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드래곤스타’ 피해자의 말이다. 드래곤스타는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 받고 신분증 인증까지 마치면 접속할 수 있다. 드래곤스타 앱에 접속하면 용 캐릭터를 구매할 수 있는데 가격대는 흑룡, 백룡, 청룡, 황룡 캐릭터에 따라 다르다. 가장 싼 흑룡은 6만 원이고 가장 비싼 황룡은 240만 원에 이른다.
최근 드래곤스타를 비롯해 몽키레전드 등 P2P 탈을 쓴 사기, 도박 업체가 성행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를 요하고 있다.
이 용은 어디에 쓰는 걸까. 딱히 쓸 곳은 없다. 구매한 뒤 용을 4일에서 7일 정도의 강제 보유 기간 동안 갖고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있고, 그때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다른 사람에게 용을 구매한 사람은 다시 4~7일을 기다린 뒤 또 다른 사람에게 팔면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약 5일 만에 발생하는 수익은 12%에서 최대 18%까지 이른다고 홍보했다. 며칠 만에 1년 은행 이자 10배에 달하는 금액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드래곤스타 운영진 측은 회원들이 초기 용을 사는 비용과 함께 수수료도 챙기고 있었다. 드래곤스타 계정을 활성화하거나 거래를 하면 여의주라는 아이템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 여의주 1개에 120원이고 계정 하나 만드는 데 여의주 200개가 필요하다. 계정 하나당 2만 4000원을 챙기는 셈이다. 특히 계정을 여러 개 만들어야 용을 여러 개 살 수 있고 돈도 빠르게 벌 수 있다고 생각한 회원들은 계정을 수십 개씩 만드는 경우가 흔했다.
드래곤스타는 각종 광고와 유튜브 등을 통해 합법이며 안전한 재테크라고 소개하고 있다. 한 유튜버는 영상에서 “코로나로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 P2P(Peer to Peer, 개인 간 거래)를 통한 부업 방법, 드래곤스타를 홍보하고 싶다. 캐릭터를 다른 사람과 거래해 돈을 벌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다. 걱정을 안해도 된다”고 말했다. 개인 간 거래만 한다는 드래곤스타지만 기존 회원이 신규 회원을 유치할 경우 2%에서 6%까지 수당을 부여하고 있다. 이 수당은 드래곤스타가 단순 개인 간 거래만 주선한다는 말과 달리 다단계 요소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점이다.
합법이라는 드래곤스타 입장에 대해 전문가 생각은 달랐다.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드래곤스타는 표면적으로는 개인 간 거래를 단순 주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기존 다단계 방식과 다르게 보이게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불법이 아닌 것처럼 포장했다”면서도 “다만 회원 유치에 따른 보상이 있다는 점에서 결국 기존 다단계 조직처럼 처벌은 동일하게 받으리라 본다. 유사수신, 방문판매법 등 저촉을 받을 가능성도 높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방식의 원조는 ‘몽키레전드’다. 몽키레전드도 드래곤스타와 구조는 똑같다. 용이 아닌 원숭이를 사는 게 다를 뿐이다. 몽키레전드는 오공, 슈프림 몽키킹, 몽키킹 등 원숭이 캐릭터를 사고판다. 원숭이를 사고 4일 뒤에 팔면 수익 12%가 붙는 방식은 드래곤스타와 판박이다. 신규 회원 유치 시 수당도 똑같다.
드래곤스타 피해자 방. 신고한 사람을 오히려 나무라는 분위기다.
몽키레전드도 마찬가지다. 6월 19일 몽키레전드 회원 3명이 서울 수서경찰서에 사기 및 유사수신 혐의로 몽키레전드 운영자를 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 초기 단계”라고 밝혔다. 현재 몽키레전드는 대규모 업데이트를 한다며 카지노 관련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피해자들은 이게 실현될지 의심의 눈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회원들 바람과 달리 이미 업체가 먹튀한 뒤에는 거래를 해선 안된다는 조언을 했다. 한상준 변호사는 “업체가 사기나 도박죄로 처벌받는다면 거래했던 회원들도 도박개설 방조죄 등으로 처벌받는다. 다만 회원들은 불법인 줄 몰랐다면 불기소 등으로 감경해준다”면서 “그런데 회원들이 이미 불법인 걸 인지한 뒤에도 신규 회원에게 물량을 넘기면 업체와 똑같이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것밖에는 안 된다. 지금부터 거래하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조언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