기도 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김민재의 유럽 진출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장애물은 걷혔다
김민재는 앞서 2019년 초 한 차례 유럽 이적설에 휩싸인 바 있다. 특히 왓포드의 관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는 중국행을 선택했다. 또 한 명의 유럽리거를 기대했던 팬들은 큰 실망감을 표현했다.
약 1년 6개월의 시간이 흐른 현재,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 김민재가 소속된 중국 슈퍼리그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중단돼 재개 시점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당초 4월, 6월 재개설이 돌았지만 베이징에서 또 다시 집단 감염이 일어났다. 최악의 경우 시즌 취소 가능성까지 대두하고 있다.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는 베이징 구단이 선수 판매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난해 김민재는 영국 이적시 취업비자(워크퍼밋) 발급도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프리미어리그는 외국인 선수 영입 과정에서 취업비자 발급 과정이 까다롭다. 구단이 이적료로 막대한 금액을 지출하거나 선수의 A매치 기록이 많아야 영국 노동청에서 ‘리그와 구단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판단을 내린다. 취업비자가 발급되는 이적료 기준은 1000만 유로다. 베이징이 1500만 유로를 받아낸다면 취업비자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 것이다. 거액의 이적료가 오가지 않는다 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 지난 2년간 김민재는 A매치에 ‘개근’에 가깝게 출전했다.
왓포드와 연결될 당시 김민재는 프로 무대에서 2시즌을 소화한 어린 선수였다. 유럽 구단으로선 그의 기량에 확신을 가지기 어려웠다. 하지만 거듭된 활약으로 의구심을 지워냈다. A매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와 같은 큰 경기에서도 일관된 경기력을 발휘해왔다. 유럽 출신 대형 공격수들을 상대한 중국 슈퍼리그에서 활약상도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군복무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 소속 기자는 “그의 이름을 기억하라”며 김민재를 특별히 언급했다. 이는 국내팬들을 더욱 흥분케 만들었다. 사진=데이빗 하이트너 트위터 캡처
#토트넘과 아스널도 김민재와 연결
포르투갈로 이적설이 흘러나오던 초기와 달리 최근에는 영국에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선수 본인도 프리미어리그를 동경하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김민재와 가장 오랜 기간, 꾸준히 연결돼 왔던 구단은 왓포드다. 베이징 유니폼을 입기 전인 전북 현대 시절에도 왓포드는 그에게 관심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김민재를 담기에는 그릇이 부족해졌다. 수비수에게 1500만 유로를 투자하기 어려워 보인다. 왓포드의 구단 역대 최대 이적료 지출은 3000만 파운드다. 하지만 이들은 수비수에게 1000만 파운드가 넘는 금액을 투자한 경험이 없다. 코로나19 사태도 지갑을 쉽게 열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북런던 더비’로 불리며 치열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토트넘과 아스널도 김민재와 연결되고 있다. 특히 토트넘은 손흥민이 뛰고 있어 더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몸값 지불 능력은 충분하지만 팀 상황이 각기 다르다.
아스널의 경우 수비가 무너졌다. 1군 소속 5명의 중앙수비수 중 다비드 루이스는 반복된 실수로 ‘호러쇼’를 펼치고 있고 긴급 임대한 파블로 마리는 부상으로 쓰러졌다. 믿음직한 중앙수비수를 찾아보기 힘들다.
토트넘도 어려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다만 중앙수비에 앞서 다른 부분(공격 또는 측면 수비)을 먼저 보강해야 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1군 명단 중 중앙수비수로 분류되는 선수만 다빈손 산체스, 토비 알더베이럴드를 포함해 6명이다. 때로는 중앙 미드필더인 에릭 다이어, 올리버 스킵도 수비 위치에 선다.
에버튼은 중앙수비 자원이 부족하다. 포지션이 중앙수비수로 분류되는 자원은 마이클 킨, 예리 미나, 메이슨 홀게이트 3명뿐이다. 이에 장기간 세계 정상급 수비수로 평가받던 베테랑 티아구 실바와 이적설을 뿌리기도 했다. 최근 4년간 매년 선수 영입에 8000만 유로 이상을 투자할 정도로 재정은 충분하다.
김민재는 등장과 동시에 프로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냈고 단기간에 국가대표 핵심 수비수로 자리잡았다. 다수 전문가들로부터 ‘유럽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데뷔 이래 가장 짙은 김민재 이적설에 축구팬들은 또 다른 빅리거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