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으로 내정된 김창룡 후보자는 경찰위 임시회의에 참석한 뒤 취재진을 만나 “국민 안전과 공정한 법 집행, 경찰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요구를 잘 알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민갑룡 경찰청장이 내정될 당시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2017년 12월 경찰청이 치안정감·치안감 승진·전보인사를 발표할 당시만 해도 2018년 6월로 예정된 차기 경찰청장 인사에서 가장 유력한 인물은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내정된 이주민 인천지방경찰청장이었다. 당시 인사에서 민갑룡 경찰청 기획조정관도 경찰청 차장으로 내정되며 유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주민 청장이 더 유력하다는 게 경찰 안팎의 분위기였다.
경찰대 1기인 이주민 전 청장은 경찰청 정보2과장과 외사정보과장, 정보심의관, 외사국장 등을 지냈고 미국 뉴욕 주재관도 거쳤다. 특히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2004년 청와대 국정상황실에서 근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시절이다. 당시 이 전 청장은 문재인 민정수석을 비롯해 청와대 인사들과 폭넓은 인연을 맺었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경찰 내부의 대표적인 기획·전략통으로 손꼽히는 인물이었다. 경찰청 수사권조정팀 전문연구관과 수사구조개혁팀장,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장, 서울경찰청 차장 등을 지냈다. 특히 수사구조개혁팀장, 기획조정담당관 등을 거치며 수사권 조정 관련 논의에 참여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도 인연을 맺었었다. 민 청장이 내정될 당시 조국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함께 일하며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알려진 이주민 전 청장이 더 유력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2018년 6월 민갑룡 경찰청 차장이 경찰청장으로 내정됐다. 그는 주로 정책부서에 근무한 기획·전략통인 데다 경찰청 차장이 된 뒤 경찰개혁(경찰개혁위원회)과 수사권 조정 업무에 깊이 관여하며 문재인 정권과 잘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강력한 경쟁상대였던 이 전 청장은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 부실수사로 인해 경쟁력을 잃었다.
이번 경찰청장 인사에선 김창룡 부산지방경찰청장,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 장하연 경찰청 차장 등이 유력한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경찰청장 8명 가운데 3명이 서울지방경찰청장 출신이고 3명은 경찰청 차장 출신일 만큼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경찰청 차장은 경찰청장으로 가는 엘리트 코스다. 그런데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 장하연 경찰청 차장이 아닌 김창룡 부산지방경찰청장이 경찰청장으로 내정됐다.
김창룡 후보자는 경찰 내부에서 외사통·정보통으로 분류된다. 주 브라질 상파울루 총영사관 영사와 워싱턴 주재관 등 다양한 해외 경험을 갖춘 데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근무 이력이 있다. 당시 치안비서관실 행정관으로 파견 근무를 했는데 당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시민사회수석실 산하 치안비서관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한 만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이주민 전 청장보다 더 인연이 깊다.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뒤 기자들을 만난 김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일한 경력 덕분에 후보자가 됐다는 분석이 있다’는 질문을 받자 “인사 대상자가 인사권자의 인사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후보자는 경남 합천 출신으로, 부산 가야고와 경찰대학교를 졸업했다. 기본적으로 지역 안배 차원에서도 김 후보자는 강점이 있다. 민갑룡 현 청장이 전남 목포 출신이고 후보군에 있던 이용표 청장은 경남 남해 출신, 장하연 차장은 전남 목포 출신이다. 지역 안배 차원에선 PK(부산·울산·경남) 출신인 김 후보자와 이 청장이 유리한 상황이었다.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는 경찰대 4기로 민갑룡 청장(사진)과 동기다. 사진=임준선 기자
또한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청장 승진 흐름에도 부합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도 있다. 경찰대 4기인 민 청장이 경찰청장이 되면서 승진 흐름이 다소 빨라졌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경찰대 4기로 민 청장과 동기다. 김 후보자 역시 2017년 치안감으로 승진해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을 맡을 당시 통상보다 1년 빠른 승진이었다.
경찰대 동기인 민 청장의 승진은 더 빨랐다. 2016년 경무관에서 치안감으로 승진하고 2017년에는 치안정감이 됐다. 그리고 2018년에는 경찰청장이 돼 2년 동안 3계급이나 초고속 승진을 했다. 이렇듯 최근 빨라진 경찰 고위급 승진이 김 후보자가 경찰청장 후보자로 내정되면서 어느 정도 템포가 조절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2년 전 유력한 경찰청장 후보로 언급됐던 이주민 전 청장이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 부실수사로 흔들린 데 반해 김 후보자는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경호와 치안 유지를 차질 없이 수행하며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등 법적 절차를 통과하면 문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게 된다. 임기는 2년으로 다음 대선을 잘 관리하는 역할까지 맡게 됐다. 김 후보자에게 더욱 중요한 부분은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후속 작업과 자치경찰제 도입과 국가수사본부 설치, 정보경찰 개혁 등을 골자로 한 경찰개혁 입법을 추진하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검찰과의 대립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직후 “국민 안전과 공정한 법 집행, 경찰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요구를 잘 알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