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가 지난 뒤 사건이 마무리됐지만 이미 이춘재는 처제 살인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아 복역 중이다. 이처럼 대중과 격리돼 있어 공개되지 못한 이춘재 현재 얼굴은 오는 10~11월 즈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모방범죄로 분류됐던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 아무개 씨의 재심재판에 이춘재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기 때문이다(관련기사 [이춘재 8차 사건 재심③] “형수, 1년만 살고 올게”).
이춘재의 중학교 졸업사진과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 당시 작성된 몽타주,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사진이다. 그렇지만 이미 수십년 전의 사진일 뿐 현재 얼굴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10월이나 11월 즈음 8차사건 재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게 될 경우 이춘재 현재 얼굴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일요신문DB, MBC ‘실화탐사대’ 방송 화면 캡처
7월 2일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수사본부(본부장 경무관 반기수)는 종합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이춘재가 14건의 살인사건과 9건의 강간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했다. 욕구 해소를 위해 가학적 형태의 연쇄범행을 한 것임을 확인한 경찰은 사건을 곧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이춘재가 경찰 접견 조사에서 자백한 범죄는 살인 14건과 강간 34건이다. 수사본부는 총 52차례 이춘재를 접견 조사했으며 그는 단 한 번도 접견을 거부하지 않고 자유롭게 진술했다.
경찰은 이춘재가 자백한 14건의 살인사건에 대해 그의 범행이 명백하다는 입장이다. 사건은 이춘재가 군에서 전역한 1986년 1월 23일 이후부터 발생했으며 발생 장소도 출생·학교·직장 등 연고가 확인되는 지역이다. 이처럼 14건의 살인사건은 발생 시기와 장소가 이춘재의 행적 및 생활반경과 일치한다. 이 가운데 5건은 DNA가 검출돼 이춘재의 범행임이 명백히 밝혀졌고 나머지 9건도 자백의 임의성과 신빙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반면 강간사건의 경우 이춘재가 자백한 34건 중 9건만 그의 범행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25건의 강간사건도 이춘재의 범행으로 판단되지만 살인사건에 비해 진술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당시와 지금의 지형 변화로 정확한 범행 일시와 장소를 특정하는 데 어려움이 따랐다고 한다. 또한 피해자가 진술을 원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추가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
또한 경찰은 8차사건 관련 수사 참여 경찰 및 검사 등 8명을 직권남용과 감금 등의 혐의로 입건했는데, 원활한 재심절차 진행을 위해 지난 2월 6일 검찰에 송치했다. 다만 이들의 경우 혐의는 인정되지만 공소시효가 완성돼 ‘공소권 없음’ 의견이었다.
초등생 김 아무개 양 살해사건과 관련해서는 수사 참여 경찰관 2명을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입건했으며 이 사건도 곧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과연 이춘재는 어떤 사람일까. 경찰이 발표한 종합 수사결과에는 이춘재의 심리 특성과 범행동기가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경찰은 객관성 담보를 위해 전국에서 소집된 프로파일러들의 반구조화된 면담과 심리검사, 진술 및 행동특성 분석, 사이코패스 평가 등 모든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그 결과 이춘재는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자신의 삶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하는 유형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군대에서 처음으로 성취감과 주체적인 역할을 경험하게 되면서 변화를 갖게 된다. 군 전역 이후 다시 무료하고 단조로운 생활을 이어가며 욕구불만 상태에 이르게 되면서 상실된 자기 주도권을 표출하기 위해 성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한 것으로 경찰은 분석하고 있다.
이렇게 시작된 성범죄는 살인으로 이어졌다. 그렇지만 지속적인 성범죄와 살인에도 불구하고 죄책감 등 감정 변화를 느끼지 못하게 되자 감정 상태에 따라 살해하는 연쇄살인으로 이어졌고 범행수법도 가학적인 형태로 진화하게 된다.
사이코패스 평가에서도 자신의 범행과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과시하고 언론과 타인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등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반면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에 대하여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수사 초기 이춘재는 “피해자들에게 미안하다”며 반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점차 범행 원인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고, 자신의 건강 및 교도소 생활만을 걱정하는 등 이중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보였다.
경찰은 이런 이춘재의 심리 특성을 바탕으로, 범행동기를 ‘내재된 욕구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11월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으로 복역 후 출소한 윤 아무개 씨가 재심청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경찰은 신상공개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이춘재의 신상을 공개했다. 다만 1994년 처제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현재 수원구치소에 수감돼 있어 현재 얼굴은 공개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오는 10월이나 11월 즈음 이춘재의 최근 모습이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8차사건 범인으로 검거돼 2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윤 아무개 씨 재심 재판에 이춘재가 증인으로 출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수원구치소에서 호송차를 타고 수원지방법원으로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는 동선이라 따로 법원 정문 등에 포토라인이 설치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수원지법 구조상 사진기자들이 호송차에서 내려 수원지법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포착해 보도하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할 경우 그가 최초로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의 범죄행위에 대해 직접 언급하는 만큼 크게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