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이들이 도둑 등을 우려해 설치하기도 하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도 애용하면서 IP 카메라가 유행처럼 확산되던 때라 논란이 커졌다. 그리고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학교를 가지 못해 아이들끼리만 있는 집이 많아지면서 IP 카메라가 부쩍 많이 팔리고 있다. 과연 해킹의 위험으로부터 IP 카메라는 안전해진 것일까.
코로나19로 인해 학교를 가지 못해 아이들끼리만 있는 집이 많아지면서 IP 카메라가 부쩍 많이 팔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IP 카메라 해킹이 화제가 됐던 2017년 당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전문가 회의까지 직접 열어 관련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2017년 11월 ‘IP 카메라 대책 마련을 위한 전문가 회의’에서 부처 공무원 및 기업 관계자들과 IP 카메라의 보안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유 장관은 “IP 카메라 해킹으로 개인의 사생활을 몰래 촬영하고 유포하는 행위가 국민의 정신적 고통을 유발해 사회적 문제가 됐다”며 “생산·유통·이용 등 단계별로 IP 카메라 보안성 강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 달라”고 주문했다.
IP 카메라는 인터넷과 연결돼 촬영하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카메라다. 집에 IP 카메라를 설치하면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집안 영상을 스마트폰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누군가 이를 해킹하면 그 역시 실시간으로 그 영상을 볼 수 있게 된다.
주무부처 장관이 직접 나서 특단의 조치를 취한 덕분인지 IP 카메라를 해킹한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이 유포돼 이슈가 됐던 사례는 앞서 소개한 여성의 영상이 전부였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착시효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IP 카메라를 해킹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물은 훨씬 더 많다고 한다. 그런데 일상적인 집안 모습이 대부분이다. 음란물로 구분될 만한 영상이 많지 않아 화제가 된 사례가 드물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웹하드 카르텔이 붕괴되면서 주요 유포 통로가 막혀 쉽게 접할 수 없다는 이유도 있다.
IP 카메라 해킹 관련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7월 1일 부산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홍준)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30대 남성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 남성은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불특정 다수의 IP 카메라 IP 주소를 찾아낸 뒤 스마트폰으로 접속해 타인의 집안 영상을 송출 받아 시청했다. 그 과정에서 여성의 신체나 성관계 장면 등은 별도의 공간에 저장했다. 이렇게 그는 무려 2381대의 IP 카메라에 무단 접속해 4800여 회에 걸쳐 타인의 사생활을 훔쳐봤다. 이런 IP 카메라 해킹은 2018년 5월부터 다섯 달 동안 이어졌다. 장관이 직접 나서 특단의 조치를 취한 2017년 11월 이후에 벌어진 사건이다.
이 남성은 1심에서 징역 8월의 실형을 받았지만 이번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항소심 재판부가 영상을 유포하지 않은 점, 관음증 심리 상담과 치료를 받는 점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2018년 11월에도 국내 한 반려동물 사이트를 해킹해 1만 5854명 회원의 IP 카메라 264대의 정보를 파악해 무단 접속한 40대 남성이 검거됐었다. 그 역시 타인의 사생활을 훔쳐보고 일부 영상물을 저장했다.
경찰청에서 열린 해킹 시연 장면. 사진=연합뉴스
IP 카메라는 중국 프로그램을 활용해 해킹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주로 홀로 사는 여성이 설치한 IP 카메라가 범행 대상이 됐는데 줌이나 각도 조절 기능을 조작해 더욱 노골적으로 훔쳐보기를 한 사례도 많다.
요즘 관련 업계에서는 최근 출시되는 IP 카메라는 보안성이 강화돼 해킹이 쉽지 않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IP 카메라를 설치하는 이용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해킹을 시도하지도 않았는데 IP 카메라의 오류로 남의 집 영상이 자신의 스마트폰에 뜨는 어처구니없는 사건도 있었다.
최근 충남 아산에서 LG U+(유플러스) 가정용 CCTV ‘맘카’를 설치해서 4년 넘게 사용하던 한 이용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연결이 끊어져 기기 등록을 해지하고 LG U+가 제공한 매뉴얼대로 기기 재등록을 했다. 그런데 스마트폰에 자신의 집 맘카가 촬영하는 영상이 아닌 엉뚱한 집 IP 카메라가 촬영하는 영상이 나오는 일을 경험했다.
이를 보도한 KBS에 따르면 애초 LG U+ 고객센터는 “절대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결국 팀장이 직접 사과 전화를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아직 명확한 원인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