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이 신규 상장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포맥스 모니터에 주가 그래프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SK바이오팜은 시초가 대비 가격제한폭(29.59%)까지 급등, 12만 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K-바이오’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다 할 글로벌 신약 개발 경험이 많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다수의 바이오 기업들이 급부상한 데에 따른 경계론이다.
3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헤지펀드 달톤인베스트먼트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공매도 금지와 코로나19 조기 진정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다”며 “특히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으로 바이오주가 지나치게 많이 올라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 펀드의 제임스 림 연구원은 “한국 증시의 헬스케어 업종 전체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 역사상, 전세계 어느 증시에서도 이 정도 밸류에이션을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승훈 DB자산운용 매니저도 “한국 바이오기업 가치는 미국보다 높게 평가됐다”고 인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80% 가까이 오르며 시가총액이 52조 원에 달한다. 연간 이익의 260배가 넘는 수준이다. 셀트리온은 70% 가까이 올라 41조 원을 넘어섰는데, 역시 연간 이익보다 130배 이상 많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100% 넘게 올라 16조 원을 넘어 17조 원을 넘보고 있다. 이들 바이오 ‘빅3’ 시가총액만 110조 원에 육박한다.
그래도 이들은 실제 유형의 제품을 만드는 제조기업들이다. 삼성바이오와 셀트리온 모두 바이오시밀러 제조 부문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문제는 성과가 불확실한 신약개발주들이 덩달아 뛰는 점이다. 코로나19 치료제 임상2상 진입 소식으로 신풍제약은 올해 3배 이상 주가가 뛰었다.
바이오와 제약주 투자자 대부분 개인이다. 초저금리와 부동산 규제 강화로 시중 부동자금이 불어나면서 개인은 올 들어 6월까지 코스피 32조 원, 코스닥 7조 7000억 원을 순매수했다. 9월까지 제한된 공매도 금지가 연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개인의 매수세는 더욱 거침이 없다. 국내 주력산업 주식 대부분은 3월 코로나19 대폭락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는 여전히 연초 대비 4% 이상 하락한 상태다. 반면 의약품업종은 올해만 55% 넘게 올랐다. 바이오 비중이 높은 코스닥도 10% 이상의 상승률이다.
하루 밤 사이에 수백억 원, 수천억 원씩 바이오 기업가치가 뛰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경고음이 들리지 않는다. 2017년에도 정부의 4차 산업육성 정책에 힘입어 88% 이상 급등했던 바이오·제약주가 2018년과 2019년 임상 실패와 결과 조작 등의 사태로 급락했던 기억들도 좀처럼 언급되지 않는다. 한미약품, 신라젠, 코로롱티슈진 등이 대표적 사례다.
2018년 4월 바이오주 대폭락에 앞서 ‘파티는 끝났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로 거품 위험을 경고했던 한병화 유진증권 연구원은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2018년 당시) 보고서 발간 후 석 달가량 바이오와 제약주 투자자들에게 수많은 항의전화를 받았다. 한국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보유하고 있는 헬스케어 주식들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극히 어렵다.”
최근 금융당국도 개인투자자들에게 바이오·제약주 투자에 신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의약품 개발 성공은 아주 어렵고 일부 세력이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미확인 정보를 퍼뜨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실제 지난해 3월 20만 원을 넘었던 헬리스믹스 주가는 현재 6만 원도 위태롭다. 지난해 9월 19만 원에 육박했던 에이치엘비도 현재 주가는 9만 원선 턱걸이다. 임상시험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들이 바이오테크 투자할 때 단기이익에 함몰되기보다는 기업의 펀더멘털을 잘 살펴야 한다”면서 “전문가들도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종목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