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업종 간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2분기 실적이 증권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상장사들의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등의 이슈로 실적 개선을 이어가고 있는 제약을 비롯해 인터넷 서비스·게임 업종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외부 활동 제약과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자동차와 호텔 및 레저 업종은 실적이 악화되는 등 업종에 따라 희비가 교차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추정기관 3곳 이상인 유가증권시장 종목 183개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31조 7662억 원에서 올해 28조 2248억 원으로 11% 줄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액도 464조 6759억 원에서 415조 282억 원으로 약 10% 감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 매출액이 줄어들면 이익 감소의 폭은 그보다 더 깊은 것이 일반적이다. 매출액과 이익 감소폭이 비슷하다는 것은 매출이 줄어든 업종이 있는 반면 다른 한 쪽은 오히려 이익률이 높아졌다는 뜻이 된다. 구산업의 매출 감소와 신산업의 약진이 나타난 결과다.
종목수가 2개 이상인 업종별 변동률을 보면 전기장비(181.55%), 반도체 및 관련장비(168.01%), 인터넷서비스(91.23%), 바이오(80.34%), 게임 소프트웨어(76.66%), 제약(51.90%) 순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장비와 반도체 업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여도가 높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2분기 연결 기준 잠정실적은 영업이익 8조 1000억 원이다. 오는 7월 23일 실적을 발표할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1조 7088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6376억 원) 대비 16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공룡주’를 제외하면 구산업으로 분류되는 호텔 및 여행업종, 에너지, 자동차, 철강 등은 모두 큰 폭의 이익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산업은 반대다. 최근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카카오와 네이버의 영업이익 추정치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면서 인터넷서비스 업종의 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실내주’로 꼽히는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게임 기업도 큰 폭의 상승이 기대된다.
구산업 종목은 지난 4월 이후 반등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다. 신산업 종목은 실적보다는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했다.
미국 S&P500의 경우 주가수익비율(PER) 값이 코로나19 이전 16배에서 최근 26배로 높아졌다. 코스피도 9배에서 12배로 상승했다. 안전자산 대비 위험자산의 상대적 투자매력도를 측정하는 지표 가운데 ‘수익률 격차(Yield Gap)’가 있다. 현재 코스피의 기대수익률은 12분의 1, 즉 0.083%이다. 1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71%이다. S&P500 기대수익률은 26분의 1, 즉 0.038%다. 1년 미국채 수익률은 0.13%. 주식도 낮지만, 채권도 바닥 수준이다.
연 1% 정도 기록하던 채권 수익률(Yield)이 0%에 수렴하면서, PER 값이 올랐음에도 주식의 상대적 매력은 오히려 높아졌다. 주식 가격이 더 오를 수도 있지만, 채권의 경우 이미 기준금리가 0%에 근접해 금리하락에 따른 가격상승 메리트도 크게 줄었다. 채권금리가 올라야 하는데, 중앙은행들이 채권을 모조리 사들이고 있어 당분간은 오를 가능성이 낮다. 일부 자금이 회사채로 이동하기도 하지만, 주식시장으로 돈이 더 많이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각국 정부는 고용유발 효과가 큰 구산업을 살리기 위해 천문학적 돈을 풀고 있지만, 풀린 유동성은 신산업으로만 흘러가고 있다. 예를 들어 고용안정을 위해 구산업에 임금을 지원하는데, 노동자는 이렇게 얻은 소득으로 신산업 관련 소비를 하든지 관련주에 투자하는 구조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전과 같은 경제 봉쇄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경제 봉쇄가 완화되면서 구산업의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유동성 공급으로 인한 통화량 증가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급락세를 보이면 저가매수 유입으로 낙폭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신산업의 경우 그동안 주가 상승세가 너무 가팔랐다. 주가 수준이 워낙 높아 이익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상승폭이 둔화될 수도 있다. 지금보다 상황이 나빠지지만 않는다면 증시는 당분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