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가 문제 삼은 파미셀 공시 논란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08년 즈음 파미셀은 우회상장을 시도하고 있었다. 이때 배우 견미리 씨 남편 이 아무개 씨가 파미셀 우회상장 주역으로 등장해 세간의 화제가 됐다. 김 대표는 의류업체 로이를 인수합병해 대주주가 된 뒤 파미셀을 로이와 합병하는 방식을 취하기로 했다.
김현수 파미셀 대표가 공시의무위반으로 고발됐다. 사진=파미셀 홈페이지
김 대표는 A 씨에게 로이 유상증자 비용 70억 원 가운데 10억 원을 현금으로 투자하고 로이와 파미셀의 합병회사 경영진에 참여할 것을 제안한다. A 씨는 투자업계 유명인사였고 스카우트 비용으로 10억 원이 책정됐다고 알려졌다. 다만 A 씨가 낸 10억 원 투자금과 스카우트 비용으로 책정된 10억 원 주식은 김 대표 명의로 배정 받게 했다.
즉, 70억 원 가운데 실질적으로 7분의 5는 김 대표, 7분의 2는 A 씨 지분이었다. 이렇게 김 대표는 자신 명의로 배정된 70억 원어치 주식 43만 2100주 가운데 20억 원어치인 12만 5000주를 차명으로 맡아두기로 했다. 훗날 A 씨와 김 대표 사이 법적 분쟁이 벌어지자 견미리 씨 남편 이 씨는 7분의 2는 A 씨 주식이라고 직접 법원에 출석해 진술하기도 했다.
그렇게 차명으로 김 대표에게 넘어간 A 씨 주식은 형식적인 대여 계약을 통해 A 씨에게 넘겨주게 된다. 2010년 김 대표는 A 씨에게 파미셀 주식 12만 5000주를 대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12만 5000주는 액면분할 후 현재 125만 주가 됐다. 그런데 2014년 10월 김 대표는 A 씨를 상대로 주식 대여 계약이 종료됐으니 주식을 반환하라는 청구를 한다. 당시 파미셀 125만 주의 가치는 110억 원가량이었다. 2016년 8월 법원은 김 대표의 청구를 받아들여 A 씨로 하여금 김 대표에게 주식을 돌려주라고 판결한다.
소송에서 지면서 110억 원 상당을 물어 주게 된 A 씨는 김 대표가 차명주식을 횡령했다는 취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2017년 12월 검찰은 김 대표를 특정경제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A 씨 주장대로 김 대표가 차명주식을 보유한 상태로 돌려주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김 대표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반전은 판결 직전 발생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2018년 5월 18일 A 씨와 김 대표가 8촌 형제간이므로 친족상도례(8촌 이내 친족 사이에 일어난 특정 범죄에 대해 형벌을 감면하는 특례조항)에 해당한다며 검사의 공소를 기각했다. 원래 둘은 복잡한 10촌 사이로 알고 있었는데 법원에서 둘이 8촌 사이였음이 밝혀진 것이다. 검사가 항소했지만 서울고등법원에서 이를 기각했다.
사건은 민사소송으로 번졌다. 2018년 4월 A 씨는 김 대표가 친족상도례로 인해 처벌은 피했지만 민사적 책임은 있다며 소송을 시작했다. 김 대표가 차명으로 맡아 놓았던 주식을 돌려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검찰 판단과 달리 지난해 2월 동부지방법원에서는 김 대표 주식이 A 씨 차명주식이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A 씨 청구를 기각했다.
A 씨는 곧바로 항소했다. 항소심에서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9월 서울고등법원에서 A 씨가 김 대표에게 25억 원을 지급하고 김 대표는 차명주식을 돌려주라는 조건으로 조정이 성립됐다. 2심에서 조정이 성립된 배경은 과거 파미셀에 근무할 당시 A 씨와 회사 임원 간의 이메일 등 핵심 증거들이 발견되면서다.
2010년 12월 파미셀 재무담당 임원이 A 씨에게 보낸 이메일을 보면 “B 투자회사에서 대차거래를 하게 된 명분과 주식을 매각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히면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하니 간단한 문서로 회신해 달라고 했다. 문구를 작성했으니 검토해주시면 발송하겠다”라고 써있었다. 법정에서는 만약 김 대표 주식이라면 주식 매각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A 씨에게 물어 볼 필요가 있겠냐고 논의됐다.
또한 김 대표는 주식 관련 증여세를 낼 때 전체 주식 가운데 차명으로 맡은 파미셀 주식만큼은 A 씨가 내도록 했던 정황도 나왔다. 또 다른 이메일에서 재무담당 임원이 “증여세 분납세액이 확정됐다. 금년에 낼 세금은 6억 2840만 원이고 부수비용으로 320만 원 정도 발생했다. 이를 합해 7분의 2로 계산하면 A 씨 분담 금액은 1억 8045만 원이다”라고 명시했다. 이런 이메일과 함께 이 씨 등 과거 우회상장을 주도했던 인사들이 “김 대표가 최대주주 위치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어서 A 씨가 취득한 유상 신주를 김 대표에게 명의 신탁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는 증언 등도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파미셀은 과거 우회상장 과정에서 배우 견미리 씨 남편이 구속되기도 했다. 사진=파미셀 홈페이지
이 씨는 유상증자로 인해 수사를 받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자세히 알 수밖에 없는 위치로 볼 수 있다. 이 씨는 로이 유상증자를 통해 바이오산업에 투자할 것처럼 공시했지만 그 대금으로 투자 대신 부채를 갚았다는 혐의를 받고 구속되기도 했다.
이 씨는 결국 1심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 받았다. 2심에서 횡령 혐의는 무죄를 받았지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유상증자에는 견미리 씨와 태진아 씨 등도 참여했고 이들도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증거와 증언이 있었지만 승소가 아닌 조정으로 끝난 배경에는 법원이 조정을 권했고 A 씨가 이를 뿌리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 따랐다. A 씨는 “법원에서 친족끼리 싸우지 말고 조정하는 쪽으로 권했다. 1심에서 졌기 때문에 2심을 끝까지 갔을 때 혹시 잘못된 결과가 나올까 두려워 25억 원을 주는 선에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재판은 지난해 9월 이렇게 조정으로 끝났다.
A 씨는 재판 중 파미셀 재무담당 임원을 상대로 위증죄로 고소를 제기하기도 했으나 조정 이행 사항에 고소 취하서 접수가 포함되면서 고소를 취하했다. 해당 임원은 약 1달 뒤 불기소 처분 됐다.
그런데 약 9개월이 지나고 A 씨가 김 대표를 공시의무 위반으로 고발하면서 2라운드가 시작됐다. A 씨가 고발한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대량보유보고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이다. 2014년 김 대표는 A 씨를 상대로 주식대차계약이 종료됐다며 반환하라는 소송을 했고 2016년 승소했다. 그런데 발행 주식 가운데 2.17%가 걸린 이 소송의 결과에 대해 대량보유보고 의무자인 김 대표가 어떤 공시도 하지 않았고 상장돼 있는 한국거래소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두 번째는 주요사항보고서 미제출 부분이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권에 관한 중대한 영향이 미치는 소송이 시작된 때는 주요사항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법인과 행위자 모두 처벌받는다. 김 대표는 파미셀 발행주식 상당수가 걸린 형사소송, 민사소송 모두 주요사항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A 씨는 김 대표가 주요사항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만큼 공시의무를 위반했다고 고발했다.
파미셀이 상장된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대량보유상황보고서는 금감원 공시사항이고 소송 관련 주요상황보고서는 금감원, 거래소 모두 제출 의무사항이다”라면서 “대량보유상황보고서는 그렇다 쳐도 소송 관련 주요상황보고서 미제출은 문제가 커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파미셀 측은 A 씨의 주장에 대해 “김현수 대표가 A 씨를 상대로 주식인도를 구한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6년 7월 김 대표가 A 씨에게 관련 파미셀 주식을 대여해주는 내용의 주식대차계약을 체결한 사실만으로도 관련 파미셀 주식이 A 씨의 것으로 보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A 씨에게 스카우트 비용으로 10억 원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 역시 인정할 증거가 없고 회사 임원에 대한 스카우트 비용을 김 대표 개인이 지급한다는 것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법원은 판결이 확정됐다. 따라서 A씨의 주장은 판결에 배치되는 허위 주장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A 씨는 파미셀 재무담당 임원을 상대로 위증죄로 고소를 제기하였으나 검찰은 혐의 없음 처분을 했다”며 “A 씨는 재판과정에서 명의신탁이 인정되는 듯한 내용으로 심리가 이루어진 것인 양 주장하지만 모두 허위 내용”이라고 밝혔다.
친족상도례 관련 A 씨의 주장에 대해 파미셀 측은 “민사 항소심 재판부가 마치 A 씨의 주장을 일부 수용하여 조정을 한 것으로 주장하지만 A씨가 관련 파미셀 주식을 임의로 모두 처분해버려 이를 반환하기 어려운 사정이었다”라며 “친족관계인 사정 등을 고려해 A 씨가 관련 파미셀 주식의 대가에 상응하는 돈을 반환하는 의무를 이행하되 그 금액을 일부 감액하는 결정을 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를 공시의무 위반에 대해 파미셀 측은 “A 씨가 접수한 고발장을 열람 등사하여 확인하여 보았는데, 우선 대량보유보고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과 관련해 김현수 대표가 관련 파미셀 주식에 대하여 주식 등의 인도청구권을 가지는 방식으로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을 성실히 금융당국에 보고하여 왔기 때문에 그 주장 자체로 성립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주요사항보고서 미제출의 점과 관련해 한국거래소 및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당국에 보고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주권 등에 관하여 중대한 영향을 미친 소송이란 회사가 발행한 증권의 효력 등에 영향을 주는 소송을 의미하는데 이 사건처럼 A 씨와 김현수 대표이사님 개인 간의 주식인도청구소송과 횡령 고발 건 등은 주요사항보고 대상에 해당하지 않음이 명백한데 이에 대해 고발을 제기한 것은 터무니없다”고 밝혔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