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발 코로나19의 시작점이었던 부천물류센터가 7월 2일 재가동한 가운데, 물류센터 직원들은 여전히 쿠팡의 안일한 대처에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 쿠팡은 보안을 이유로 직원들이 물류센터 입·퇴장 때 ‘휴대전화 반납·회수’를 강제하고 있는데, 이때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몰려 대규모 밀접 접촉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떠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행위는 시대를 역행하는 인권 침해적 발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발 코로나19의 시작점이었던 부천물류센터가 2일 재가동에 들어간 가운데, 물류센터 직원들은 여전히 쿠팡의 안일한 대처에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일요신문 확인 결과 부천물류센터를 제외한 덕평, 오산, 인천6센터, 인천5센터, 인천4센터, 인천1센터 등 전국 30여 개 물류센터 대부분에서 직원들의 휴대전화 반입을 막고 있다. 직원들이 출근할 때 ‘선임 직원’이 일괄적으로 휴대전화를 걷어 한 장소에 보관하고 퇴근할 때 다시 돌려주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몇몇 물류센터에선 휴대전화를 라커룸에 보관토록 해 작업장에는 못 갖고 오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라커룸 역시 직원들이 매일 돌려쓰는 공용이다.
쿠팡 물류센터 라커룸. 쿠팡은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일괄적으로 걷거나 공용 라커룸에 보관토록 하고 있다.
쿠팡은 보안을 이유로 휴대전화 반입을 막는다는 입장인데, 일부 직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인천1물류센터에서 일하는 C 씨는 “뭘 지키겠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휴게시간이 없어 카메라를 꺼내 무언가를 찍을 시간이 없다. 일할 땐 폭언을 듣는 경우도 많은데 소위 ‘갑질’이 들킬까봐 무서워하는 것 같다”며 “화장실 갈 땐 이름·시각을 기록하고 대소변 유무를 알리기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쿠팡 물류센터 계약직 D 씨는 “지병이 있어서 약을 들고 들어가겠다고 하는 것도 막았다. 처방전을 가져오라더라. 일하지 말란 소리”라며 “신발에 숨겨서 들어가기도 하는데, 그마저도 걸리면 약 없이 들어간다. 일하면서 발작을 일으킬까봐 하루 종일 불안했다”고 답했다.
쿠팡 물류센터 내부 모습. 쿠팡 물류센터 직원은 “일할 때 폭언을 듣는 경우도 많고, 화장실 갈 땐 이름·시각을 기록하고 대소변 유무를 알리기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월 28일 인천4센터에서 일하던 40대 계약직이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지는 일이 있었다.
휴대전화 압수는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서보건 변호사는 “휴게 시간에도 휴대전화를 쓰지 못하게 하면 휴게 시간이 보장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법원 판례가 있다. 만약 이렇게 되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8년 10월 ‘고등학교 휴대전화 소지 및 제한’과 관련해 기본권 침해라는 요지의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는 “일과시간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하고, 적발된 경우 이를 압수하는 행위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여 헌법 제18조의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쿠팡의 물류센터 운영 방식을 두고 강하게 비판했다. 류 의원은 “휴대전화를 빼앗는 건 1분 1초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하게 하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쿠팡이 효율과 비용의 관점에서만 노동자를 대하고 있는 것”이라며 “화장실 갈 때 대소변 유무를 물어보는 등과 같은 인권 침해적 발상을, 혁신을 이야기하는 업계 1위 기업인 쿠팡이 할 수 있다는 것에 경악한다”고 말했다.
류호정 의원이 쿠팡 천안 물류센터에서 조리사로 일하다 숨진 노동자의 사망 원인과 관련해 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류호정 의원실 제공
이어 류 의원은 “많은 사람이 쿠팡의 편리한 서비스를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엔 노동자 착취가 있다는 것을 국민들도 알아야 한다. 많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여러 문제제기에 대해 쿠팡 관계자 “쿠팡은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정부당국의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을 다해 왔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그 순간까지 쿠팡은 언제나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박현광 기자 mu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