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팀’ 쌍방울의 해체는 김준환 감독에게 상처로 남았다. 사진=연합뉴스
김준환 전 감독은 선수 시절 해태에서 김성한 김봉연과 함께 ‘KKK 타선’을 이룬 외야수였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에 강한 타자로 유명했고, 1987년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도 뽑혔다. 군산상고 출신인 그는 1990년 전북을 연고로 한 새 구단 쌍방울이 창단하자 고향 팀으로 옮겨 본격적인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1대 김인식, 2대 신용균, 3대 한동화, 4대 김우열, 5대 김성근 감독을 모두 보좌하면서 9년간 코치로 일했다. 쌍방울의 산증인이었다.
1999년 7월 김성근 감독이 팀을 떠난 뒤에는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아 잔여 시즌 3개월을 무사히 치렀다. 그리고 시즌 종료 후 마침내 대망의 감독 자리에 올랐다. 계약금 8000만 원과 연봉 8000만 원에 2년 계약을 했다. 과거 동료들로 구성된 코치들을 불러 모으고, 감독으로서 새출발을 준비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불운이 닥쳤다. 예견된 사태가 예상보다 더 빨리 찾아왔다.
김준환 감독대행이 감독으로 승격된 지 두 달 만인 2000년 1월, 쌍방울이 모기업 재정난으로 해체됐다. 감독으로서 아직 단 한 경기도 지휘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쌍방울을 인수한 SK가 해체 후 재창단 형식을 취해 고용도 승계되지 않았다. SK의 초대 감독은 김준환이 아닌 강병철이었다. 쌍방울의 6대 감독이자 마지막 사령탑인 김준환의 임기는 1999년 11월 1일부터 2000년 3월 31일까지 단 4개월로 기록됐다.
김준환은 프로 감독의 맛을 느껴보지도 못한 채 다시 SK 수석코치로 새 시즌을 시작했다. 그리고 프로 지휘봉을 잡을 기회는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강 감독이 시드니올림픽 대표팀 코치로 참가하느라 자리를 비웠던 2000년 9월, 잠시 감독대행을 맡은 게 마지막이었다. 짧은 감독 대행 기간을 마친 뒤 김준환은 SK에서 해임됐다. 내내 한이 남을 수밖에 없는 일장춘몽이었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