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고 구하라 씨 유족이 최종범 씨에 대한 불법촬영 혐의를 1심과 같이 무죄로 본 항소심 판결에 대해 “가해자 중심의 사고”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구 씨 전 남자친구 최종범이 2018년 10월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는 모습. 사진=임준선 기자
3일 구 씨 유족을 대리하는 노종언 변호사는 보도자료를 내고 최 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한 전날 항소심 판결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검찰의 상고를 요구했다.
노 변호사는 “불법 촬영으로 인해 회복될 수 없는 심대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피해자 입장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함에도 2심 판결에 이러한 피해자의 입장이 고려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1부(부장 김재영)는 전날인 2일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과 상해·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최 씨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을 선고한 뒤 법정구속했다. 그러나 불법촬영 혐의는 1심의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촬영 당시 두 사람이 연인 사이였고, 구 씨가 사진촬영을 제지하거나 삭제를 요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노 변호사는 “1심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는 일관되게 촬영 당시 동의하지 않았고, 추후 기회를 봐서 사진들을 지우려 했으나 최 씨의 휴대폰에 저장돼 있다 보니 타이밍이 오지 않았다고 증언했다”며 “아울러 피해자는 연인관계의 특성상 촬영 사실을 알고 바로 화를 내면 관계가 악화할 것이 우려돼 나중에 조용히 삭제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려 했다고 진술했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피해자 의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하고, 삭제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는 사후적인 사정들로 피해자 의사를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형량에 대한 항소심 판결도 형량이 적다고 지적했다. 노 변호사는 “최 씨는 아이폰 특성상 삭제한 동영상이 30일간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휴지통에서 복원시킨 후 이를 언론사에 제보하겠다고 하는 등 치명적 협박을 가했다”며 “연예인인 피해자는 너무나 큰 충격과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항소심 역시 이런 점을 고려해 피고인의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는 점을 인정했으면서도 불과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며 “왜 이렇게 관대한 형(징역 1년)을 선고한 것인지 납득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노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검찰과 근 시일 내에 본 사건 상고에 대한 의견을 명확히 피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