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갑질 논란’이 불거진 배우 이순재 측이 공식입장을 내고 재차 사과했다. 사진=컴퍼니그리다 제공
소속사에 따르면 이순재의 로드매니저 김 아무개 씨는 지난 3월 온라인 채용사이트를 통해 채용됐다. 별도의 계약서 작성은 없었다. 이에 대해 소속사는 “저희가 1인 기획사이며 별도 운영하던 연기학원 수업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중단되면서 임대료를 줄이기 위해 급하게 사무실을 이전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계약서 작성을 누락했다”고 해명했다.
김 씨는 지난 6월 29일 SBS 뉴스8 보도에서 “두 달 동안 주당 법정 근로시간 52시간을 초과한 평균 55시간을 월 180만 원만 받고 추가 수당 없이 일했다. 4대 보험 미가입 문제를 제기하자 부당해고 당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소속사 측은 “로드매니저의 업무시간이 배우의 스케줄에 따라 매우 불규칙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프리랜서라고 생각해 4대 보험을 가입하지 않았다”라며 “로드매니저의 급여는 매니지먼트 업계 평균 수준으로 책정했고, 배우 촬영 중 대기시간 등이 길어 하루 평균 9~10시간 정도 근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소속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로드매니저와의 계약을 해지한 사실은 없다”라며 “로드매니저의 계약상대방은 소속사로 4대 보험 가입 여부 문제는 소속사와 논의해야 할 부분이었는데, 로드매니저는 소속사가 아닌 배우 개인에게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매우 강하게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로드매니저는 배우와 모든 일정을 동행하며 배우의 컨디션을 살피는 역할을 한다. 소속사로서는 배우를 배려하지 않고 지속적인 신뢰를 쌓을 수도 없는 사람과는 계약을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이 부분도 로드매니저의 신청으로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구제 절차가 진행 중이므로 소속사는 법적 절차에 성실하게 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 씨는 또 매니저로 일하는 기간 동안 이순재의 부인과 딸 등 가족으로부터 매니저 업무 외의 일을 강요당했다고도 주장했다. 생수병 나르기, 분리수거 등 ‘허드렛일’을 자신에게 시켰으며 제대로 해내지 않을 때마다 이순재의 부인에게 폭언을 들었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김 씨는 이에 대해 “머슴살이를 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반면 소속사 측은 “머슴살이나 갑질이란 표현은 실제에 비해 많이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초 이순재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오는 2일 기자회견을 예정하고 있었으나 건강 문제 등으로 취소했다.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그러면서도 “그러나 배우의 가족들은 일상적으로 나이가 많은 부부의 건강과 생활을 보살피고 있고 로드매니저에게 일반적으로 가사 업무라고 불리는 청소, 빨래, 설거지 등을 시킨 사실이 전혀 없으며 ‘허드렛일’이라고 표현된 대부분의 심부름 등은 당연히 가족들이 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소속사 측은 “이번 일을 계기로 배우 부부는 로드매니저들이 사적인 공간에 드나든다고 해도 공과 사는 구분하여야 하고, 자신의 입장에서 편하고 가깝게 느껴진다고 해서 상대방도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좀 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지 못한 점을 반성하고 있고 이로 인하여 상처 입은 해당 로드매니저에게 사과를 드린다”라며 “기회를 준다면 빠른 시일 내에 만나서 직접 사과하고 싶다. 기자회견을 열어 배우의 입장만 밝히는 것은 마음의 상처를 받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일이 아니라 판단해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속사 측은 이순재의 말을 대신 전하기도 했다. 이순재는 “그동안 이순재 본인을 믿고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남은 인생은 살아온 인생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전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