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신중론이 교차하고 있지만 한한령이 화두가 되면서 중국 소비주와 콘텐츠 관련주들은 발 빠르게 꿈틀거린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더 킹:영원의 군주’ 등을 제작한 스튜디오드래곤, 트와이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주도 반등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tvN ‘사랑의 불시착’ 홈페이지
하지만 최근 기류는 예사롭지 않다. 중국 최대 여행기업인 트립닷컴그룹의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랩이 한국관광공사와 공동으로 한국관광 상품을 기획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중국 여행 사이트에서 한국관광 상품을 공식적으로 판매하면서 한·중 간 긴장관계가 완화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물론 한쪽에선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여행 상품 판매의 시작일 뿐 이를 한한령 해제까지 확대 해석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한국관광공사도 “이번 관광 상품 기획은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관리와 안전을 증명하고 일상적인 교류가 회복되는 대로 한국이 인기 관광목적지가 될 것이라는 중국 여행업계의 기대를 보여 준다”고 의미를 밝히면서 “단체 여행 상품이 아닌 개인에 판매하는 만큼 한한령 해제와 연결 짓기 어렵다”고 했다.
#시기상조 지적에도 한류 관련주 급등
기대와 신중론이 교차하고 있지만 한한령이 화두가 되면서 중국 소비주와 콘텐츠 관련주들은 발 빠르게 꿈틀거린다.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시작되면서 화장품 대장주 아모레퍼시픽은 7월 들어 상승률 15.9%로, 코스피 상승률(7.11%)을 훌쩍 넘어섰다. 면세점, 여행은 물론 엔터테인먼트로도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더 킹:영원의 군주’ 등을 제작한 스튜디오드래곤, 트와이스 소속사 JYP 등 엔터주도 반등을 거듭하고 있다.
관련주가 요동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한한령 해제를 확인할 뚜렷한 변화는 드러나지 않는다. 주식시장은 어디까지나 기대감의 반영이라는 분석도 따른다. 엔터테인먼트업계 관계자들은 낙관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라는 반응을 내놓는다.
한 드라마 제작사의 고위 관계자는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는 건 맞다”며 “최근 제작한 드라마의 판권 판매를 중국 측과 조심스럽게 논의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논의 단계이고 아직 확정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 섣불리 예측할 수 없지만 지난해와 비교해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드라마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중국 미디어기업 텐센트 뮤직과 tvN 드라마 ‘청춘기록’ OST 음원 유통 공급 계약을 맺었다. 텐센트그룹은 텐센트 뮤직 등을 통해 중국 음악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팬엔터테인먼트는 “음원 유통 공급 계약을 바탕으로 향후 전략적인 파트너십에 기반을 둔 장기적인 사업 교류를 맺을 계획”이라며 “음반뿐 아니라 자체 제작 예정인 드라마, 영화, 영상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의 미디어 산업을 바탕으로 텐센트와 다각화된 경로의 사업 제휴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은희 작가가 집필하는 드라마 ‘지리산’은 한한령 직전 ‘별에서 온 그대’로 중국어권 한류 열풍을 다시 일으킨 전지현과 또 다른 한류 히트작 ‘태양의 후예’ 이응복 PD의 합작으로도 기대를 더한다. 사진=SBS ‘별에서 온 그대’ 홍보 스틸 컷
#한류스타들 전략 마련 분주
한류스타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한류를 견인한 스타들이 일제히 드라마를 통해 새 바람을 일으킬 준비에 한창이기 때문이다. 때마침 한류까지 재점화한다면 폭발력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마침 한류스타 전지현과 송중기, 박보검이 드라마를 통해 복귀한다. 그동안 중국 한류의 원동력이 드라마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들 톱스타의 동시다발 움직임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전지현은 한한령 발동 이후에도 중국과 광고 모델 작업을 해올 만큼 굳건한 인기를 누렸고, 송중기도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한류를 지핀 스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먼저 전지현은 김은희 작가와 손잡고 국립공원 레인저의 이야기인 드라마 ‘지리산’ 준비에 한창이다. 한한령 직전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중국어권 한류 열풍을 다시 일으킨 전지현과 또 다른 한류 히트작 KBS 2TV ‘태양의 후예’ 이응복 PD의 합작으로도 기대를 더한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전지현의 존재는 여전히 중국 한류를 상징하는 이름”이라며 “‘지리산’이 꼭 중국이나 아시아를 겨냥한 드라마로 기획된 건 아니지만 주연배우와 제작진의 면면에서 한류와 연결지어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송중기도 드라마 ‘빈센조’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 온 이탈리아 마피아가 자신의 방식으로 정의를 구현하는 이야기다. SBS ‘열혈사제’의 박재범 작가, tvN ‘왕이 된 남자’의 김희원 PD까지 실력파 제작진이 뭉친 드라마다. 송중기는 한한령 직전인 2016년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중국 한류를 이끈 저력의 배우이기도 하다.
박보검은 9월 방송을 시작하는 ‘청춘기록’을 통해 일찍부터 해외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한류스타들은 드라마는 물론 OST로도 열풍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청춘기록’이 텐센트와 맺은 음원 유통 공급 계약은 기대를 높이게 하는 또 다른 배경이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