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 측이 13일 기자회견에서 “위력에 의한 성추행이 4년간 지속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박 시장이 6월 코로나19 사태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일요신문DB
전 비서 측 변호인과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는 13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전했다. 전 비서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비서가 시장에 저항할 수 없는 상황을 이용해 신체를 접촉하거나 음란한 사진을 전송하는 등 권력과 위력에 의한 피해가 4년 동안 발생했다”며 “심지어 부서 변동이 이뤄진 이후에도 개인적 연락이 지속됐다”고 말했다.
이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가장 가까이서 보며 경각심을 가졌어야함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멈추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는 “만약 죽음을 선택한 것이 피해자에 대한 사죄 뜻이기도 했다면 어떤 형태로든 피해자에게 사과와 책임을 진다는 뜻을 전했어야 했다”며 “그럼에도 모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김으로써 피해자는 이미 사과를 받았고 책임은 종결된 것이라는 일방적 해석이 피해자에게 심리적 압박으로 가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은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에게 수사상황이 전달됐다. 서울시장 지위에 있는 사람에겐 본격적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우리는 봤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가시스템을 믿고 피해사실을 고소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 소장은 “피고소인이 망인이 되어 공소권 없음으로 형사고소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됐다”며 “그러나 이 사건은 결코 진상규명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수사를 촉구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