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은 지난 6월 19일 닥터키친 여론조작 마케팅 의혹을 보도했다. 닥터키친이 아름다운동행 카페 안에서 가짜 아이디(ID)를 만들고 여론조작을 벌인 내용을 다룬 기사다(관련기사 [단독] “수십개 아이디로 환자인 양…” 닥터키친 여론조작 마케팅 의혹). 아름다운동행은 지난해 닥터키친의 여론조작 마케팅을 파악하고 경고 공지를 내건 바 있다. 아름다운동행은 “암환자를 기망하여 사기에 준하는 행위를 일삼는 업체는 반드시 형사고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름다운동행 측이 최초 닥터키친의 여론조작 마케팅을 파악한 뒤 낸 공지. 현재는 삭제됐다. 사진=아름다운동행 캡처
2019년 1월 7일 아름다운동행은 “닥터키친이라는 회사가 10개 이상의 아이디를 이용해 암환자 식단을 홍보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암환자 본인이거나 보호자를 가장해 거짓 게시글을 게시하고 10개 이상 아이디로 교묘하게 닥터키친을 홍보하며 회원들을 기망했다는 점에서 가히 최악이라 할 수 있다”면서 아이디 10개를 공개했다.
이 같은 공지에 당시 닥터키친 직원 A 씨는 닥터키친을 비방하는 댓글을 남기고 운영자에게 쪽지를 보냈다. A 씨는 아름다운동행 운영자에게 보낸 쪽지에서 “닥터키친의 글들을 보고 정말 소름 돋았다. 무서워서 댓글을 달지 못할 정도다”라며 “제발 꼭 식약청에 신고해달라. 회원들이 한 마음으로 대응해 달라. 공동작업 중인 병원 교수에게 공식으로 서면을 보내 달라”고 했다.
A 씨가 당시 닥터키친 직원이었음을 감안하면 다소 과한 발언이다. A 씨는 회사 내에서 행해지는 여론조작 바이럴 마케팅에 반대해 이 업무에서는 배제됐다고 한다. A 씨는 “말이 과했던 건 사실이다. 닥터키친의 여론조작 마케팅이 극도로 싫었고 회사 내부에서도 여론조작 방식을 하지 말자고 말렸는데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수면 위로 문제가 나왔을 때 다시는 이런 마케팅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서 센 발언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A 씨 행동이 적절했는지 여부와 별개로 아름다운동행 운영자의 이어지는 대응도 이상했다. 아름다운동행 측이 A 씨의 가입 인적사항을 카페 관리 메뉴에서 캡처해 닥터키친 측에 보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닥터키친이 운영자나 카페 스태프만이 접근할 수 있는 관리 메뉴 속 A 씨 신상정보를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11일 아름다운동행에 쪽지를 보내고 회사에 출근한 A 씨는 닥터키친 임원이 내민 종이를 받아들고 놀라게 된다. 캡처된 A 씨 신상정보를 통해 비방성 쪽지와 댓글을 쓴 게 A 씨가 확실하다고 밝혀졌기 때문이다. 닥터키친은 A 씨에게 이 같은 정보를 보여주면서 회사를 그만두라고 말했다. 이런 댓글을 쓰는 사람과는 일할 수 없다는 것이다. A 씨는 순간적으로 닥터키친이 내민 카페 정보를 사진으로 찍어 증거로 남겨뒀다. 사진에 대해 아름다운동행 측은 ‘사진이 흐릿해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닥터키친이 내민 자료를 A 씨가 순간적으로 촬영한 사진. 흔들렸지만 카페 관리 화면에서 확인된 A 씨 이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날 아름다운동행도 ‘닥터키친 관련 판단 보류의 건’이라는 공지를 새로 올린다. 공지에는 “닥터키친 건은 사실 관계 확인 중이다. 닥터키친에 앙심 품은 누군가가 아름다운동행을 이용해 고의적으로 분란을 일으켜 닥터키친과 경영진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며 “바이럴 마케팅에 사용된 아이디와 분란을 일으킨 자는 동일인으로 판단되며 그 죄질이 매우 극악하다. 판단은 잠시 보류하겠다”고 설명했다.
당시 아름다운동행은 이미 아이디 10개를 공개할 만큼 10명의 가짜 회원이 서로 댓글을 달며 닥터키친을 홍보했다는 점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아름다운동행은 공지를 통해 직원 한 명의 일탈이라고 밝혔다. A 씨는 “누군가를 곤란하게 하기 위해 대신 바이럴 마케팅을 해주는 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해명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A 씨는 이 일로 결국 퇴사하게 된다. 아름다운동행 측은 닥터키친에서 댓글을 쓴 사람이 곧바로 A 씨라고 지목된 이유를 다르게 설명했다. 댓글을 쓰면서 A 씨 아이디 일부가 노출됐고 이를 검색해 A 씨 이름을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이디는 앞에 4자리만 오픈되고 나머지는 모자이크 처리되기 때문에 전체 9자리인 아이디를 알지 못하면 검색해도 같은 결과값을 얻을 수 없다. 아름다운동행 측은 쪽지를 받으면 아이디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아름다운동행이 받은 쪽지 아이디를 닥터키친이 어떻게 알게 됐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개인정보 유출에 관해 A 씨는 아름다운동행 측에 즉각 항의했다. 이에 아름다운동행 측은 오히려 A 씨에게 “닥터키친 직원 A 씨 경고합니다. 1주일 시간 드립니다. 지난해 2월 1일 23시까지 당신이 아름다운동행에서 벌인 일들에 대해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사과문을 제출하시길 바랍니다”라는 쪽지를 보냈다. 이에 A 씨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소를 준비 중이다.
판단이 보류된 후 아름다운동행이 주관한 시사회에 닥터키친이 시식권을 협찬했다. 아름다운동행 측은 “이후 정산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아름다운동행 공지
아름다운동행에서 닥터키친 때문에 분개한 사람은 A 씨뿐만이 아니다. 암환자 최 아무개 씨도 닥터키친의 여론조작 마케팅을 공지를 통해 알게 되면서 단단히 화가 났다. 그런데 이어 올라온 판단 보류 공지를 보고 최 씨는 황당한 마음밖에는 들지 않았다. 최 씨는 보류 공지 댓글에 “직원 한 명의 일탈이라고 하는데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암환자를 우롱한 것을 보면 용서할 수 없다. 회원들과 같이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장문의 댓글을 남겼다고 한다. 그런데 댓글을 남기고 얼마 뒤 최 씨는 아름다운동행에서 탈퇴 처리됐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던 최 씨는 부인 명의 아이디로 자신이 왜 탈퇴됐는지 정중히 물어봤고 이어 부인 명의 아이디도 탈퇴 처리됐다.
최 씨는 “분란을 행한 닥터키친을 비난했는데 오히려 내가 탈퇴 처리돼 너무 화가 났다. 암환자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돼 더 이상의 조치는 하지 않았지만 아직도 울분이 풀리지 않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아름다운동행 측은 “최 씨는 특정 요양병원을 지나치게 홍보했다. 또한 최 씨가 홍보한 식당에서 음식을 구매한 회원이 컴플레인을 제기했지만 안일하게 대처한 점 때문에 강퇴 처리했다”고 밝혔다. 반면 최 씨는 “맛집 소개가 강퇴 이유라면 전체 회원 중 수천 명은 강퇴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아름다운동행 측은 “닥터키친 측에서 바이럴 마케팅은 일부 직원의 일탈로 설명했고 납득해 판단을 보류했다. 해명자료와 사과문을 보내오면 일정기간 게시 후 관련글들을 삭제해 준다. 문제를 지적할 뿐이지, 해당 회사를 낙인찍어 괴롭힐 생각이 없다”며 “시사회에서 협찬된 닥터키친 식사권은 차후 문제를 일으킨 업체의 협찬을 받는 것이 부적절하다 판단돼 사용한 식사권에 한해, 모두 정산완료했다”고 답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