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만에 다시 이뤄지는 인사는 검찰 내 작지 않은 후폭풍을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장악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게 공공연한 이야기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가장 정확하게 맞는 게 검찰 조직이기 때문인데, 내부에서는 “윤석열 총장의 팔 다리를 더 확실하게 자르는 인사가 되지 않겠느냐”는 추론까지 나온다.
추미애 장관은 소위 ‘윤석열 라인’으로 불리는 검찰 내 특수통의 입지를 축소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윤 총장이 대검찰청 이동통로로 걸어가는 모습. 사진=임준선 기자
#5개월 만에 인사 앞둔 검찰
6월 18일 추미애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7월 검찰 인사가 예정돼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2월 인사는 이른바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평가하고 “다수의 검사들은 직업적 소명 의식을 갖고, 사법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서 일선에서 아주 고생하고 있는데 일부 인지 부서를 중심으로 한 잘못된 수사 관행을 당연시하는 풍토 속에서 검찰 조직이 신뢰를 잃어버렸고, 그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며 “(7월 인사 때) 형사·공판부에서 묵묵히 일해 온 인재들을 발탁하겠다”고 답했다.
윤석열 총장을 중심으로 검찰 내 핵심 요직을 차지한 특수부 출신 검사들에 대한 확실한 차별을 주겠다는 해석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추 장관의 2월 인사는 윤 총장의 대검 간부들을 전원 교체하며 ‘학살’이라는 평가까지 나왔었다. 특수통들이 대거 잘려나갔던 2월 인사가 7월에 재연될 것이라는 추론이 나오는 대목이다.
추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을 놓고 검사들의 반응은 분분하다. 특히 5개월 만에 다시 이뤄지는 인사를 앞두고 “너무 빠르다”는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기대감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어차피 추 장관이 예정했던 인사 아니었나. 이미 하겠다고 했으면 해야 한다. 검사들이 그 일정에 맞춰 사건도 조절하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검찰 내부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적지 않은 검사들이 ‘그만두고 싶지만, 그만둘 수 없는 현실’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코로나19로 조금은 달라진 분위기
그리고 흥미로운 포인트는 이 과정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적지 않은 검사들이 ‘그만두고 싶지만, 그만둘 수 없는 현실’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법률시장이 악화된 점을 언급하는 것인데, 한 검사는 “원래 그만두겠다고 했던 동료들이 코로나19로 법률시장이 정말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올해는 검찰 안에서 무조건 버티겠다고 생각을 바꾸더라”며 “나가도 먹고는 산다지만 예전 같지 않고 힘들다는 검찰 출신 변호사들의 얘기에 다들 조직에 남아야 하나 고민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원래 옷을 벗고 변호사로 개업하려던 한 검사는 가족회의를 거쳐 검찰에 남기로 결정하기도 했고, 또 다른 검사는 “좌천성 인사를 받더라도 올해는 그냥 남겠다. 공무원의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는 “예전에는 검찰 출신이면 모셔가려고 경쟁이 붙었다면, 최근에는 평판조회도 꼼꼼하게 하고 면접에서도 치열하게 묻는다”며 “코로나19로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예전만큼 검찰 출신 자리가 나지 않는다. 대형 로펌 들어오기도 힘들어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추미애 vs 윤석열 인사 놓고 갈등 재연되나
그런 가운데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추 장관은 소위 ‘윤석열 라인’으로 불리는 검찰 내 특수통의 입지를 축소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한 상황. 명분도 있다. 얼마 전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특수통 중심에서 벗어나 형사, 공판부 검사 중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 역시 앞서 국회에 출석해 “인사의 기조는 형사·공판부에서 묵묵히 일해 온 그러한 인재들을 발탁함과 동시에 전문 검사제도를 향해서 나아가겠다”며 윤 총장 라인 숙청 가능성을 시사했다.
추미애 장관은 6월 28일 초선의원들 앞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에 대한 “수사 지시를 윤 총장이 따르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번 인사를 앞두고 인사 조치의 명분을 삼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사진=박은숙 기자
총선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하에 잠시 잠잠했던 여당도 추 장관 지원 사격에 나선 모양이다. ‘총장 사퇴론’을 다시 꺼내 들고,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 과정 관련 의혹에 대해 윤 총장의 국회 출석도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총장을 향한 압박이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황에서 구체적인 인사안에 따라 지난 인사 당시 법무부와 대검의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당장 2월 인사와 비슷하거나 더 큰 규모로 검사들이 좌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직 윤 총장 지근거리에 남아 있는 이복현 부장검사 등이 인사 대상자로 물망에 오르는데, 이 부장검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를 담당했던 윤 총장의 ‘복심’ 가운데 한 명이다. 그 밖에 대검찰청에서 윤 총장의 편에서 조언하는 간부들 역시 추려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인사 조치도 있었다. 법무부는 기자와 검사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취재원을 회유·협박했다는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6월 25일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를 직무에서 배제했다. 통상 감찰에 나서더라도 직무는 배제하지 않는데 추 장관은 윤 총장의 핵심 측근으로 불리는 한 차장검사를 곧바로 조치하며 확실한 시그널을 보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채널A 이 아무개 기자의 검언유착 의혹에 대해, 자문단의 평가를 받으라는 윤석열 총장의 지시를 반대하고 나선 것도 인사를 앞두고 작은 변수로 떠오른다. 추 장관은 6월 28일 초선의원들 앞에서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관련 “수사 지시를 윤 총장이 따르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인사 조치의 명분을 삼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승진 대상자에 속하는 한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과 추 장관의 갈등이 커지면 커질수록 인사 규모도 커지지 않겠느냐”면서도 “다만 코로나19로 시기가 시기인 만큼, 옷을 벗고 나가는 검사들은 예상만큼 많지는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