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일 오전 7시 쿠팡 부천신선물류센터 앞 ‘쿠팡 피해자 모임’ 회원 10여 명이 출근하는 사원들을 향해 말했다. 회원들이 들고 있는 플래카드엔 ‘무료노동상담 로켓상담’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통근 버스에서 무더기로 내린 사원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며 입구로 향했다. 이날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5월 25일 폐쇄됐던 쿠팡 부천물류센터가 재가동하는 날이었다.
‘쿠팡 피해자 모임’ 회원들이 2일 오전 7시 재가동하는 쿠팡 부천신선물류센터 앞에서 출근하는 사원들을 상대로 무료노동상담을 방법을 알리고 있다. 사진=박현광 기자
쿠팡 물류센터 관리자들은 출근하는 사원의 체온 체크와 동시에 신분증을 확인했다. 쿠팡은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QR코드로 사원들의 신분 확인을 대신하기도 했는데, 이에 익숙하지 않은 사원들은 앱을 깔거나 조작하느라 애먹기도 했다. 쿠팡은 당분간 ‘신분이 확인되지 않는’ 일용직을 제외하고 계약직만 출근시키기로 했다.
물류센터 관리자들은 줄 서 있는 사원들에게 서로 간격을 1m 이상 떨어지도록 지시했다. 줄이 입구까지 이어져 더 이상 줄 설 공간이 없자 아예 사원들이 탄 통근 버스를 물류센터 안으로 들이기도 했다. 관리자 가운데 한 명은 “안에서 체온 체크를 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초고강도 거리두기’를 시행한다며 흡연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폐쇄된 실외 흡연장 앞에 흡연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폈다.
피해자 모임 회원이자 부천물류센터에서 계약직으로 일한 고 아무개 씨는 “현실적으로 일하면서 거리두기가 지켜질 수 없다. 1m 떨어져서 체온 체크하는 건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며 “쿠팡은 현실적인 대책을 아무것도 마련하지 않았다. 사원들에게 출근하라는 통지도 하루 전인 7월 1일에 했다”고 지적했다.
철조망 뒤로 체온 체크와 신분증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는 쿠팡 사원들. 쿠팡 물류센터 관리자들은 사원들에게 서로 간격을 1m 이상 떨어지도록 지시했다. 사진=박현광 기자
이날 쿠팡 부천물류센터 코로나19 사태의 최대 피해자로 꼽히는 전 아무개 씨도 집회에 참가했다. 전 씨는 부천물류센터에서 일하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의 남편과 딸까지 코로나19에 걸렸다. 본인과 딸은 완치됐지만 폐에 기저질환이 있던 남편은 현재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 씨는 “병원에서 남편은 어렵다고 했다. 깨어나도 식물인간 정도라고 했다. 가정이 송두리째 무너졌지만 쿠팡은 전화 한 통 없었다”며 “나는 쿠팡에서 일할 때 개인 방한복을 챙겨갔고, 라커룸도 쓰지 않고 개인 위생에 신경 썼다. 쿠팡도 회사 차원에서 최대한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전 씨는 “쿠팡은 방한복을 돌려 입게 하지 않았다는 등 이제 와선 거짓말로 변명을 대신하고 있다”며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보상도 없이 사원들을 다시 출근시키고 있다. 또 나와 같은 경우가 나오지 말란 법 없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초고강도 거리두기’를 시행한다며 흡연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폐쇄된 실외 흡연장 앞에 흡연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폈다. 사진=박현광 기자
쿠팡 관계자는 1일 부천물류센터 재가동을 알리며 “부천 신선물류센터는 한 달 넘게 운영을 중단하고 보건당국과 협의해 정밀방역을 진행했고, 보관 중이던 243톤 규모의 상품을 전량 폐기 처분했다”며 “이후 6월 24일 보건당국이 추가로 환경 검체 검사를 했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아 안전을 재확인하고 재가동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쿠팡은 6월 28일 ‘쿠팡의 입장’이라는 반박문을 통해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현장검체검수에서 방한복과 방한화에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며 “작업복, 작업화 돌려쓰기가 집단감염의 원인이라는 것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는 1시간 정도가 지나 사원들이 출근을 마친 뒤 끝났다. 김한별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쿠팡지부 조직부장은 “쿠팡 물류센터 노동 환경이 열악하다고 알고 있다. 직원과 함께하는 모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왔다”며 “산재 처리 과정뿐만 아니라 직장 갑질, 인권침해 등 같이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박현광 기자 mu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