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23일 열린 국회 소통관 준공식 장면. 사진=이종현 기자
제21대 국회에서 페이스북 계정을 운영하는 국회의원은 총 297명이다. 이 가운데 12.5%인 37명이 댓글창을 폐쇄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친구를 맺은 사람만 댓글을 남길 수 있게 해둔 것이다. 페이스북은 타인이 자신의 공간에 댓글을 남길 수 있는 권한을 ‘아무나’ 혹은 ‘친구만’ 등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이같이 친구만 댓글을 달 수 있도록 해놓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페이스북은 한 사람이 5000명까지 친구를 맺게 해뒀다. 자신의 댓글창을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국회의원은 결국 친구로 수락 받은 5000명에게만 댓글을 허락해 뒀다는 의미가 된다. 한국 인구의 0.01%만 소통 대상이 되는 셈이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김남국, 김병기, 김영주, 김영호, 김진표, 김철민, 김한정, 송재호, 윤관석, 윤미향, 이개호, 이동주, 임오경, 전해철, 진선미, 최혜영, 홍영표 등 소속 의원 177명 가운데 9.6%인 17명이 친구에게만 댓글창을 열었다.
미래통합당은 민주당보다 폐쇄적 운영 비율이 더 높았다. 곽상도, 김미애, 김웅, 김형동, 박덕흠, 배준영, 서정숙, 성일종, 유경준, 윤두현, 윤영석, 윤희숙, 임이자, 장제원, 정진석, 추경호, 하태경, 한무경 등 미래통합당 소속 의원 103명 가운데 17.4%인 18명이 댓글창을 폐쇄적으로 운영했다. 현재 무소속이지만 과거 보수정당에 몸을 담았던 홍준표, 권성동 의원도 댓글 남기는 건 친구에게만 허용해 놨다. 이와 달리 정의당 의원은 모두 댓글창을 활짝 열어놨다.
일요신문은 6월 8일 오후 12시 20분쯤 댓글 시스템을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국회의원 총 37명에게 동시에 연락을 취해 이같이 운영하는 이유를 물었다. 김웅, 김철민, 이개호 의원 등 3명이 가장 빨리 소통됐다.
폐쇄적 댓글 시스템을 운영하는 의원은 목적을 가진 의원과 이와 같은 세부 설정을 모르는 의원 등 두 종류로 나뉘었다. 김철민 의원에겐 폐쇄적 댓글 시스템 운영의 이유가 있었다. 그는 “총선 때 성매매 광고 등 이상한 댓글이 많아서 잠시 닫아 놨었다. 다시 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진표 의원과 성일종 의원도 성매매 광고 피해 때문에 폐쇄적 운영을 한다고 했다. 윤관석 의원실의 경우 지역 주민 중심으로 긴밀하게 소통하려 이와 같이 설정했다.
몇몇 의원은 이런 기능이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김미애, 김웅, 윤영석, 이개호, 추경호 의원은 “그런 기능이 있는지 몰랐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러면서 “즉시 열겠다”고 했다. 다만 김웅 의원은 “주진우 전 기자와 몇몇 친여권 인사 등이 내 페이스북을 총공격 대상으로 지목해 놔서 열어야 할지 고민이 좀 된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의 계정은 댓글을 폐쇄적으로 운영했지만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친구가 많이 몰려 5000명을 넘겼던 까닭이었다. 그는 개인 계정 운영을 중단하고 모두가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는 ‘페이지’ 기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개인 계정은 친구를 5000명까지만 둘 수 있지만 페이지 계정은 페이스북 내 홈페이지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하 의원의 페이지 댓글은 칭찬도 욕도 모두 공존한다.
나머지 의원들은 질문을 던지고 2시간이 지난 6월 8일 오후 2시 20분쯤까지 아무런 답이 없었다. 김병기, 김영주, 김한정, 김형동, 유경준, 정진석, 진선미, 최혜영, 홍준표 의원은 질문은 확인했지만 답을 하지 않았다. 그 외에 다른 의원은 질문을 아예 확인하지 않았다.
한편 미래통합당 정경희, 국민의당 최연숙, 무소속 이용호 의원 등 3명은 페이스북을 아예 하지 않는다고 나타났다. 정 의원은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필요성을 느끼게 되면 소셜미디어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이용호 의원은 독특한 답을 해왔다. 그는 “나는 직접 페이스북을 운영했다. 선거 때까지만 해도 잘했는데 최근 소셜 미디어 중독이 될 수 있는 느낌을 받아 잠시 휴식기를 가지고 있다”며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소셜미디어엔 진영 논리에 갇힌 글을 많이 올라온다. 진영 논리를 떠나 사안을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어 최근엔 잠시 떨어져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연숙 의원은 “친구간 소통에 특화된 페이스북보다 제한이 없는 블로그가 더 낫다고 생각해 블로그 활동을 하고 있다. 필요하다고 느끼면 페이스북도 개설할 생각”이라고 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