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일 오후 경북 경주시 황성동에 있는 경주시체육회 사무실에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감독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복수의 트라이애슬론 선수들은 입을 모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은 폐쇄적이었다”고 증언했다. 특정 선수와 김 아무개 감독 주도로 훈련이 진행됐고 특정 선수의 기분에 따라 그날의 훈련 분위기도 정해졌다는 취지의 말도 나왔다. 타 지역에서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을 아예 특정 선수 이름을 따서 OOO팀이라고 부르기도 했다는 동료 선수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폭력은 일상이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한 선수는 “하루라도 폭언을 듣지 않은 날이 없었다. 김 감독은 욱하는 다혈질의 성격이었다. 속된 말로 ‘눈이 돌아가면 보이는 것이 없는’ 성격이었다. 욕이면 욕, 폭력이면 폭력”이라고 말했다. 일부 선수들은 “이제야 용기를 낸 것이 후회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코피가 터지도록 맞은 날도 있었다. 최숙현 선수를 위해 증언에 나선 한 선수는 “김 감독은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폭력을 행사했다. 하루는 술에 취한 김 감독에게 코피가 터지도록 맞은 날도 있었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 다시 김 감독을 만난다고 해도…(두려울 것 같다)”라며 말을 줄였다. 당시를 떠올리기만 해도 두렵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폭행을 직접 목격하지는 못 했으나 폭언은 늘 있었다는 선수도 있었다. 다른 지역의 선수들은 “경주시청 팀은 다른 지역 실업팀에 비해 유난히 폭언이 많다는 소식을 익히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최 선수가 학창 시절부터 경주시청 소속으로 있으면서 온갖 폭언과 폭행에 익숙해진 것처럼 보였다며 안타까운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최 선수는 올해 초 특히 힘들어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기록도 저조했고 표정은 늘 어두웠다고 했다. 경주시청 감독과 팀 닥터, 선배 선수를 고소한 바로 그 시점이었다. 당시 최 선수는 “죽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다녔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최 선수가 불안해 보여 쉽게 말을 걸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경주시체육회는 최 선수 동료들의 증언과는 반대 입장을 내놨다.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은 7월 2일 열린 인사위원회에서 “실질적으로 폭행에 연루된 사람은 팀 닥터로 파악된다.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선수단 간 폭행은 없었다고 하고 감독 역시 폭행을 시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 회장은 “감독은 최 선수를 트라이애슬론에 입문시켰고 애착을 가졌다고 하며 다른 팀으로 간 것도 감독이 주선했다고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편 최 선수를 폭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선수 2명은 폭행 사실을 완강히 부인해 징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