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이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빗썸 상장 추진 소식에 기대를 걸고있지만, 빗썸의 현 상황을 살펴보면 쉽지 않아 보인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빗썸 거래소 전경. 사진=일요신문DB
#빗썸 IPO 추진 배경은?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빗썸 상장 추진 배경을 여러 가지로 꼽는다. 상장을 통한 재원 조달과 그에 따른 후광효과, 정부의 과세 방침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 차원 등이다.
암호화폐 업계의 제도권 진입은 숙원 사안이다. 빗썸의 상장 자체가 자산으로서 암호화폐 현재 위상에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거래소의 위상은 크게 달라진다. 향후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도 빼놓을 수 없는 효과로 꼽힌다. 빗썸이 상장에 성공한다면 경쟁 업체의 추가 상장도 기대된다.
재원 마련과 함께 거론되는 것이 정부의 과세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 1월부터 내년 세법개정안에 암호화폐 과세 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7월 안에 암호화폐 과세 방안을 포함한 세법개정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개인의 암호화폐 거래 이익은 소득세법상 열거된 과세대상이 아니므로 현행 세법상 과세가 불가하다고 판단해, 이를 보완해 세법개정안에서 담겠다는 것. 기재부의 구체적인 언급이 없는 가운데 관련업계에서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개정안이 마련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재부는 2018년 1월부터 ‘가상통화 과세 TF’를 신설하고 과세자료 확보 방안, 해외사례 등을 검토하면서 암호화폐 과세를 추진해왔다. 기재부는 TF 신설 이후에도 2년 가까이 결론을 내지 못했으나, 지난해 말 빗썸에 대한 국세청의 과세가 불을 지폈다. 국세청은 지난해 12월 빗썸코리아에 대해 외국인 고객의 소득세 원천징수와 관련 803억 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당시 국세청은 과세 근거로 외국인의 경우 조세법상 명시하지 않은 소득에 대해 과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빗썸은 국세청이 세법상 암호화폐의 성격에 대한 규정이나 관련 과세 기준이 수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했기 때문에 과세처분이 적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빗썸은 지난 1월 일단 세금을 완납하고 국세청에 이의를 제기해 현재 행정권리 구제절차를 밟고 있다.
#인수무산‧BXA투자사기 둘러싼 의혹에 발목 잡힐 가능성도
빗썸이 상장이라는 목적지에 닿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빗썸은 김병건 SGBK그룹 회장의 인수 시도 무산에 따른 후유증을 겪고 있고, 현재 진행 중인 BXA토큰 투자사기 관련 집단소송에서도 자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올해 초 빗썸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됐지만 주주구성이나 지배구조 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도 여전하다.
빗썸을 운영하는 빗썸코리아와 그 모회사 빗썸홀딩스는 지난 4월 14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이정훈 고문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당시 빗썸 측은 “이 의장의 빗썸홀딩스 지분율이 65%에 이르는 만큼 경영권 분쟁의 소지가 없다”며 그간 불거진 경영권 분쟁을 불식시켰다.
빗썸홀딩스(옛 비티씨홀딩컴퍼니)는 빗썸코리아(옛 비티씨코리아닷컴) 지분 75.9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정훈 의장과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빚었던 비덴트의 김재욱 대표는 사실상 보유 지분을 정리했다. 김 대표의 엑시트로 이 의장의 경영권이 공고해진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남았다. 이정훈 의장이 김병건 SGBK그룹 회장의 인수 시도 당시 불거진 BXA토큰 투자사기에 연루돼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이 의장을 경찰고발한 한 BXA토큰 투자자는 “집단소송과 경찰고발을 진행한 투자자들은 이정훈 의장을 BXA토큰 투자사기의 실질적 주범, 김병건 회장을 공범이라고 보고 있다”며 “피해자 조사가 최근 마무리되면서 경찰이 이 의장과 김 회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알렸다”고 전했다. 이어 “경찰 또한 이 의장과 김 회장의 공모를 정조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최근 시장에서는 이정훈 의장이 재산국외도피 혐의로 경찰수사를 받고 있다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경찰은 2018년 10월 이 의장과 김 회장이 체결한 4000억 원의 빗썸홀딩스 주식 양수도계약 과정에서 발생한 신고의무 미이행과 재산국외도피 혐의에 대해 수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빗썸은 해당 혐의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이 의장의 경우 주식 취득이 아니라 처분에 해당해 외국환거래법상 신고의무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빗썸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경찰에서 보고 있는 혐의는 이 의장이 주식을 빼돌리려고 시도했던 부분으로 알고 있다”며 “빗썸은 이 의장의 재산국외도피가 아니라 싱가포르 법인 BTHMB가 빗썸홀딩스 주식을 산 것으로 초점을 옮겨 해명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외국인투자자와 법인이 한국법인 주식을 인수하려면 투자의향서를 제출해야 하고 투자가 이뤄진 이후 기업은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등록해야 한다”며 “빗썸홀딩스는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등록한 적이 없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빗썸 측이 밝힌 대로 이정훈 의장이 빗썸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실소유주일 경우, 앞서 불거진 이 의장 관련 수사 등이 상장 심사단계부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 심사단계에서 대표이사나 회사 관련 소송이 진행되는 내용을 별도로 기술하게 되어 있다. 실무자가 주관사에서 사실에 근거한 자료를 제출하면 이를 통해 잠재적 리스크를 확인한다”며 “특히 코스닥의 경우 유가시장보다 회사 규모가 작거나 신규 회사가 많다는 특성 때문에 최대주주나 CEO(최고경영자)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심사단계에서 더욱 신중하게 살핀다. 투서나 제보 등으로 의혹이 제기될 경우에도 확인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빗썸 관계자는 “기업공개 추진과 관련해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전했다. 또 이정훈 의장에 대한 경찰조사가 상장 추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경찰조사와 관련해서는 수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