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주의 단체 활동을 이유로 가맹계약을 해지하는 등 보복조치를 취한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가 BBQ인 것으로 확인됐다. BBQ 본사 전경. 사진=일요신문DB
BBQ는 지난 1월 31일 양흥모 BBQ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이 운영하던 용인죽전새터점과의 가맹계약을 종료했다. 양 의장이 가맹계약 갱신 요청을 여러 차례 했지만 BBQ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BBQ는 계약 종료의 구체적인 이유를 알리지 않았다.
경기도는 양 의장이 가맹점주협의회 초대 공동의장으로 선출된 뒤 소셜미디어에 글 작성, 언론 인터뷰, 1인 시위 등 가맹점주 권리 증진을 위한 단체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BBQ는 지난해 양흥모 의장을 상대로 ‘명예훼손’ ‘신용훼손’ ‘업무방해’ 등으로 형사 고소한 뒤 5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BBQ는 당시 고소장에서 “언론 인터뷰, PRM(본사와 가맹점주가 소통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밴드(소셜미디어) 활동을 통해 지속적·악의적·계획적으로 고소인 회사의 명예, 신용을 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적시했다. 양 의장은 위 건에 관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피고인의 행위로) 타인의 신뢰에 위해가 발생했다거나,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의 조정결정서에 따르면 BBQ는 계약 기간 중 양 의장에게 일방적으로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이때 계약 종료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BBQ와 양 의장의 계약 기간은 2021년까지로 일방적인 종료일로부터 1년이 남아 있었다.
BBQ는 양 의장과의 계약 기간이 지난해 1월 31일로 종료됐고 가맹점 운영 10년이 넘어 가맹사업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갱신요구권이 양 의장에게 없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양 의장과 BBQ는 2년마다 가맹계약을 갱신해왔는데, 2017년 2월 1일 갱신(2019년 1월 31일 만료)을 끝으로 따로 계약 연장 서류를 작성하지 않았다.
BBQ 관계자는 “BBQ는 공정거래법, 가맹거래법에 의거 (양 의장과) 3개월 전 소통했고 유예기간을 줬으나 이행이 안 됐으며 갱신의지 없다고 판단하여 계약 종료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경기도는 암묵적으로 둘 사이의 계약이 자동 연장됐다고 봤다. BBQ는 지난해 1월 10일 양 의장에게 보낸 내용증명에서 “1월까지 계약갱신 교육을 반드시 수료해야 하지만 성수기인 1월 매출 극대화를 위해 2019년 2월로 연장한다”고 전했고, 2019년 10월 17일 가맹계약 종료를 통보하기 전까지 양 의장의 영업에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경기도는 이를 근거로 BBQ가 양 의장의 용인죽전새터점 가맹 영업 연장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지예 경기도 공정경제과장은 “지역사정과 특성을 잘 아는 지방정부에 가맹사업 분쟁조정권과 더불어 조사권과 처분권이 있다면 가맹점주의 권리구제가 보다 실질적이고 신속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경기도 제공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서보건 법률사무소 다름 대표변호사는 “만약 가맹점 운영 10년이 지나 가맹점주가 갱신요구권을 상실했다고 할지라도 가맹거래법상 중대한 결격 사유가 없다면 프랜차이즈 본사가 일방적으로 계약 종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BBQ가 양 의장뿐 아니라 BBQ가맹점주협의회 임원 전체를 상대로 보복 조치에 나서면서 협의회를 와해한 정황도 나왔다. 경기도 공정경쟁과 조사 결과 협의회 임원의 가맹점 가운데 57.1%가 2년 사이 폐업했다. 협의회 임원은 21명이다. 이 가운데 12곳이 문을 닫았다. 2018년 말 기준 BBQ 전체 가맹점 폐업률은 14.7%다. 4배가량의 차이다. 폐업한 협의회 임원 12명 가운데 7명이 경기도 조사에 응했는데, 7명 가운데 6명(85.7%)이 가맹점주협의회 활동으로 불이익을 받았다고 답했다.
경기도는 조정결정서에서 “대부분 가맹점협의회 임원들이 가맹사업자의 지위를 상실해 더 이상 정상적인 단체 활동을 할 수 없어 새로운 임원진이 모집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양 의장의 위 행위(언론 인터뷰 등)를 이유로 갱신 거절한 것은 법(가맹사업법) 14조의2 5항 위반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가맹사업법 14조의2 제1항은 가맹점주의 단체 구성을 보장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제2항은 ‘가맹본부는 가맹점사업자단체의 구성·가입·활동 등을 이유로 가맹점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하거나 가맹점사업자단체에 가입 또는 가입하지 아니할 것을 조건으로 가맹계약을 체결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분쟁조정협의회를 거쳐 경기도는 BBQ가 양 의장에게 적정 금액의 손해 배상을 하는 것으로 조정을 권고했다. 그러나 BBQ가 이를 거부하면서 성사되지 않았다. 경기도는 실질적으로 BBQ에 제재를 가할 권한이 없다.
경기도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대리점분야의 본사와 점주 간 분쟁조정 권한을 위임받아 도내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한 분쟁을 조정해왔다. 하지만 가맹사업법에 불공정거래행위를 감시·감독할 수 있는 조사·처분에 관한 지방정부의 역할은 명시돼 있지 않다.
윤홍근 BBQ 회장. 사진=연합뉴스
경기도는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지만 가맹계약 유지를 위한 실질적인 권리구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공정위에 해당 사건을 직접 신고할 예정이다. 나아가 경기도는 도내 가맹 분야의 부당해지나 단체 활동 방해 행위 실태 파악을 위해 치킨 업종부터 우선적으로 불공정행위 실태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지예 경기도 공정경제과장은 “지역사정과 특성을 잘 아는 지방정부에 가맹사업 분쟁조정권과 더불어 조사권과 처분권이 있다면 가맹점주의 권리구제가 보다 실질적이고 신속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보건 변호사는 “본사의 가맹점주 단체 활동 방해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형법을 위반하는 행위로 보긴 어렵지만 명백한 불공정행위”라며 “공정위 제재가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점주의 ‘단체교섭권’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정위는 오는 12월 가맹점주로 구성된 단체가 협의를 요구할 때 본사가 응해야 한다는 내용의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박현광 기자 mu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