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사퇴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윤 총장이 “그만두지 않겠다”는 의사를 주변에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반격의 수 역시 남아있다. 서울동부지검에서 진행되고 있는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로 추 장관을 압박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윤 총장은 주변 측근들에게 “사퇴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임준선 기자
#“선택 가능한 옵션 없어”
대검찰청이 추 장관의 수사 지휘를 받아들인다는 뜻을 낸 직후 대부분의 검사들은 안타까운 반응을 내비쳤다. 한 검사는 “이렇게 될 줄 알았지만, 막상 이렇게 되니 정말 검찰이 많이 망가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제 윤 총장이 내놓을 수 있는 대응 카드는 적다는 게 검찰 내 중론이다. 실제 윤 총장은 언론에 밝힌 입장문에서 “2013년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 시절에도 직무배제를 당해 수사지휘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에도 부당한 직무배제를 당했다는 불만을 드러냈다. 또 “지휘권을 상실한 상태가 됐다”는 표현으로 배제 과정에서 강제성이 잃었음을 시사했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선 일체 대응할 수 없는 윤 총장이 향후 수사 결과가 나오면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사퇴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검찰 내에서는 가능성이 적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은 “(정권으로부터) 신뢰할 수 없다는 사인이 왔을 때 보통은 사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윤 총장은 그런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퇴를 거부했다”며 사퇴하지 않고 버틸 것을 예상했다. 윤 총장 역시 주변 측근들에게 “사퇴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훈 검사장 영장 발부 시 책임론
하지만 앞날은 가시밭길이다. 특히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이 아무개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인데,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될 경우 검사장회의를 소집하고, 원로들의 자문까지 구하며 일주일을 버틴 침묵시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특히 측근을 ‘봐주려 했다’는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상대로 감찰 등 ‘실력 행사’에 들어가는 안도 거론된다. 검찰총장 감찰은 사실상 해임 절차의 시작을 의미하는데, 검찰총장 임면권자인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정무적 판단이 서면 그만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추론까지 나온다.
윤 총장에게 반박의 카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추 장관 아들 군복무 시절 휴가 미복귀 사건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대검찰청과 법무부·서울중앙지검 사이 ‘검언유착 의혹 수사’ 갈등 속에서도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부장 양인철)는 추 장관 아들 서 아무개 씨의 ‘군 휴가 미복귀’ 사건 관계자들을 잇달아 불러 조사했다. 최근에는 서 씨와 함께 근무했던 A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는데, 당시 당직 사병으로 근무하던 A 씨는 서 씨의 미복귀 보고를 받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사건에 대해 추 장관은 “언론과 검찰의 유착”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추 장관이 개입하기에는 부적절하기 때문에 윤 총장이 이 사건을 지휘해서 속도를 낼 경우 추 장관을 압박하기 충분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백기투항을 할 수밖에 없었던 윤 총장이지만, 지금 가만히 있으면 추 장관이 본인을 나가게 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반격의 수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 외에 여권 인사들과 맞물려 있는 사건들의 수사 확대 역시 윤 총장이 법무부 등에 ‘검사’로서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