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8일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구걸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사진=박은숙
반 위원장은 이날 국회 글로벌 외교안보포럼 창립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문 대통령이) 통일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청와대 안보실장을 새로 지명했다. 좋은 구상을 하겠지만, 너무 단기에 어떤 국면을 해소하려고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우리는 어려운 위치에 가게 된다”며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엄청나게 요동치고 있다”며 “지난 6월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을 빌미로 해서 급기야는 남북 정상회담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공동 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키는 도발 행위를 아무런 가책도 없이 자행했다. 그야말로 억지로 한마디 안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취한 미온적인 대응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고 밝혔다.
또 반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포함해 남북 정상회담, 판문점에서 간단한 접촉, 역사적으로 없던 미국과의 정상회담도 있었다”면서 “우리의 전략적 입지가 더 궁색해졌다. 대응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남북관계는) 상호존중‧호혜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며 “너무나 일방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일부로라도 이해하려고 또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계속 취하는 경우 북한에 끌려 다니는 상황이 될 수밖에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여권이 추진 중인 종전선언과 관련해서는 “의미가 없다”고 평가 절하했다. 그는 “북한이 종전선언에 움직일 리도 없고, 관심도 없을 것”이라며 “종전선언이 돼도, 모든 걸 백지화하는, 모든 걸 무시해버리는 북의 행태에 비춰서 크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정치인들이 한미 군사훈련 중단, 주한미군 감축을 거론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반 위원장은 “참 개탄스럽다”며 “주한미군이 절대 나갈 리 없다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걸 보고 경악스러웠다”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