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칸아사히는 “코로나19로 격리 생활이 늘어나면서 한류 드라마에 빠지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사랑의 불시착’과 ‘이태원 클라쓰’ 외에도 개성적인 드라마가 가득하다”고 보도했다. 사진=tvN ‘사랑의 불시착’ 홈페이지
#왜 ‘3차’인가?
1차 한류는 1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KBS 2TV 드라마 ‘겨울연가’가 국내에서 방송되고 2년 뒤 일본 NHK를 통해 선보이면서부터다. 이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 배용준과 최지우는 각각 ‘욘사마’ ‘지우히메’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일본 내 한류 시장에 불을 댕겼다.
2차 한류는 2010년 배우 장근석이 이끌었다. 그가 출연한 드라마 ‘미남이시네요’가 폭발적 인기를 얻으며 함께 출연한 박신혜, 정용화, 이홍기 등도 주목받았다. ‘겨울연가’가 일본 중장년층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면 하이틴 드라마에 가까운 ‘미남이시네요’는 10~20대의 전폭적 지지를 얻었다.
현빈이 6월 26일 일본의 대표 주간지 ‘슈칸아사히(週刊朝日)’의 표지를 장식했다. 일본의 우경화 및 혐한류 분위기 속에서 한류스타들을 향한 열기가 주춤했던 터라 이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받아들여진다. 슈칸아사히에 실린 현빈과 박서준의 사진. 사진=슈칸아사히 홈페이지
3차 한류는 기존 1, 2차와 차이점이 있다. 앞선 두 차례의 경우 국내 드라마가 일본에 수출된 뒤 유력 방송사를 통해 송출되며 인기에 불이 붙었다. 하지만 한일 관계가 경색되며 한국 드라마를 수입하려는 움직임이 줄어들고, 일본 지상파도 선뜻 한국 드라마를 편성하는 것을 꺼렸다.
이를 불식시킨 플랫폼은 바로 넷플릭스다. 일본의 젊은 층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점차 TV를 멀리하는 대신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을 본다. 그리고 그들은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전세계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 굳이 일본 방송사들이 한국 드라마를 편성하지 않아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또한 한국 시장 입장에서도 일본 수입사들과 직접 접촉하는 수고를 덜고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으면 일본을 비롯해 전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슈칸아사히 역시 “넷플릭스 등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화제작을 거의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콘텐츠가 매우 개성적이기 때문”이라고 한국 드라마 인기를 분석했다.
#K-팝, 현지화 전략으로 안착
K-드라마가 넷플릭스를 통해 일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면, K-팝은 현지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그룹 내에 일본 멤버들을 통해 이질감을 줄이는 방식이다.
그 시작은 트와이스라 할 수 있다. 9인조 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중 사나, 모모, 미나, 셋은 일본인이다. 일본 활동 때는 이들이 중심이 되니 언어적 장벽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고, 일본인들이 느끼는 거부감도 덜하다. 게다가 타 멤버들도 일본어로 적극적으로 소통하니 ‘트와이스=한국 그룹’이라는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Mnet(엠넷) ‘프로듀스 101’ 시리즈를 통해 결성된 걸그룹 아이즈원이 그 배턴을 이어받았다. 2018년 공식 데뷔한 아이즈원은 한국인 멤버 9명, 일본인 멤버 3명으로 구성됐다. 이 3명은 경연 과정을 통해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할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열리는 경연에 참여한 외국인으로서 일본 본토 팬들의 엄청난 지지를 얻었다.
그 결과 아이즈원이 발표한 노래들은 일본의 각종 차트에 그 제목을 올리고 있다. 지난 2월 발매한 아이즈원 정규 1집 ‘블룸아이즈’(BLOOM*IZ)의 네 가지 버전 앨범은 일본 타워레코드 종합 판매 차트에서 1∼4위를 석권하기도 했다. 또한 이 앨범은 해당 시기 일본 오리콘 해외 음반 주간 랭킹 1위에 올랐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소니뮤직과 손잡고 멤버 선발부터 트레이닝, 기획, 제작, 매니지먼트까지 공동으로 진행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로 걸그룹 NiziU(니쥬)를 데뷔시켰다. 프리 데뷔 디지털 미니 음반 ‘Make you happy’가 공개 3일 만에 일본 내 각종 음악 플랫폼의 64개 차트에서 1위를 달성했다. 사진=NiziU(니쥬)의 ‘Make you happy’ 뮤직비디오 캡처
트와이스를 통해 현지화 전략의 맛을 본 박진영 대표의 JYP엔터테인먼트(JYP)는 아예 소니뮤직과 손잡고 멤버 선발부터 트레이닝, 기획, 제작, 매니지먼트까지 모든 과정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로 걸그룹 NiziU(니쥬)를 데뷔시켰다. 이 그룹은 일본 현지에서 오디션 프로그램 ‘니지 프로젝트’(Nizi Project)를 통해 선발된 마코, 리쿠, 리마, 리오, 마야, 미이히, 마유카, 아야카, 니나 총 9명의 멤버로 구성됐다.
이들이 6월 30일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발매한 프리 데뷔 디지털 미니 음반 ‘Make you happy’는 공개 3일 만에 일본 내 각종 음악 플랫폼의 64개 차트에서 1위를 달성했다. 현지 주요 음원 사이트인 mora(모라), mu-mo(무모), AWA(아와), 라쿠텐 뮤직 차트를 비롯해 다양한 랭킹에서 1위를 차지했다.
#왜 일본인가
엔터업계 관계자들은 “일본은 가장 안정적이고 탄탄한 시장”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단, 한국과 일본이 정치적으로 대립해도 문화 교류가 전면 차단되는 경우가 없다. 이는 한한령을 통해 한국 콘텐츠 수입을 완전 중단시킨 중국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자유 경제 시장 체제의 근간을 무너뜨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게다가 일본 팬들은 충성도가 높다. 일단 팬으로 편입되면 오랜 기간 지지하고 기꺼이 지갑을 연다. 스캔들을 비롯해 민감한 사생활이 공개돼도 이를 연예인으로서의 활동과는 구분해 판단하는 사회적 분위기 역시 한류스타들이 일본 시장을 선호하는 이유다.
또한 시장이 크다. 일본의 음원 시장은 미국에 이어 전세계 2위다. 앨범 총 판매량 역시 한국보다 월등히 높다. 가요계 다른 관계자는 “같은 동양 문화권이기 때문에 한국의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한류스타들이 공략할 수 있는 최적의 국가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